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국장에 3배 베팅…복귀 망설이는 서학개미 왜?
2026.03.05 21:47
[디지털투데이 오상엽 기자] 최근 국내 증시 호황에도서학개미들은 복귀대신 미국 증시에서 한국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를 담는 쪽을 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최근 중동 사태로 인한 달러 강세까지 겹치면서서학개미들의 환차익 기대감마저 커져 정부 정책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490.36포인트(9.63%) 급등한 5583.90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 12.06%라는 기록적인 낙폭을하루 만에 반발 매수세가 강하게 유입되며 지수 낙폭을 상당 부분 만회했다.
국내 증시가 하루 만에 폭락과 급등을 오가는 극심한 변동성을 겪는 가운데서학개미들이 자금을 국내로 돌리지 않고 복귀를 망설이는 주요배경에는 강달러가 자리 잡고 있다.
중동 사태가 국내 증시에는 불안 요인으로 작용해 지수를 흔들었지만반대로 외환시장에서는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를 밀어 올리며 미국 주식 투자자들에게 든든한 환차익 방어막을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군사적 충돌이 격화되면서 원·달러 환율은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거래 종가 기준 1476.2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야간거래에서는 장중 한때 1500원을 돌파하기도 하며 외환시장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됐다.
환율 급등은 미국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환차익을 안겨준다.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 주가 변동이 없더라도 달러 자산의 원화 환산 금액이 상승하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액이 253조원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고환율 방어 수단으로 달러를 계속 보유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결과다.
이런 상황에서 서학개미의 자금 환류를 위한 핵심 유인책인 국내 복귀 계죄(RIA)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2월27일 열릴 예정이던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 일정이 취소되면서 관련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 논의는 무기한 연기됐다.
RIA는 해외 주식 매도 대금을 국내 주식에 장기 투자할 경우 양도소득세를 최대 100% 감면해주는 제도다. 재정경제부는 당초 2월 임시국회에서 법안을 처리해 1분기 내 계좌를 즉각 출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월 중순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법안이 현재까지 계류되면서 본회의 처리가 3월 말 이후로 밀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입법이 2분기로 넘어갈 경우 적용 기한인 2026년 12월31일까지 실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은 6개월 안팎으로 쪼그라든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협회는 증권사들에게 사전 홍보 마케팅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으며증권사들이 준비했던 프로모션 전략도 대기 상태에 머물러 있다.
제도 도입이 지연되는 동안 코스피는 기록적인 랠리를 펼치기도 했다. 지난달 25일 코스피지수는 6022.70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6000선을 돌파했다.
하지만 서학개미들은 원화로 국내 주식을 직접 매수하는 대신, 달러를 유지한 채 미국 증시에서 한국 증시 상승에 투자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수요가 몰린 대표적인 상품은 아이셰어즈 MSCI 사우스코리아(EWY)와 디렉시온 데일리 MSCI 사우스코리아 불 3X 셰어즈(KORU)다. KORU는 MSCI 한국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최근 1년 수익률이 863.65%를 기록하며 나스닥100(QQQ) 수익률을 크게 압도했다.
2월 마지막 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은 KORU를 738억5790만원(5132만9420달러), EWY를 51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4일(현지시간) 기준으로도 증권사 계좌 수익률 상위 1% 투자자들이 이들 종목을 집중적으로 사모은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자들이 우회 방식을 고집하는 데는 세제보다 환율과 레버리지 매력이 크게 작용한다. 미국 주식 계좌를 통해 해외 상장 ETF를 매매하면 연간 250만원을 초과하는 차익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반면 국내 주식 직접투자는 매매차익 비과세 혜택이 주어진다. 그럼에도 서학개미들은 세금 납부를 감수하면서 한국 증시의 변동성 장세 속 수익 기회와 강달러에 따른 환차익을 동시에 챙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제도 도입 시점과 시장 상황의 괴리가 커지면서 정책 유인 효과가 떨어졌다고 분석한다. 정책 논의가 시작된 시점과 비교해 코스피가 이미 급격하게 올라버린 탓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RIA를 통해 저가 매수할 기회를 놓쳤다는 것이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시장의 구조적 신뢰 회복 없이는 세제 혜택만으로 투자자들을 돌려세우기 어렵다"며 "돈은 항상 더 높은 수익이 기대되는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국내 시장이 진짜 '투자할 만한 곳'이라는 신뢰를 회복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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