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 만에 140원 올린 정유업계, 대통령 경고에 '멘붕'
2026.03.06 04:31
가격상한제 검토 방침에 '촉각'
주유소업계는 '가격상한제' 환영
"가격 인상은 정유사 공급가 때문"
이재명 대통령이 미국·이란 전쟁 이후 석유가격 급등에 '가격상한제' 카드를 꺼내며 적극적인 시장개입을 지시하자 업계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정유사는 숨죽이며 대응책 마련에 골몰하는 반면, 주유소 업계는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5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리터 당 1,834.32원으로 집계됐다. 전국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은 건 2022년 8월 12일(1,805.9원) 이후 3년 7개월 만이다.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난달 28일(1,692.89원) 이후 일일 상승폭이 3.0원(3월 1일)→6.18원(2일)→20.97원(3일)→54.44원(4일)→56.84원(5일)으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서울 평균 휘발유 가격도 전날보다 31.8원 오른 1,874.4원이다. 이대로라면 1,900원 돌파는 시간문제다.
경유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전국 평균 가격은 하루 새 리터 당 1,800원대에 진입했고, 서울은 1,865.4원까지 뛰었다. 국제유가가 올라도 국내 시세에 반영되려면 약 2주의 시차가 존재하는데 갑자기 너무 많이 올랐다는 게 정부 시각이다.
정유업계는 호르무즈해협 봉쇄라는 특수성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달부터 국제유가가 우상향해 가격 인상 요인이 없지는 않았다. 두바이유는 지난달 1일 배럴당 64.98달러에서 전쟁 발발 전날(27일) 71.24달러로 9.6% 올랐고, 같은 기간 브렌트유(66.30→72.48달러)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62.14→67.02달러)도 10% 안팎 상승했다.
여기에 전쟁이란 돌발 변수가 시장에 충격을 줬고,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확실성까지 겹쳤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가격 인상은 명약관화인데 물량 확보가 불확실하고 유통 단계별로도 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며 "일반 소비자들도 평소 주유를 미루거나 절반만 채우다 미리, 빨리, 가득 채웠다"고 말했다.
주유소 걱정한 정유사... 주유소는 "정유사가 문제"
또한 설 연휴와 삼일절 연휴가 있어 여행이나 나들이 수요를 예상한 주유소들이 저장탱크 여유가 있으면 미리 채우고, 급유도 이전보다 빈번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런 이유로 회전 주기가 빨라져 예상보다 가격이 급등했다는 것이다. 정유업계는 "전국 주유소 1만700여 개 중 정유 4사가 운영하는 직영은 5% 수준인 580개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인사업자(자영업자)가 개별 운영해 가격 통제는 불가능하다"며 "특히 주유소 영업이익률이 최근 2% 초반까지 악화해 가격상한제를 도입하면 더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정유업계의 걱정과 달리 주유소업계는 '가격상한제'를 환영했다. 정책에 따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공급받는 알뜰주유소로 인해 나머지 주유소들이 어려움이 큰데, 가격 고시제처럼 상한 가격을 공개하면 부작용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최근 가격 인상도 정유사 책임을 주장한다. 정유사가 공급하는 가격에 주유소는 일정 마진을 붙여 판매하는 구조인데, 정유사가 공급가를 즉각 올리면 주유소는 어쩔 수 없이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주유소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가격결정권을 가진 정유사가 가격을 올리고, 주유소가 온갖 비판을 받는다"고 억울해했다. 차라리 상한 가격이 정해지면 정유사도 눈치를 보면서 주유소에 공급가를 지금보다 덜 올리게 돼 유통 구조도 개선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정부 6일부터 단속... 인상 자제 당부
산업통상부는 가격 급등이 국민 부담과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이날 정유사와 주유소 업계를 만나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다. 석유관리원은 6일부터 불법 석유유통 위험군 주유소를 대상으로 특별기획검사도 실시한다. 수급 상황 불일치, 과다·과소 거래, 소비자 신고가 많은 주유소 등을 고위험군으로 선정해 집중적으로 점검한다. 단속은 비노출 검사 차량을 활용한 암행 점검 방식으로 월 2,000회 이상 실시할 예정이다.
산업부는 에너지 수급 우려가 커지자 5일 오후 3시부로 석유·가스에 대해 '관심' 단계의 자원안보 위기경보도 발령했다. 가스는 세 차례 전례가 있지만 석유에 대한 위기경보 발령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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