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터지면 무조건 사라더니”…중동 사태에도 금값 떨어지는 이유가
2026.03.06 22:57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충돌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가운데 대표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은 오히려 약세를 보이고 있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일부도 최근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며 ‘위기에는 금’이라는 공식이 힘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쟁 터졌는데, 왜 금 ETF는 ‘마이너스’일까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미국의 이란 공습 이후 이날까지 주요 금 ETF의 수익률은 1% 안팎의 상승 또는 하락을 기록하며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국내 금 ETF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ACE KRX금현물’은 0.89% 상승했고 ‘KODEX 금액티브’와 ‘SOL 국제금’도 각각 1.18%, 0.92% 올랐다.
반면 국제 금 선물 가격을 추종하는 ‘TIGER 골드선물(H)’과 ‘KODEX 골드선물(H)’은 각각 1.59%, 1.57% 하락했다. 미국과 이란 간 충돌이 발생하기 전보다 가격이 내린 셈이다.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 역시 7.51% 떨어졌다.
미국 상장 금 ETF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달 들어 ‘SPDR 골드셰어즈(GLD)’는 3.64%, ‘아이셰어즈 골드 트러스트(IAU)’는 3.58% 하락했다. 글로벌 악재가 발생할 때마다 자금이 몰리던 금 ETF들이 오히려 손실을 기록한 것.
금 ETF 수익률이 부진한 것은 국제 금 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싱가포르 국제선물시장에서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5134.60달러(약 756만 원)에 거래됐다. 이는 미국의 공습 직전인 지난달 27일(5247.90달러)보다 약 2.1% 낮은 수준이다. 통상 전쟁 등 지정학적 위기가 발생하면 금값이 상승했던 것과는 정반대 흐름이다.
◇美 기준금리 전망 변화와 달러 강세에 금값 눌렸다
금융투자업계는 금값이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 배경으로 크게 세 가지 요인을 꼽는다. 가장 큰 요인은 미국의 기준금리 전망 변화다. 전쟁 여파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된 것이다. 실제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지난달 말 이후 약 20% 상승했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 물가가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진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는 자산이기 때문에 금리가 높은 환경에서는 채권 등 금리형 자산에 비해 매력이 떨어져 가격에 하방 압력이 작용하기 쉽다.
달러 강세도 금값을 억누르는 요인으로 꼽힌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이날 99.068을 기록하며 최근 한 주 동안 1.31% 상승했다.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을 줄이고 현금성 자산인 달러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강해진 영향이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달러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 와중 자금이 다른 자산으로 이동하고 있진 않다”며 “시장에서 단기 현금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안전자산보다 ‘투자자산’ 성격 강해진 금
최근 금이 투자자산 성격을 강하게 띠게 된 점도 금값 상승을 제한한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값은 지난해에만 약 65% 올랐다. 과거에는 안전자산 수요가 금 투자 수요의 대부분을 차지했지만 최근에는 ETF 등을 통해 수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크게 늘었다.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 세계 금 ETF 보유량은 전년 동기 대비 222톤(t) 증가했다. 이는 같은 기간 중앙은행들의 금 매입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 가격이 일정 수준 상승하면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가격 변동성이 커지는 구조가 형성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옥지회 삼성선물 연구원은 “달러 강세와 국채금리 상승 여파에 귀금속이 크게 하락했다”며 “캐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지명으로 대폭락을 겪은 이후 안전자산 지위가 약화하면서 귀금속은 위험회피 재료보다는 통화정책 기대와 달러 강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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