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수상자라고요?”… 광장에 선 여성들 모두가 ‘올해의 여성운동상’
2026.03.07 22:17
“성평등 민주주의가 빛의 혁명 완수하는 길”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하루 앞두고 한국여성대회가 7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서십자각에서 열렸다. 서십자각은 지난 12·3 내란 때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는 농성 천막이 빼곡히 들어찼던 곳이기도 하다. 1년 전 따뜻한 어묵과 커피를 나누던 천막들에서는 빵과 장미를 나누는 손길이 오간다. 넘실대는 보랏빛 미소는 덤이다. 서십자각 앞 횡단보도에서는 마주치는 찰나가 아쉬워 "좋은 날 보내세요"라는 인사가 울려퍼진다. 서로가 서로의 존재를 축하하는 오늘, 여성신문이 현장 부스의 이모저모를 기록했다.
현장에서 만난 여성들은 세계여성의 날의 의미를 다시 강조했다. 한국여성의전화 기획조직국장 도경은 활동가는 "한국여성의전화가 만들고자 하는 세상은 성평등한 사회, 여성폭력이 없는 사회,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사회"라며 "많은 시민들을 광장에서 만날 수 있어 설레는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곳을 찾은 시민들이 여성의제를 두고 애쓰는 활동가들이 많이 존재하고, 여성인권 활동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알아가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 부스에서는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알리는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무지개행동 관계자는 "차별금지법의 필요성을 시민들이 확인하고 서로가 연결돼 있다는 점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획한 프로그램"이라며 "차별금지법 제정은 평등으로 가는 시작인데, 국회가 그 시작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직무 유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커피차'가 광장을 찾은 이들의 목을 축여 주기도 했다. 전태일의료센터 건립위원회 사무국 임오윤 활동가는 시민들에게 홍보 책자를 나눠주며 음료를 건넸다. 그는 "남태령 트랙터 시위 이후 2주도 안 돼 20억 원의 후원이 한꺼번에 들어왔는데 그중 60~70%가 여성 후원자였다"며 "그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자 알맹상점 커피차와 함께 광장을 찾았다"고 말해 훈훈함을 전했다. 이어 "전태일의료센터 건립까지 여전히 200억 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일터에서 다치거나 병들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의료기관인 만큼 시민들의 지속적인 후원이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지난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였던 권영국 정의당 대표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권 대표는 "어제 전국노동자대회에서도 여성차별 문제가 주요하게 논의됐다"며 "여전히 우리 사회의 구조적 차별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안전 문제 역시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며 "바뀐 정권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과 구조적 차별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난 1월말 '생리대 가격' 지적 이후 한껏 바빠진 단체도 있었다. 여성환경연합 관계자는 "여성환경연합이 20년 넘게 생리대 가격과 안전성 문제를 제기해 왔는데,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 문제를 언급한 것은 의미 있는 변화"라며 "2004년 여성운동을 통해 생리대 부가가치세 폐지를 이뤄낸 이후 이어져 온 요구에 국가가 응답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곳은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는 농성 텐트가 설치돼 있던 곳"이라며 "빛의 혁명을 이룬 여성들과 함께하게 돼 더 의미가 깊다"고 전했다.
정치권에서도 성평등 사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발언이 나왔다.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은 "여성의 날은 모든 여성이 주인공인 날"이라며 "보다 나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여성과 남성이 함께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강민정 서울시교육감 후보(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는 "우리 사회에 성차별적 제도나 관행이 아직 많이 남아 있다"며 "특히 노동계에서의 임금차별이 구조적으로 해결되지 않고 있어 관련 정책이 꼭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올해 한국여성대회의 테마 중 하나는 '올해의 여성운동상'이다. 주최측은 이 상의 수상자를 특정 개인이 아니라 '윤석열 탄핵 광장에서 평등·돌봄·연대의 실천으로 성평등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한 여성들'으로 정했다. 내란의 종식을 외치며 거리에 나섰던 여성이라면 누구나 수상의 영예를 안을 자격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현장에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포토존이 마련돼 활동가들이 시민에게 꽃과 상패를 건네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시민들은 "제가 수상자라고요?"라며 웃음을 터뜨리면서도 활짝 웃으며 기념사진을 남겼다. '빛의 혁명'을 일군 여성들이 서로를 수상자로 호명하는 장면 속에서 서십자각이 잠시간 보랏빛으로 빛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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