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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준
김형준
‘왕의 자녀’ 서약부터 관계 맺기까지… 새 학기 믿음 동행

2026.03.07 03:01

새 학기 학생들과 함께하는 세 교회 이야기
그래픽=이지민

새 학기가 시작되며 아이들은 설렘과 긴장 속에서 세상의 유혹과 다양한 가치관을 마주한다. 한국교회는 이 새 학기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기 위해 학교 현장으로 들어가 아이들과 동행한다. 낯선 환경과 혼란스러운 가치관 속에 놓인 다음세대에게 필요한 것은 하나님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심어주며 외롭지 않도록 곁에서 지켜주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선에 선 아이들이 세상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믿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도록 돕는 사역의 현장을 소개한다.

흔들리는 시대 속… ‘왕의 자녀 서약식’

“선서, 나 OOO는 왕의 자녀로서 어디서나 하나님을 예배하고 무엇보다 말씀에 순종하며 언제나 기도에 힘쓸 것을 하나님과 교회 앞에서 엄숙히 선서합니다.”

분당우리교회 서현 중등부 1학년인 제갈하윤 지예율 박시온 정윤아 전솔인양이 지난 1일 교회에서 열린 ‘왕의 자녀 서약식’에서 두 손을 모으고 기도하고 있다. 분당우리교회 제공

새 학기 개학을 이틀 앞둔 지난 1일 경기도 성남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목사) 서현 중등부 예배실은 교복을 갖춰 입은 학생들로 가득 찼다. 하나님 앞에서 정체성을 다짐하는 ‘왕의 자녀 서약식’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15살 동갑내기 대표 학생 이예성군과 안채은양의 선창에 따라 모든 학생은 “왕의 자녀로서 정결하고 정의로우며 정직할 것”을 한목소리로 다짐했다.

중등부 허현 부목사는 “2017년부터 매년 새 학기마다 열리는 서약식은 학생들이 하나님의 자녀임을 잊지 않고 왕의 자녀라는 정체성을 품고 살아가겠다는 다짐을 선포하는 예배”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지난 3주간 ‘하나님 앞에서의 정결’ ‘세상 앞에서의 정의’ ‘나 스스로 앞에서의 정직’을 주제로 예배를 드려왔다. 이날 허 목사는 에베소서 5장 8절을 본문으로 “어디서든 하나님을 예배하고 말씀에 순종하며, 늘 기도함으로 살아가는 왕의 자녀들이 돼야 한다”고 권면했다.

예배에 참석한 학부모와 교사들은 학생들의 교복 재킷에 백합 모양의 ‘왕의 자녀 배지’를 달아주며 축복했다. 배지는 순결한 백합처럼 학교 현장에서 그리스도의 향기를 드러내는 존재로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하지온(13)군은 “교복 입은 내 모습이 어색하지만 학교생활이 기대된다”며 “오늘 서약한 것처럼 어디서든 하나님의 자녀라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말했다. 하군의 어머니 최다해(37) 집사는 “교복 입은 아들에게 직접 배지를 달아주니 마음이 뭉클했다”며 “부모로서도 자녀가 학교에서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기도로 함께할 것을 다짐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전했다.

중등부에서 9년째 사역 중인 김지애(51) 부장 집사는 “세상의 유혹이 거세질수록 서약식을 대하는 마음이 더욱 비장해진다”며 “아이들이 이번 서약식을 통해 확고한 정체성을 세우고 흔들릴 때마다 뒤에서 기도로 함께하는 부모와 교사들이 있음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음세대의 최전선, 교문 앞서 희망 쓰다

“일단 현장에 나가야 합니다. 반응하는 영혼은 반드시 있습니다.”

