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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초점] ‘1000만 감독’ 되기까지 24년, 장항준의 작품 세계… 따뜻한 시선으로 '약자' 조명

2026.03.08 19:00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연출한 장항준 감독과 엄흥도 역의 배우 유해진 [사진=쇼박스]


[디지털데일리 조은별기자] 2026년 첫 1000만 영화의 주인공이 된 장항준 감독은 ‘왕과 사는 남자’ 시사회 뒤 “실현되지 못한 정의는 잊혀져야 하는가라는 의문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말했다.

그리면서 “단종의 죽음과 그를 지킨 엄흥도를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연출에 임했다”고 밝혔다.

그는 연출 면에서 스케일 큰 ‘대작’과는 거리가 먼 행보를 보여왔다.

‘왕과 사는 남자’까지 총 다섯 편의 장편상업영화(단편 및 TV영화 포함 아홉 편)를 연출한 장 감독은 지난 2002년 ‘라이터를 켜라’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이후 줄곧 따뜻한 시선으로 소시민의 삶을 재치있게 조명한 작품들을 연출하곤 했다.

입봉작인 ‘라이터를 켜라’는 서른 살 백수 허봉구(김승우 분)가 예비군 훈련을 다녀오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코믹하게 그린 작품이다. 주머니에 남은 돈 300원을 라이터를 사는데 써버린 봉구는 서울역 화장실에 놓고 온 라이터를 건달보스 양철곤(차승원 분)이 사용하는 모습을 목격하고 라이터를 돌려달라고 사정한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한장면


철곤에게 무시당한 봉구는 오로지 라이터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그를 쫓아 부산행 열차에 올라타고 기차 테러를 모의 중인 철곤일당에 맞서 ‘라이터 구하기 작전’에 몰두한다.

백상예술대상 시나리오상을 수상한 박정우 감독이 대본을 집필한 이 작품의 스토리는 다소 허무맹랑하지만 힘에 굴하지 않는 소시민의 행복을 그렸다는 점에서 장항준 감독의 세계관을 열어준 작품이다.

‘라이터를 켜라’로 호평받은 장감독은 1년 뒤 자신이 직접 각본을 쓴 ‘불어라 봄바람’을 연출한다. 영화는 별 볼일 없는 짠돌이 소설가 선국(김승우 분)의 집 2층에 다방 영업부장 화정(김정은 분)이 세를 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평소 라이프 스타일과 너무 다른 화정과 원치않는 동거로 선국은 생활의 불편을 겪지만 화정의 아이디어로 같이 글을 쓰면서 ‘대박’을 꿈꾸게 된다. ‘라이터를 켜라’로 호흡을 맞춘 김승우와 당시 최고의 주가를 올렸던 김정은이 주연을 맡았다.

공교롭게도 두 작품 모두 ‘백수’가 주인공이다. 첫 작품의 봉구는 서른 살 ‘캥거루’고 선국 역시 직업만 소설가일 뿐 백수나 다름없다. 감독 입봉을 꿈꾸며 긴 시간 가수 윤종신을 비롯한 남의 집에서 동가식서가숙했던 장감독 자신의 과거가 어느정도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 '불어라 봄바람'의 한장면


세 번째 장편 상업영화 연출작인 ‘기억의 밤’은 장감독 필모그래피상 첫 스릴러물이다. 배우 강하늘, 김무열이 주연을 맡은 이 작품은 해리성기억상실증을 소재로 납치된 후 기억을 잃고 변해버린 형 유석(김무열 분)과 그런 형의 흔적을 쫓다 자신의 기억조차 의심하게 되는 동생 진석(강하늘 분)의 엇갈린 기억 속 살인사건의 진실을 추적한다. 과거 연출작과 결이 다르지만 ‘유사 가족’을 밀도있게 표현해내며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영화 '기억의 밤' [사진=키위미디어그룹]


네 번째 장편 상업영화 ‘리바운드’는 첫 스포츠 영화 연출이다. 게임회사 넥슨이 전폭적으로 투자했지만 70만 명에 못 미치는 초라한 성적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언더독’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렸다는 점에서 장감독 특유의 결이 살아있다. 영화는 2012년 전국 고교농구대회에서 전국 대회 결승 진출이라는 기적을 만들어낸 부산중앙고 농구부의 실화가 바탕이다.

특히 완성형 코치가 선수들을 교화시키는 일반 스포츠 영화와 달리 꿈을 포기한 20대 청년이, 선수들과 성장한다는 스토리가 호평받았다. 배우 안재홍, 이신영, 정진운, 김민 등이 출연했다. 안재홍, 정진운과 김민은 ‘리바운드’ 인연으로 ‘왕과 사는 남자’에 출연하기도 했다.

영화 '리바운드'의 한장면 [사진=바른손이앤에이]


‘언더독’, ‘소시민’에 대한 장감독 특유의 애정은 단종을 조명한 영화 ‘왕과 사는 남자’까지 이어졌다. 흔히 계유정난 시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들이 대개 ‘성공한 쿠데타’의 주역 세조를 조명하는데 반해 장감독은 노산군으로 강등된 단종의 4개월간 유배 생활을 서사의 축으로 삼았다.

유배지에서 어린 노산군의 잠자리와 식사를 살폈던 엄흥도(유해진 분)와 광천골 사람들, 그리고 노산군과 생을 함께 한 궁녀 매화(전미도 분) 등 단종의 마지막을 함께 한 사람들이 어린 왕과 교감하며 영화를 이끌어간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사진=쇼박스]


흔히 장항준 감독을 '가수 윤종신이 거두고 김은희 작가가 입양한 눈물 자국 없는 말티즈', '신이 내린 꿀팔자'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하지만 1000만 영화 감독이 되기까지 무려 24년이 걸렸다. 그 기간동안 장 감독은 장르는 다를지언정 충실히 ‘소시민’, ‘언더독’이라는 한 우물을 팠다. 그가 ‘1000만 감독’ 반열에 오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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