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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편의점 우울한데…역대급 불황에도 백화점은 웃었다

2026.03.07 20:21

# 서울 명동·잠실·여의도 풍경이 달라졌다. 평일 낮에도 캐리어를 끄는 외국인 관광객이 백화점 입구를 메운다. 지난 2월 말 방문한 신세계백화점 본점, 여의도 더현대 서울에는 점심시간이 한참 지난 오후에도 캐리어를 들고 오가는 외국인이 적잖았다. 중국 SNS 더우인(중국판 틱톡)에는 한국 백화점에 방문했다는 인증 영상이 쏟아진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내수 소비 심리가 꽁꽁 얼어붙은 와중에도, 국내 백화점 업계는 역설적으로 호실적을 거뒀다. K컬처 확산에 힘입어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 효과가 맞물리며 외국인 소비가 빠르게 확대돼서다. 국내 백화점 업계는 ‘외국인 매출 1조원’ 시대도 머잖았다고 기대한다. 국내 백화점 3사(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도 외국인 고객을 핵심 성장축으로 삼고 저마다 ‘외국인 모시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서울 충무로1가 신세계백화점 본점. 명동과 가까운 입지 덕분에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코스다. (윤관식 기자)
지난해 백화점 실적 ‘상저하고’

내수 부진 메운 외국인 매출

유통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현대백화점 등 백화점 3사 모두 지난해 영업이익이 성장했다.

지난해 롯데백화점 영업이익(5042억원)은 전년보다 27% 늘어났다. 현대백화점 영업이익(3935억원)도 한 해 동안 10% 가까이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영업이익(4061억원)이 전년 수준에 머물렀지만 1~3분기 대대적인 백화점 리뉴얼 투자비가 든 점을 고려하면 선방한 실적이다.

연간 기준으로만 보면 백화점 3사 매출은 0~1% 성장에 그치지만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 지난해 1~2분기 감소하던 매출이 3분기 증가 추세로 돌아서며 성장폭을 키운 점이 인상적이다.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지난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 넘게 줄었으나 4분기 다시 18% 증가해 급반전했다. 현대백화점 역시 지난해 1분기만 해도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5.7% 감소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그러다 3분기 25.8%, 4분기 21% 각각 늘며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주요 유통 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백화점 업계의 매출액 신장률은 전년 대비 4.3%를 기록했다. 매출이 감소하며 역성장한 대형마트와 0%대 성장률로 제자리걸음 중인 편의점 업계와 상반된 흐름이다.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 뻔했던 백화점 3사가 선방한 건 외국인 매출이 내수 공백을 메워준 덕분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1893만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4년보다 15.7%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외국인 매출액이 전년보다 29% 증가해 역대 최대치인 7348억원을 기록했다. 소공동 본점과 잠실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방문객이 많았다. 2020년 약 7% 수준이었던 롯데백화점 미국·유럽 국적 고객 비중은 지난해 두 배 수준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동남아 국적 고객 비중도 5.5%에서 15%까지 늘어났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신세계백화점 외국인 매출 비중은 5.7%로 1년째 꾸준히 늘어나는 중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선 ‘헤리티지’ ‘더 리저브(옛 본관)’ 등 대대적인 리뉴얼(재단장)을 진행하면서 럭셔리 매출이 실적을 냈다. 세계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 매장,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샤넬 부티크, 국내 백화점 최대 규모의 에르메스 등을 선보이며 복잡하던 신세계 본점이 ‘럭셔리 맨션’으로 재탄생한 덕분이다.

현대백화점에서 외국인이 쓴 금액은 약 7000억원 수준이다. 여의도 ‘더현대 서울’과 ‘무역센터점’을 중심으로 외국인 고객이 몰렸다. 쇼핑을 넘어 푸드·뷰티·전시 등 체험형 콘텐츠로 관광 수요를 흡수했다.

올 들어서도 중국 춘절 연휴(지난 2월 15~23일) 기간 중국인 고객이 몰렸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전년 춘절보다 올해 매출이 120% 늘었다”며 “K패션 전문관 ‘키네틱그라운드’를 중심으로 수요가 많았다”고 전했다.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이 기간 K패션 매출은 전년 대비 약 38배 수준으로 커졌다. 뷰티 카테고리의 외국인 매출 역시 80% 늘었다.

외국인 매출이 늘어나는 데는 원화 약세도 한몫했다. 덕분에 면세점 대신 백화점에서 명품을 구매하는 수요가 늘었다. 박상준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인 수요가 고정비 구조를 가진 백화점 영업 레버리지를 자극한다”고 분석한다. 기존 점포 매출이 일정 수준만 올라가도 이익 개선폭이 커지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중국 SNS ‘더우인(중국판 틱톡)’에 한국 백화점을 방문했다는 인증 영상이 수없이 올라온다. (더우인 홈페이지 캡처)
외국인 관광객 2천만명 시대

환율·높은 의존도는 변수 될 수도

전문가들은 이번 외국인 붐이 과거와 결이 다르다고 설명한다. 예전처럼 단체관광 버스가 명품 매장만 훑고 가는 구조가 아니라서다. 개별 자유여행객이 SNS를 통해 특정 브랜드와 팝업스토어, 식음료(F&B) 콘텐츠를 확인하고 직접 동선을 짠다. ‘목적형 쇼핑’이다. 유정현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최근 리포트에서 “외국인 매출 증가는 단순 트래픽 증가가 아니라 체험형 콘텐츠와 럭셔리 믹스 개선의 결과”라고 짚었다. “엔저 시기 일본 백화점이 경험했던 외국인 매출 구조와 유사한 흐름”이라는 오린아 LS증권 애널리스트의 설명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30% 늘어난 외국인 2130만명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선 관광객 수 예상치를 고려할 때, 올해 백화점 업계가 외국인 매출 1조원도 달성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이진협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바운드 모멘텀이 강화돼 백화점 성장률이 2026년 상반기 두 자릿수까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체관광 재개 가능성과 공항·시내점 시너지도 추가 호재로 꼽았다.

이런 흐름에 맞춰 백화점 3사는 저마다 외국인 모시기 전략을 펼친다.

롯데백화점은 그룹 인프라를 활용한 ‘록인 전략’에 방점을 찍었다. 외국인 전용 멤버십 카드를 통해 백화점·면세점·편의점·교통까지 혜택을 묶었다. 소비 동선을 계열 안에 가두겠다는 구상이다. 명동 일대 상권과의 연계 마케팅도 강화했다.

신세계는 점포별 특성화에 집중한다. 명동 본점은 초대형 럭셔리 거점, 강남점은 K푸드와 젊은 고객, 센텀시티점은 동아시아 관광객 등으로 세분화했다. ‘더 헤리티지’ 같은 공간 리뉴얼은 명품을 ‘더 명품답게’ 만드는 전략이다.

현대백화점은 더현대 서울을 앞세운 콘텐츠 전략이 강점이다. ‘신(新)명품’과 K패션 브랜드 등 차별화된 MD와 파격적인 공간 구성으로 MZ세대를 공략하는 중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K팝 IP(지식재산권), 팝업 전시, F&B를 결합해 ‘방문 자체가 목적’이 되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일각에선 외국인 매출 급증으로 시작된 구매력 반등세가 일 년 내내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온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도한 외국인 의존도는 리스크가 될 수도 있다”며 “환율과 외교 변수, 중국 경기 둔화 등 외생 변수에 취약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다운 기자 jeong.dawo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9호(2026.03.04~03.1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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