서울 은평교회 고등부 교사들이 지난해 10월 은평고 인근에서 학생들을 기다리며 기념촬영을 한 모습. 서울 은평교회 제공

서울 은평교회(유승대 목사) 중고등부 담당 김형준 목사는 매주 학교 교문 앞을 지킨다. 단출한 테이블과 현수막, 간식 꾸러미가 전부지만 그가 거둔 결실은 결코 작지 않다. 김 목사가 ‘학교 앞 전도’를 시작한 건 2023년이었다. 교회 다음세대 출석률 저하라는 냉정한 현실 속에서 그가 선택한 해법은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직접 찾아가는 것이었다. 김 목사는 1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재적 인원보다 실제 출석 비율이 50%도 안 됐다”며 “청소년이 되면 문자도 카카오톡도 잘 통하지 않고 만나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있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쇼핑백에 선물을 담아 홀로 학교 앞에 섰지만 지금은 교사 2명이 함께하는 팀 사역으로 발전했다. 핵심은 화려한 이벤트가 아니라 꾸준함과 관계 형성이다. 전도팀은 매주 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하루 두 곳씩 총 8개 학교를 순환하며 아이들을 만난다. 김 목사는 “매주 얼굴을 비추다 보니 아이들이 ‘교회에서 나왔구나’ 하고 인식하기 시작했다”며 “어느 순간부터는 아이들이 간식을 달라며 먼저 다가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교회에 처음 발을 들인 아이들을 위해 새가족반 시스템도 바꿨다. 딱딱한 교육 대신 함께 식사하며 마음을 나누는 방식으로 전환한 것이다. 김 목사는 교사들에게도 “수직적인 가르침보다 친밀한 관계가 먼저”라면서 “아이들이 교회를 편안하고 즐거운 곳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힘써 달라”고 당부한다.

이 사역의 가장 뚜렷한 열매는 숫자보다 사람이다. 2023년 학교 앞 전도로 처음 교회에 온 비신자 학생 10명 중 3명이 올해 스무 살이 돼 고등부 교사로 헌신했다. 김 목사는 “기독교 배경이 전혀 없던 아이들이 공예배에 빠짐없이 참석하며 신앙의 주역으로 성장했다”며 “사역 초반 80명대였던 주일 출석 인원은 지난해 말 100명을 회복했고, 연간 100여명의 새 친구가 등록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올해 새 학기를 맞아 김 목사는 전도팀을 확대·재편하며 더욱 적극적인 사역을 준비하고 있다. 김 목사는 학교 앞 전도를 망설이는 이들에게 “안 될 이유를 찾기보다 일단 현장으로 나아가라”고 조언한다. 화려한 성과보다 아이들과 맺어가는 관계 자체가 가장 큰 감사라는 김 목사는 “결단하고 현장에 서면 반드시 예비된 은혜와 열매가 있다”며 “반응하는 영혼은 반드시 있으니 그 시작점까지 용기를 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먹고 웃으며 자란다… ‘간식데이’의 힘

수정빛교회 청소년부가 최근 경기도 성남 교회에서 개학을 앞둔 학생들을 격려하는 ‘간식데이’를 열고 사역자와 학생들이 함께 떡볶이를 나누며 교제하고 있다. 수정빛교회 제공

개척 2년 차를 맞은 수정빛교회(주은석 목사)는 청소년부 ‘간식데이’를 통해 새학기 다음세대와의 관계 형성과 영적 성장을 끌어내고 있다. 교회 개척 초기 아이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시작된 이 사역은 이제 단순한 먹거리 나눔을 넘어 신앙 공동체를 세우는 핵심 프로그램으로 자리 잡았다.

청소년부를 담당하는 임완득 목사는 “함께 먹는 시간은 아이들의 마음을 여는 가장 자연스러운 통로”라며 “간식은 목적이 아니라 관계를 잇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간식데이는 매달 마지막 주일 예배 후 50분 동안 진행된다. 교사와 학생이 메뉴를 정하고 음식을 준비하며 자연스럽게 소통의 문을 연다.

최근 개학을 앞두고 열린 특별 간식데이는 영적 무장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 주제인 ‘예수님과의 동행’에 맞춰 오병이어 말씀을 나누며 나눔이 단순한 결핍 해소를 넘어 풍성한 교제로 이어진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임 목사는 “동행은 거창한 행사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 함께 먹고 웃으며 시작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장의 변화는 뚜렷하다. 음식을 함께 준비하고 나누며 서먹함이 사라진 아이들은 반과 학년을 넘어 서로 교제하기 시작했다. 임 목사는 이를 두고 “음식을 조리하는 시간이자 관계를 익혀가는 시간”이라고 표현했다. 교회는 앞으로도 간식데이를 바비큐 모임이나 또래 문화에 맞춘 다양한 행사 등 생활 밀착형 사역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교회 안의 관계가 학교와 일상으로 이어져 복음이 삶에 스며들도록 도우려 한다.

임 목사는 “작은 간식 한 끼에서 시작된 만남이 아이들의 삶 전체를 세우는 영성 훈련으로 이어지길 바란다”며 “돌봄과 나눔, 영성이 연결된 신앙의 여정을 실제 삶 속에서 계속 걸어가도록 돕는 것이 교회가 그리는 다음세대 비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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