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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빨리 오른다"…30년 만에 '가격상한제' 꺼내나[기름값 쇼크①]

2026.03.06 06:00

李대통령, 시중 유가 급등에 가격상항제 발동 지시
"국제유가 올랐어도 국내 가격에 반영될 시점 아냐"
"국민들은 사재기도 안하는데…혼란 주면 엄정대응"
상한제 발동한다면 30년 만에 처음…산업부 검토 중
석탄 최고가격 지정과 유사하지만 지역별 차등 둘듯
일단 시장 점검부터…가격 상승 지속되면 칼 빼들 듯
[서울=뉴시스] 홍효식 기자 = 지난 5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에 유가 정보가 표시돼 있다. 2026.03.05. yesphoto@newsis.com


[세종=뉴시스] 안호균 기자 = 미국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이후 시중 석유류 가격이 빠른 속도로 상승하자 정부가 '최고가 지정제'라는 칼을 빼들었다. 아직 국제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지 않았는데도 국내 주유소들이 선제적으로 과하게 가격을 올리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가 상한제가 발동된다면 지난 1997년 석유제품 가격 완전자유화 이후 약 30여년 만에 정부가 시장가격에 한도를 설정하는 조치가 된다. 하지만 석유류 제품 가격은 지역마다 천차만별이고 인접한 지역이라도 주유소마다 원가구조가 달라 일률적인 가격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시중 주유소의 가격 움직임과 국제유가 동향 등을 좀 더 지켜보면서 가격 안정 조치를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6일 정부 등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5일 국무회의에서 유류 가격 급등과 매점매석·폭리를 막기 위해 석유류 '최고가격(최고가)'을 지역·유종별로 신속 지정할 것을 관계부처에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들이 느끼기에는 (유가가) 오를 때는 엄청 빨리 오르고 내릴때는 천천히 내리는 것 같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국제유가 상승이 있긴 하지만 그게 국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는 상태이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실제 영향을 미쳐서 가격이 조정되는 것이면 이해할 수 있는데, 오를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고 소비가격 자체가 폭등하는 건 국가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용해 자기 이익만 보겠다는 태도지 않은가"라며 "우리 국민들은 사재기도 안하실만큼 시민의식 수준이 높은데, 이런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벌겠다고 혼란을 주는 것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후 기준 전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34.3원으로 1800원을 돌파했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도 리터당 1889.1원까지 올라 1900원대 진입을 앞두고 있다. 경유 가격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서울 평균 경유 가격은 리터당 1895.2원으로 전날보다 약 100원 오르며 휘발유 가격을 앞질렀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618tue@newsis.com


실제로 중동 사태 발발 이후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급등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 경유 리터당 평균가격은 지난달 28일 1598월에서 전날 1830원으로 14.5%나 급등했다. 서울 지역 경유 가격도 1664원에서 1895원으로 13.9% 상승했다.

또 같은 기간 전국 주유소 휘발유 리터당 평균 가격은 1693원에서 1834원으로 8.3%나 올랐고,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가격은 1750원에서 1889원으로 7.9% 뛰었다.

물론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 이후 국제유가가 급등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유가가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데는 약 2주 정도의 기간이 걸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원가가 오르기도 전에 업계가 급격한 가격 인상에 나섰다는게 정부의 인식이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전날 국무회의에 이어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최근 석유류 등 일부 업종에서 국가적 위기 상황을 틈 타 과도하게 가격을 인상해 개인적 이익을 추구하는 행위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상황은 안정적이며, 특히, 우리나라는 국제 권고기준을 크게 상회하는 충분한 석유비축량을 보유하고 있다"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감안할 때, 아직 국내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산업통상부 등 관계부처는 석유사업법(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상 석유판매가격의최고액 지정을 신속히 검토해 주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2026.03.05. photocdj@newsis.com


정부는 지난 1997년 전까지는 석유 정제업자, 수출입업자, 판매업자 등에 적용되는 최고가격을 통제해 왔다. 하지만 석유제품 가격 완전자유화 조치가 시행된 1997년 이후에는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가격 상한을 설정한 적은 없었다.

그동안 주로 정부의 가격 안정책은 주로 판매가격 공개(오피넷)나 알뜰주유소 등 시장 경쟁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유가가 급등하는 상황에서는 유류세 인하 등 소비자 부담을 낮춰주는 조치를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현행법에는 유가 급등 시 가격 상한을 정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남아 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23조는 석유의 수입·판매 가격이 현저하게 등락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는 경우 산업부 장관이 석유정제업자, 석유수출입업자, 석유판매업자의 석유 판매 가격 최고(저)액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지금도 에너지 제품에서 이런 형태의 가격 상한제가 시행되고 있는 사례가 바로 석탄과 연탄이다. 정부는 석탄산업법 규정에 따라 석탄의 최고가격, 연탄의 공장도가격, 연탄의 판매소가격 등의 최고가격을 지정·고시하고 있다. 판매가격은 공장도가격에 운송비와 판매 수수료 등을 더해 산정한다. 판매업자는 최고가격 이하에서만 판매 가격을 정할 수 있다.

[호르무즈=AP/뉴시스]2023년 5월 19일(현지 시간) 호르무즈 해협에서 대형 컨테이너선 등이 항행하고 있다. 2026.03.05.


만약 석유류 최고가격 지정이 발동된다면 석탄과 비슷하지만 지역별·유종별로 차등을 두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은 석유제품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하면서 "전국 단위 일률 적용이 어렵다면 지역별이나 유종별 방식 등 현실적인 방법을 찾아 신속히 최고가격을 지정해 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석유 제품의 경우 가격 구조가 석탄에 비해 훨씬 복잡하다. 지역별로 가격 차이가 클 뿐 아니라 주유소마다 인건비, 임대료 등의 원가구조도 크게 다르다. 같은 서울 지역이라도 강남구 논현동의 한 주유소의 리터당 휘발유 가격은 2500원이 넘지만 강서구 화곡동의 한 주유소 가격은 1740원 수준이다.

이 때문에 지역별 가격 상한선을 설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최고가격을 지정할 경우 공급이 축소되는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주유소 업계가 반발할 우려도 있다.

정부는 우선 재경부·산업부·공정거래위원회·국세청·경찰청·지방정부 등 관계기관이 협업해 시장 점검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월 2000회 이상 특별기획검사를 실시해 가격 관련 불공정 행위가 있을 경우 엄단에 나설 예정이다. 업계가 자발적으로 가격 상승을 자제하는게 최선이다.

하지만 시장 가격 상승세가 잦아들지 않거나 중동 정세 불안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직접 가격에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에너지 업계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의 무력 충돌이 전면전 수준으로 확대되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현재 배럴당 75~80 달러 수준인 국제유가가 100달러를 넘어설 위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지금은 단기간에 주유소들이 너무 가격을 빨리 올린 상황이기 때문에 시장 상황과 국제유가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TF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2026.03.05. sccho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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