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이 나라 바꾼다] ‘암표시대’ 종지부 찍자
2026.03.09 08:32
지난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종합국정감사장에서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마주했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입장권이 온라인에서 최고 999만원까지 거래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암표사이트에서 프로야구 1차전 티켓이 100만원을 넘고, 심지어 6차전 티켓은 999만원까지 올라갔다. 이건 단순한 ‘프리미엄’이 아니다. 불법 시장이 합법처럼 활개 치는 상황이었다.
야구가 전 국민이 즐기는 국민 스포츠가 된 상황에서 상상도 못한 가격에 티켓이 뒷거래되는 건 더 이상 웃고 넘길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날 문체부에 물었다.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정치권이 가만히 있는 사이, 암표 시장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표를 선점하고, 웃돈을 얹어 되파는 구조가 사실상 방치되고 있었다. 분명히 말했다. 입법은 국회의 책임이고, 행정 대응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가 손을 놓은 상태에서 법만 기다리라고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직접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암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프로스포츠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프로야구뿐 아니라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암표 문제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프로야구는 몇 배 수준이지만, 공연 티켓은 몇십 배로 폭등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정부가 제대로 대처해 왔다고 보기 어렵다. 관련 법안을 추진해 정부도 더 이상 이 사안에 대해 ‘관전’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려 노력했다.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으로 ‘암표 시대’에 대한 막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에 국민체육진흥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여부와 관계없이, 보안 조치를 우회해 재판매를 목적으로 입장권을 구매하는 행위와 정가를 초과해 상습·영업적으로 재판매하는 행위를 명확히 불법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부정판매자에 대해서는 판매금액의 최대 50배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으며 암표 거래로 얻은 부당이익은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과징금을 기한 내 납부하지 않을 경우 국세 체납과 동일한 방식의 강제 징수도 가능해졌다.
입장권 부정거래를 보다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신고기관 지정 근거를 마련하고 불법 행위를 신고한 경우 포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제도도 함께 도입됐다.
“같이 보러 가자”고 만든 스포츠가 “돈 있는 사람만 들어가는 경기”가 되어선 안 된다. 여러 의원들이 유사 법안을 냈고, 상임위 논의를 거치며 실효성을 강화한 수정안이 마련됐다. 그리고 올해 1월 29일, 이번 개정안이 마침내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은 기존 제도의 허점을 정면으로 보완했다. 그동안 법은 ‘매크로를 이용한 부정판매’만을 규율했다. 그러나 현실의 암표상은 매크로 여부와 관계없이 보안조치를 우회해 재판매를 목적으로 표를 사들였다. 이제는 매크로 사용 여부와 상관없이, 보안조치를 우회해 재판매 목적으로 구매하는 행위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했다.
앞서 언급했듯 처벌도 대폭 강화했다. 암표 거래를 ‘걸리면 운이 나쁜 일’ 정도로 여겨온 관행을 끝내기 위한 조치다. 더불어 신고기관 지정과 신고포상금 제도도 도입해, 암표를 발견하면 신고하는 문화가 자리 잡도록 했다.
이번 개정이 암표 거래를 ‘단속이 어려운 관행’이 아니라 ‘명백한 위법 행위’로 전환하는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상적인 개인 간 거래를 규제하려는 것이 아니다. 보안 우회와 상습·영업적 암표 행위를 정밀하게 겨냥한 제도적 보완이다.
스포츠는 공정해야 한다. 경기장 안에서만이 아니라, 표를 구하는 과정에서도 그래야 한다. 팬들이 밤새 클릭을 해도 표를 못 구하는데, 누군가는 매크로로 수십 장을 쓸어 담아 폭리를 취하는 구조는 결코 정의롭지 않다.
스포츠를 관람하는 팬들이 피해를 보지 않고, 공정한 환경에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입장권 제도의 기본이다.
앞으로도 시장의 왜곡을 바로잡는 입법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암표 시장이 아니라 공정한 관람 문화가 자리 잡도록, 스포츠를 사랑하는 국민이 정당한 가격에 당당하게 경기를 볼 수 있도록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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