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거래하고 협상한다…금융 판 바꾸는 '에이전트 경제' 온다
2026.03.08 12:59
생성형 인공지능(AI)을 넘어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AI 에이전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금융산업 구조 자체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단순히 질문에 답하는 챗봇을 넘어 목표를 설정하고 정보를 탐색하며 거래까지 수행하는 ‘에이전트 경제(Agent Economy)’가 현실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연구소 김남훈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에이전트 이코노미의 도래와 금융의 변화’ 보고서에서 AI 에이전트 기술 발전이 금융산업의 생산성과 거래 구조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 연구위원은 글로벌 기술 업계에서 주목받은 오픈소스 기반 AI 에이전트 프로젝트 ‘오픈클로(Openclaw)’ 사례를 대표적인 전환점으로 제시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여러 AI 에이전트가 자체 소셜네트워크(Moltbook)에서 서로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교환하고 협상하는 모습이 공개됐다.
이는 AI가 단순한 생성형 챗봇을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 단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AI 에이전트의 핵심은 자율적 의사결정과 실행 능력이다.
예를 들어 “재고가 부족하니 최저가 공급사를 찾아 주문하라”는 목표만 제시되면 AI가 공급사를 탐색하고 협상한 뒤 결제까지 수행할 수 있다.
과거 자동화 프로그램이 정해진 규칙에 따라 작동했다면, AI 에이전트는 목표 중심으로 스스로 계획을 세우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 같은 기술 발전은 인간과 AI의 거래를 넘어 AI끼리 거래하는 ‘A2A(Agent-to-Agent) 경제’의 가능성도 열고 있다.
보고서는 코인베이스의 x402 프로토콜(에이전트 간 자율 결제용 차세대 웹 결제 표준)과 구글의 AP2 기술 등을 예로 들며, 웹 요청에 스테이블코인(USDC 등) 결제를 내재화해 AI 에이전트가 별도의 지갑이나 인증 없이도 거래를 수행할 수 있는 환경이 구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수십억 개의 AI 에이전트가 국경을 넘어 24시간 거래하는 새로운 경제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
글로벌 컨설팅사 맥킨지(McKinsey)는 이러한 에이전트 기반 상거래 시장이 2030년 최대 5조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금융산업에서는 특히 생산성 혁신과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 확대가 기대된다.
김 연구위원은 AI 에이전트가 고객의 재무 상태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유휴 자금을 자동으로 수익률이 높은 금융상품으로 이동시키거나, 대규모 데이터를 분석해 금융사의 영업 효율을 높이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고객확인(KYC)과 컴플라이언스 업무에 AI 에이전트를 도입해 계좌 개설 시간을 단축하는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AI 에이전트 확산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보고서는 특히 ‘디지털 뱅크런’ 가능성을 주요 위험 요인으로 지목했다.
다수의 AI 에이전트가 유사한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동할 경우 시장 충격이 발생했을 때 동시에 자산을 매도하거나 예금을 인출하는 군집 행동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금융감독청(FCA)과 유럽시스템리스크위원회(ESRB) 역시 이러한 위험을 경고한 바 있다.
보안 취약성도 중요한 과제다. 보고서는 취약한 AI 에이전트가 해커에 의해 조작되거나 악성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트로이 목마’ 역할을 할 수 있으며, AI의 오류나 ‘환각(hallucination)’으로 금융상품 약관을 잘못 해석해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권이 ‘AI-First 아키텍처’로의 구조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가 금융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모듈화하고 데이터 거버넌스와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요한 의사결정 단계에서는 인간의 감독 원칙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오픈클로’ 사례는 에이전트 경제의 도래가 가설이 아닌 시점의 문제로 넘어가고 있음을 보여준다”라며 금융권이 새로운 경제 환경에 대응할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데일리안 손지연 기자 (nidana@dailian.co.kr)- Copyrights ⓒ (주)데일리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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