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란 전쟁을 일으킨 트럼프의 '직감'
2026.03.09 00:08
전쟁 종료 시점 따라 명운 갈릴듯
송호창 법무법인 대륙아주 미국전략본부장
공포스럽게도 대통령의 ‘직감’으로 전쟁을 시작했다는 말은 사실인 듯하다. 미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부터 전쟁을 준비하고 실행할 상태가 아니다. 트럼프는 취임 후 정부효율부를 통해 NSC 핵심 국장 6명을 포함한 3분의 2 이상의 직원을 해고했다. 작전 시나리오와 피해 현황 등을 분석하고 관리할 전문가가 거의 없다. 공습 지역 내 자국민 대피 조치도 하지 않아 수천 명이 고립된 것이 그 증거다.
전쟁 개시를 백악관 대변인이 공식 발표하지도 않았다. 트럼프가 먼저 언론사에 전화를 돌렸고, 통화마다 얘기는 달랐다. 워싱턴포스트에는 앞서 밝힌 전쟁 이유와 달리 “이란 사람의 자유를 위해 시작했다”고 했다. 전쟁 기간도 액시오스에는 “2~3일 내 끝날 것”이라고 했으나 뉴욕타임스에는 “4~5주 걸릴 수 있다”고 했다. 일단 말을 내뱉은 뒤 메시지를 다듬는 식이다. 이마저도 의회와 여론 반응에 따라 휙휙 바뀌었다. 장관들도 마찬가지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이스라엘이 먼저 행동할 것이기 때문에 미군이 동참할 수밖에 없었다”는 또 다른 이유를 댔다.
이번 공격이 사전에 철저히 준비되지 못했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는 많다.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대통령은 전쟁 명분, 기간과 투입 수준, 목표, 심지어 우리가 실제로 전쟁 중인지 여부까지 말을 계속 바꾸고 있다”며 “변함없이 일관된 것은 전쟁 수행 전략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문가 분석과 조언이 아니라 직감에 따라 전쟁을 시작하면 이런 결과가 초래된다”고 덧붙였다.
트럼프의 직감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네타냐후는 반정부 시위로 수만 명이 사망할 정도로 내부 기반이 약해진 데다 트럼프 같은 대통령이 다시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봤다. 트럼프로서도 옛 성공 기억이 작용했을 수 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말 동맹국 반대에도 카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사령관을 성공적으로 제거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하고 미국대사관까지 이전했지만 별 탈이 없었다. 작년 6월 이란 핵시설 공격이나 두 달 전 베네수엘라 공습에서도 대성공을 거뒀다. 이란 정부를 제거하면 러시아 중국 등 적대국과의 연결 고리를 끊을 수 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주도한 이란핵협정(JCPOA)을 무효화하는 데도 이보다 확실한 방법은 없었다.
11월 중간선거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다. 인플레이션 탓에 최근 국정 지지율이 급락했고, 죽은 제프리 엡스타인까지 물귀신처럼 따라붙었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의 미국인 살해 사건으로 이민정책도 신뢰를 잃었는데, 관세정책까지 연방대법원에서 무력화됐다. 11월 선거에서 패하면 남은 임기에는 민주당과 싸우다가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안팎으로 복잡하게 꼬인 매듭을 단칼에 끊는 수단으로 전쟁만 한 것이 없다. 대신 천문학적 예산이 미사일과 폭탄으로 사라지고, 유가는 급등했다. 1주일 전만 해도 물가를 잡겠다던 트럼프의 말도 달라졌다. “전쟁이 끝나면 유가도 잡힐 것이다.” 하지만 그 시점에 따라 트럼프의 명운도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 시간은 트럼프 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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