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네 겹' 투자, 한국의 불안한 '3500억' 달러 투자 [4강의 시선]
2026.03.07 04:30
편집자주
요동치는 국제 상황에서 민감도가 높아진 한반도 주변 4개국의 외교, 안보 전략과 우리의 현명한 대응을 점검합니다.윤곽 드러난 일본 1·2호 프로젝트
탄탄한 금융 기반과 높은 실행력
한국, '실행인프라' 우려 논의 실종
탄탄한 금융 기반과 높은 실행력
한국, '실행인프라' 우려 논의 실종
지난 2월 17일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의 대미 투자 1호 프로젝트 3건을 직접 발표했다. 오하이오주 천연가스 발전소(330억 달러), 텍사스주 원유 수출 시설, 조지아주 인조 다이아몬드 제조 설비를 합쳐 총 360억 달러, 전체 5,500억 달러 투자 금액의 6.5%에 해당한다. 트럼프는 관세라는 특별한 단어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성과를 자랑했다.
그런데 1호 프로젝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의 실익은 불투명하다. 세 사업 모두 미국의 에너지 패권 강화와 공급망 자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오하이오 발전소는 9.2GW(기가와트)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 원유 시설은 미국산 수출 확대, 인조 다이아몬드는 중국 의존 탈피가 목적이다. 돈은 일본이 대고, 투자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다. 일본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구조가 1호 프로젝트에서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언급되는 2호 투자안에서는 변화가 감지된다. 유력 후보로 원자력 발전소 건설이 거론되는데, 핵심적 차이는 일본 기업의 기기 납품이 상정된다는 점이다. 1호가 미국의 쇼핑리스트였다면, 2호는 일본이 자국 산업의 이익을 끼워 넣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양국 정부는 3월 19일 미일 정상회담에 맞춰 발표를 조율 중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2월 20일 상호관세에 위법 판결을 내려 합의의 법적 전제가 흔들리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투자를 계속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러한 일본의 대미투자 추진계획에는 탄탄한 금융 기반이 자리 잡고 있다. 일본의 메가뱅크는 지난 20년간 근본적으로 체질이 바뀌었다. 1990년대까지 국내 예금으로 국내 기업에 대출해주는 로컬 금고에 가까웠던 이들은, 지금 해외 이익 비중이 40~50%에 달하는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변모했다. MUFG는 해외 이익이 이미 절반을 넘긴다. 수익의 원천도 예대마진에서 수수료, IB 업무, 자산운용으로 이동했고, 제조업의 해외 진출을 뒤따르던 보조자에서 M&A와 프로젝트 파이낸스를 주도하는 글로벌 금융 플레이어로 올라섰다.
이러한 메가뱅크를 JBIC(일본국제협력은행)와 NEXI(일본무역보험)가 서포트한다. 민간 은행이 홀로 감당하기 어려운 지정학적 리스크나 대규모 인프라 리스크를 정부계 금융이 융자보증과 보험으로 상쇄해주는 민관 일체형 구조다. 여기에 저금리 엔화의 풍부한 유동성이 미국 내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 에너지 시설에 직접 투입되는 장기 투자 금융의 밑천으로 공급되고 있다.
2024년 말 독일에 1위를 내주기까지 33년 연속 세계 최대 순채권국이었던 일본의 체력, 글로벌 투자은행으로 탈바꿈한 메가뱅크, 리스크를 분담하는 정부계 금융기관, 그리고 저금리 엔화까지, 네 겹의 기반 위에서 일본의 대미투자는 실행력을 높이고 있다. 플라자 합의 이후 40년에 걸쳐 무역대국에서 투자대국으로 체질을 바꿔온 일본이, 그 축적의 힘을 지금 꺼내 쓰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이다.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는 기회다’, ‘소형모듈원자로(SMR)로 교두보를 확보하자’와 같은 품목론은 넘치지만, 그 투자를 실행할 인프라의 부재를 정면으로 다루는 논의는 찾기 어렵다. 순대외금융자산 일본의 3분의 1, 대미 직접투자 누적액 10분의 1, 기축통화도 상설 스와프도 없는 나라에 3,500억 달러는 버겁다. 이대로라면 일본이 네 겹의 기반 위에서 실익을 챙기는 동안, 한국은 달러를 마련하러 동분서주하다 또다시 트럼프의 잽을 맞아야 할지도 모른다. 대미 투자가 본격화되면 무엇으로 이 거대한 자금을 움직일 것인지, 그 답이 보이지 않는 것이 가장 큰 우려다.
이창민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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