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쏩시다” AI의 섬뜩한 제안…전쟁 도구 된 AI 괜찮을까[점선면]
2026.03.06 07:00
‘전쟁 AI’에 윤리적 비판 이어져
수많은 사상자를 낳은 미국의 이란 공습. 그 뒤엔 우리에게도 익숙한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가 있었습니다. 미군은 이번 작전을 준비하면서 클로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AI가 전쟁에도 깊게 관여하는 모습에 많은 이들이 불안을 느끼고 있습니다. 인간을 돕기 위해 개발된 AI가 인간을 ‘더 효율적으로’ 죽이는 데 이용되는 현실, 점선면이 짚어봤습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이번 전쟁은 ‘AI 전쟁’이라고도 불립니다. 미 중부사령부는 클로드를 정보 평가와 표적 추적, 목표물 식별, 전장 시나리오 시뮬레이션 등 전반적인 작전 계획을 짜는 데 활용했습니다. 위성 사진 등 여러 데이터를 바탕으로 “적 지휘관이 80% 확률로 A가옥에 은신 중이며, 인근 50m 내 민간인 거주 시설이 있어 정밀 타격이 필요하다”고 분석하는 식입니다. 미군은 공습 시작 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주요 목표물을 90차례 정밀 타격할 수 있었습니다.
전쟁에서 AI가 활용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많은 이들이 첫 사례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꼽습니다. 양국은 드론 운용과 통신, 지휘·통제 등에 AI를 활용했습니다. 드론이 AI로 표적을 자체 판단해 공격하는 기술도 등장했습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미국의 지난 1월 베네수엘라 공습에서도 AI가 쓰였고요. 하지만 앞선 전쟁들에서 AI가 보조적 수단에 머물렀다면, 이번 미-이란 전쟁에서 AI는 전쟁 준비·수행 등 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AI가 ‘효율적인 전쟁 도구’로 떠오르면서 많은 이들이 윤리적 문제를 제기했습니다. 크레이그 존스 뉴캐슬대 강사는 가디언에 “AI 무기는 어떤 면에선 사고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무엇을 공격할지에 대해 권고하고 있다”고 했어요. 2023년 유엔도 AI가 표적을 자체적으로 판단해 공격하는 ‘치명적 자율무기 시스템(Lethal Autonomous Weapon Systems)’의 위협에 국제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통과시켰습니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방산업체들도 AI를 접목한 전쟁 로봇 개발에 여념이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전쟁 로봇이 인명피해를 줄인다고 주장하지만, 로봇은 ‘죽이는 사람’을 대체하지 ‘죽는 사람’을 대체하는 건 아니라는 점에서 우려가 남습니다. AI가 국제법을 위반하거나 민간인 사살 등 잘못된 판단을 했을 때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고요. 예를 들어 이스라엘군이 쓰는 표적화 AI ‘라벤더’는 팔레스타인인 3만7000명을 암살 대상자로 분류했는데, 오인율이 10%에 이르렀습니다.
섬뜩한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 연구팀은 최근 AI 모델 3종(GPT-5.2, 클로드 소넷4, 제미나이3 플래시)에게 가상의 지정학적 분쟁 상황을 주고 시뮬레이션을 돌렸습니다. 그 결과 AI 모델들은 95%의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을 선택했습니다. 제미나이는 한 시나리오에서 “적이 작전을 즉시 중단하지 않으면 우리는 그들의 인구 밀집 지역에 핵 공격을 감행할 것”이라며 “함께 승리하든지 함께 멸망하든지 둘 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또 다른 문제는 강대국의 권력자들이 힘을 사용하는 데 점점 더 거리낌이 없어진다는 점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표적입니다. 미 국방부는 앤트로픽에 ‘클로드의 군사적 활용 범위를 전면 개방하라’고 요구했고, 앤트로픽은 ‘자국민 대규모 감시나 완전 자율무기에 활용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들어 반대했습니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앤트로픽을 “좌파 광신도”라고 비판하며 정부 계약을 중단하라고 지시했습니다. 미 국방부와 계약한 업체들이 클로드를 쓰지 못하도록 클로드를 ‘공급망 위험’으로 지정하라는 지시도 이어졌고요.
미국의 ‘AI 전쟁’ 위력을 본 중국과 러시아도 AI 군사화에 박차를 가할 수 있습니다. 중국 사이버 보안 전문 웨브레이의 윌리엄 웨이 부사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인터뷰에서 “AI의 군사화는 전체 산업의 경각심을 일깨운다”며 “중국이 기술 자립을 서둘러야 할 긴급성을 보여준다”고 했습니다. 중국의 기술 발전에 자극받은 미국이 또 AI 전쟁 기술을 고도화하고, 중국은 그에 맞서 다시 신기술을 개발하는 ‘AI 군비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는 겁니다.
다행히 아직 시민들 사이에서는 AI의 전쟁 도구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큽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앤트로픽을 탄압하자 클로드 이용자 수가 폭증해 한때 접속 오류까지 발생했습니다. 챗GPT 운영사인 오픈AI가 앤트로픽 대신 미 국방부와 계약을 맺자 ‘챗GPT 구독 취소 운동’이 대규모로 일어났고요. 구글과 오픈AI 직원 900여명은 “정부의 압박에 굴복하지 않겠다”며 앤트로픽에 연대하는 공개서한에 서명했습니다.
하지만 AI 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하면, 하루빨리 적절한 통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토니 어스킨 호주국립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2024년 한국 외교부·국방부가 주관한 간담회에서 “AI 시스템은 군인·정치인들이 자신을 ‘책임감 있는 행위자’로 인식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AI 시스템이 인간의 책임을 유지하는 방식으로, 인간 운영자와 상호 작용하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코앞에 들이닥친 ‘AI 전쟁’ 시대, 독자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일(월~금)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점선면>의 다른 뉴스레터가 궁금하시다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 https://buly.kr/AEzwP5M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트럼프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