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 “핵 지식은 폭격 못 해…이란 공습, 비확산 체제 위협”
2026.03.08 15:1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감행한 이란 공습이 미국의 외교적 실책을 넘어 전 세계 핵비확산 체제 붕괴의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안보연구프로그램(SSP) 선임연구원 제임스 월시 박사는 7일(현지시각) 한겨레와 화상인터뷰에서 “공습으로 건물을 부술 수는 있어도 이란 과학자들의 머릿속에 있는 핵무기 제조 지식을 폭격할 수는 없다”며 “핵 개발 의지를 꺾기는커녕 오히려 자극할 것이며, 북한에는 ‘미국을 믿지 말라’는 확실한 신호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월시 박사는 이란 및 북한을 방문해 당국자들과 핵 문제를 직접 협의한 경험을 가진 몇 안 되는 미국인 중 한 명이다.
월시 박사는 이번 공습의 배경에 합리적인 정책적 판단이 없다고 진단했다. 그는 “트럼프는 감정과 잘못된 정보에 기초해 판단을 내리고 있다. 이번 공습은 단지 그가 이란을 향해 화를 표출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한 데 대해 월시 박사는 “전술적으로 할 수 있는 최악의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 상황에서는 상대가 체면을 살리며 빠져나갈 출구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자부심 강한 페르시아 민족의 나라이자, 아랍 국가들 사이의 비아랍 소수 국가인 이란에 무조건 항복을 요구하는 것은 더 강하게 싸우도록 만들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이 정책적 논리에 기반을 둔 결정이었다면 이런 말을 공개적으로 할 리 없다. 트럼프라는 개인의 성향이 빚어낸 참사”라고 지적했다.
공습 효과에 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월시 박사는 “핵 프로그램은 공습으로 파괴할 수 없다”며 “오히려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겠다는 결심을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공습이 이란 내 일부 핵시설을 물리적으로 파괴했을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곧 이란의 ‘핵무기 능력 제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공습으로 사람들이 죽고 건물이 파괴됐고 일부 농축 시설도 타격을 받았지만, 핵무기 능력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라며 “폭격으로 원심분리기를 만드는 지식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제거할 수는 없다. 그들은 20년 동안 이 일을 해왔고 수만 개의 원심분리기를 만들어왔다. 전체 인력이 제거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월시 박사는 이란이 미국의 공격을 충분히 예상하고 대비했을 것이라는 점을 들어, 핵 프로그램의 조기 재건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는 “이란은 바보가 아니다. 폭격을 예상한다면 완성된 원심분리기를 공격받기 쉬운 곳에 그대로 두지 않고 부품 단위로 분해해 분산시켜 놓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대한 영토를 가진 이란이 부품을 전국 각지에 숨겨두었을 경우 이를 모두 찾아내 폭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월시 박사는 “만약 이란이 포르도에서 60% 농축 우라늄을 회수할 수 있거나 다른 곳에 보관하고 있다면, 이를 90%까지 농축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시 박사는 이번 전쟁의 여파가 이란을 넘어 전 세계적인 핵비확산 체제의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트럼프 2기 출범은 핵비확산 체제 위기의 시작점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 그는 “이번 공습은 북한에 비핵화 합의에 나서지 말아야 할 이유를 하나 더 만들어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잠재적 핵 능력만 유지하려던 이란이 공격받는 것을 보며, 북한은 핵무기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미국을 불신하는 기조를 굳힐 것이라는 뜻이다.
월시는 ‘이란 정권교체가 곧 핵 개발 저지’라는 인식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이슬람 공화국만의 정책이 아니라 1979년 이슬람 혁명 이전 친미 왕정인 팔레비 정권 시절에도 존재했다”며 “지도자가 바뀐다고 해서 전략적 환경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이 계속 군사 공격을 가한다면 이란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핵무기를 통해 자신을 방어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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