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300원 올랐는데 운송비 그대로, 이대론 못 버텨”···화물노동자 직격한 유가 급등
2026.03.08 16:00
유류비 보전하는 회사도 ‘급등 전 수준 지급’
“안전운임제 전 차종·전 품목으로 확대해야”
“경유 가격이 불과 일주일 사이 300~400원이나 올랐는데 운송비는 그대로입니다. 당장 한 달 수입이 150만원 가까이 줄게 생겼어요.”
30대 개인화물 노동자 허모씨는 8일 “이대로 가다간 오래 버티기 힘들 것”이라며 말했다.
이란 사태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화물 노동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연료비 폭등에도 화물 운송비는 그대로여서 유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화물 노동자들에게 전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석유공사 집계를 보면 이날 전국 평균 경유가격은 ℓ당 1917.34원으로, 1주일 전인 3월1일(1600.85원) 대비 20% 가량 올랐다.
허씨는 21t 윙바디 트럭을 몰며 수도권에서 전국으로 일반 화물을 나른다. 트럭에 기름을 가득 채우면 총 320ℓ가 들어간다. 그는 “이란 사태가 터지기 전 50만원 정도면 기름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며 “지금은 같은 양을 채우려면 60만~64만원이 들고 있다”고 말했다. 하루 18시간씩 일하는 허씨는 이틀에 한 번꼴로 기름을 가득 채운다.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일주일에 30만~40만원, 한달에 120~160만원의 연료비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허씨는 “유가가 운송비에 어떤 식으로 반영되는지 노동자들이 알 수 없고, 구체적인 기준을 요구해도 운송업체에선 말해주지 않는다”며 “화주나 운송업체에 기름값 상승에 맞춰 운송비를 올려달라고 말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유류비 보전을 받는 회사 소속 화물 노동자들도 상황이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편의점 화물 운송을 하는 윤모씨(40대)는 “회사에서 최신 시세를 전혀 반영하지 않고 폭등하기 전 수준인 ℓ당 1600원대로 유류비를 지급하고 있다”며 “비는 금액은 노동자들이 채워넣어야 해서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름값 폭등으로 경제 부담이 가중되자 정부는 석유류에 대한 ‘최고가격 지정’ 카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임시 국무회의에서 “유류 공급에 심각한 차질이 빚어진 것도 아닌데 갑자기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폭등했다”며 최고가격 지정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은 석유 가격이 현저히 등락해 국민 경제의 안정을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산업통상부 장관이 판매 가격의 최고액을 직접 지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최고가격 지정제가 시행된다해도 화물 운송비가 현실화된다는 보장은 없다. 이란 사태가 안정되지 않으면 기름값이 지금보다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어 화물 노동자들의 피해도 더 커질 전망이다.
한 화물 노동자는 “정부가 기름값 상승에 대해 강경대응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실제로 기름값을 내린 직영 주유소를 목격했다”며 “결국 자기들이 가격을 과하게 올린 사실을 인정한 것 아니겠느냐”며 화물 운송비 문제에도 정부가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다른 화물 노동자도 “노동자들 사이에선 지금이 과거 이라크 전쟁 시기 유가 급등 사태 때만큼 어렵다고들 한다”며 “결국 정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에게만 피해가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는 성명을 통해 “대기업 화주와 운송자본의 무책임, 그리고 정유사의 담합적 카르텔이 운송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며 “운임을 결정하는 힘을 쥔 화주와 운송 자본이 유가 인상으로 인한 모든 부담을 화물노동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유가 불안정성이 상시화된 상황에서 ‘안전운임제’를 전 차종·전 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고도 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 노동자가 지급받는 최소한의 운임을 공표해 적정 임금을 보장받도록 하는 제도로, 현재 수출입 컨테이너·시멘트 화물 품목에만 적용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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