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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의 새 지도자 모즈타바…저항의 상징인가, 균열의 시작인가

2026.03.06 05:06

[전문가 긴급 인터뷰]김덕일 실장·백승훈 연구원
"공식직함 없는 비선실세…혁명수비대가 뒷배"
父子세습, 혁명 명분 충돌…"스스로 정체성 훼손"
"가족 모두 잃은 모즈타바, 저항의 상징될 수도"
"순교만으로 전쟁 못 이겨"…내부 균열 등 변수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등장했다. 이란 당국의 공식 발표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외신들은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차기 최고지도자로 선출됐다고 전했다.

이번 공습으로 부친과 가족을 잃은 그가 이란의 새 지도자로 올라선다는 것은 단순한 권력 승계를 넘어 이란 체제의 향방을 가르는 중대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모즈타바의 등장을 두고 “저항의 서사가 강화될 수 있다”는 시각과 “순교만으로 전쟁을 이길 수 없다”는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알리 하메네이 전 최고지도자의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 (사진=네팔 국제협력연구소)
이데일리는 5일 김덕일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과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을 인터뷰했다. 김 실장은 서울대 국제대학원 국제학 석사를 거쳐 대한민국 정부 국비유학생으로 선발돼 튀르키예 보아지치대에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중동 정치경제 전문가다. 백 연구원은 영국 더럼대에서 국제관계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중동 안보 전문가로, 현재 국립외교원 협력교수와 국가정보원 중동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다.

모즈타바는 누구인가…공식 직함 없는 ‘비선 실세’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그간 공식 직함 없이 이란 혁명수비대 산하 바시지 민병대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해온 인물이다. 두 전문가 모두 그를 ‘비선 실세’로 규정했다.

김덕일 실장은 모즈타바의 선출 과정에서 정통성 문제를 제기했다. 이란의 최고지도자는 이슬람 법학자(파키흐)여야 하며 전문가 위원회 소속 법학자 88명의 선출로 결정된다. 모즈타바가 법학자 자격은 갖추고 있지만, 김 실장은 “호메이니 같은 1세대 최고지도자에 비해 학문적 정통성이나 종교적 정당성 면에서 급이 떨어진다”고 평가했다.

그는 “전문가 위원회가 순수하게 종교적·학문적 기준으로 선출했다면 모즈타바가 뽑히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혁명수비대와의 오랜 연계와 정보부와의 친분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백승훈 연구원은 “모즈타바는 이미 미국과 이스라엘의 제거 대상 명단에 올라 있던 인물”이라고 전했다.

부자 세습의 역설…혁명이 왕정을 닮아간다

모즈타바의 선출은 이란 이슬람 혁명의 명분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979년 이슬람 혁명의 핵심 명분 중 하나가 팔레비 왕조의 세습 왕정 타도였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부자 세습으로 가는 것은 이슬람 공화국 스스로 정체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혁명수비대와의 밀착은 더욱 강화될 것이고 강경 노선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덕일(왼쪽)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중동·이슬람센터 정치·경제연구실장과 백승훈 한국외대 중동연구소 전임연구원 (사진=본인 제공)
‘카르발라 서사’의 귀환…순교자의 아들이 갖는 상징성

이번 공습으로 모즈타바는 부친 하메네이와 배우자, 자녀를 모두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백 연구원은 이 지점에서 시아파 특유의 역사적 서사가 작동한다고 분석했다.

시아파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위 알리의 혈통을 정통 지도자로 믿으며, 알리의 아들 후세인이 카르발라 전투(680년)에서 수니파 우마이야 세력에 의해 일가족이 학살당한 역사를 신앙의 핵심 서사로 삼는다. 매년 아슈라 축제를 통해 이 순교를 기린다. 백 연구원은 “가족을 모두 잃은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로 서는 순간, ‘미국이 하메네이를 제거하면 끝날 것으로 생각했겠지만 그의 아들이 살아있다’는 저항의 상징이 만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슬람 혁명의 명분 중 하나가 왕위 세습 타파였던 만큼 부자 세습에 대한 내부 반발도 있지만, 가족 전체를 잃은 비극이 그 반발을 상쇄하는 정치적 서사로 기능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순교만으로 전쟁을 이길 수 있을까”…내부 균열 변수

반면 김 실장은 순교 서사의 동원력에 한계가 있다고 봤다. 그는 “순교만으로 전쟁을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해서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이란 혁명수비대 내부의 균열 가능성을 근거로 들었다. 최고 지휘부가 잇따라 제거되면서 명령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드론 발사가 명령이 제대로 전달이 안 돼서 나가는 거 아니냐는 얘기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란 국내 여론이 단일하지 않다는 점도 짚었다. 김 실장은 “이란 국영 방송이 애도 분위기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이란 시민 다수가 현 체제를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은 지난 수년간의 시위에서 이미 확인됐다”고 말했다. 이란 지도부 내의 균열, 시민사회의 이반, 경제 붕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상황에서 순교 이데올로기의 동원력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아버지 죽인 적과 대화?…협상 가능성은 ‘불투명’

모즈타바 체제 하에서 미국·이스라엘과의 협상 가능성에 대해 두 전문가 모두 회의적이다. 김 실장은 “아버지를 죽인 상대와 대화에 나서는 것은 일반인도 쉽지 않은 일”이라며 “개혁이나 서방과의 대화 노선으로 가기는 당분간 어렵다”고 봤다.

백 연구원은 모즈타바가 여전히 암살 대상 명단에 올라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트럼프가 모즈타바를 추가 공습의 타깃으로 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모즈타바가 차기 지도자로서 정치적 생존에 성공한다면 이란의 저항이 약화되기는커녕 종교적 서사로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지난 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미국과 이스라의 미사일 공습 후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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