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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대통령 격노도, 정유사 가격 자제도…불 붙은 휘발윳값 못 끈다

2026.03.09 06:12

휘발유가격 지속 상승, 서울 2000원 돌파 임박
쿠웨이트 등 주요국은 감산…공급부족 가속화
카타르 에너지 장관 “유가 150달러 돌파, 세계경제 무너뜨릴수도”
이재명 대통령의 격노도 국내 휘발유 가격의 상승을 막을 수는 없었다. 서울 시내 주유소 휘발유 가격은 2000원에 근접했다. 정유사들의 가격 인상 자제 움직임도 전 세계 원유가 인상의 거대한 파도 앞에선 의미가 없었다.

오히려 이라크에 이어 쿠웨이트가 감산을 결정하는 등 원유 공급 부족은 더 가속화하고 있다. 유가가 150달러를 돌파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오면서 국내 정유사들은 설비가 멈출 위기에 처했다.

이에 정부에선 최고가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경제계에선 그보다는 유류세를 내리는 접근이 보다 실질적일 것이란 조언도 나온다.

9일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100.42달러를 기록해 100달러를 넘었다. 2022년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두바이유가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 1월 5일 58달러에서 2배 가까이 오르기까지 약 2달, 지난달 27일 71.24달러에서 40%가량 오르는 데 10일밖에 걸리지 않은 것이다.

이같은 상승세가 감지되자 서울의 주유소들도 덩달아 가격을 올려 리터(ℓ)당 2000원에 육박하고 있다. 이날 서울 시내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 가격은 1946원이었다.

지난 6일 한국석유공사가 전날 전국 알뜰 주유소에 ‘판매 가격 과다 인상 자제 요청’을 발송하고 전날 대한석유협회·한국석유유통협회·한국주유소협회 등 석유 3단체가 업계 차원의 노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가격이 오르는 것을 지켜만 봐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중동사태의 불안이 계속되면서, 유가 안정은 더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우선 원유 공급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는 7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쿠웨이트에 대한 이란의 계속된 공격과 호르무즈 해협 선박 통항에 대한 위협에 따라 예방적 조치로 원유와 정제 처리량을 감축한다”고 했다.

현재 아라비아만에서 원유와 석유를 운송할 선박이 사실상 전무하다. 통제불능 이변에 따라 의무 불이행 책임을 면제하거나 이행을 미뤄주는 ‘불가항력’조항을 발동한 것이다.

앞서 이라크 북부 쿠르드자치지역 도후크주에서도 미국 HKN에너지가 운영하는 사르상 유전(하루 약 3만배럴 규모)이 드론 공격을 받은 뒤 원유 생산을 중단했다. 사우디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최대 정유시설이 있는 라스타누라 단지가 드론 공격에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여기에 호르무즈 해협에 배가 묶이고, 각국 정부와 기업이 대체할 원유를 찾아 나서며 운송가격도 뛰고 있다. 원유 해상 운임 지표인 발틱원유유조선지수(BDTI)는 이란 공습 직전인 지난달 27일 1991포인트에서 지난 5일에는 3083포인트까지 급등했다.

중동전쟁이 장기화하면 이같은 추세는 더욱 굳어질 수 있다. 사드 알카비 카타르 에너지 장관은 중동 전쟁 여파로 걸프 해역의 에너지 수출이 중단될 수 있으며,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알카비 장관은 이 경우 유가 급등이 세계 경제를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정유사들은 이 같은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설비 가동률까지 조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 정유사는 4월 도착분 원유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내부적으로 가동률 하향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걷잡을 수 없는 유가 폭등세에 정부는 ‘원유 최고가격제’ 검토에 나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면서 검토를 지시한 후 정부가 전면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정부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제23조를 근거로 석유 최고가격 지정 고시를 위한 실무 검토에 착수했다. 이 법은 석유 가격이 현저히 등락해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통상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반 시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고, 초과 수익은 정부가 환수한다.

하지만 1997년 유가 자유화 조치 이후 지난 30년간 쓰이지 않고 있고, 시장 왜곡 가능성·재정 부담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정부가 유류세 감면 카드를 활용해 유가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신세돈 숙명여자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최고가격제의 경우 정확한 가격이나 정유회사 손실 보전 방안 등 구체적인 정책을 모른 상태에서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지금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기름값은 국제유가에 상당량의 세금을 붙인 것이어서 세금을 다 없애버리면 지금도 1300원이 안 될 수도 있다. 보다 효과적인 접근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최고가격제는 예를 들어 정부가 리터당 1500원 이하로만 휘발유를 팔라고 하는 것인데, 이러면 주유소는 휘발유를 팔지 않으려 들게 되면서 시중에선 기름을 구할 수 없게 된다”면서 “또 아는 사람에게만 제 가격에 파는 공정하지 않은 ‘이중가격’ 구조가 형성되기 쉬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 충돌로 국내 주유소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8일 서울 지역 내 최저가 주유소의 일부 주유기에 휘발유 재고소진 안내문이 붙어 있다. 박동욱 기자 fuf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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