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실적왕’ 못 오를 나무 아니다…삼성전자 ‘영업이익 300조’ 시나리오
2026.03.04 21:01
이 같은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삼성전자는 글로벌 ‘실적 왕’에 오른다. 빅테크 가운데 영업이익 1위로 꼽히는 엔비디아를 넘어선다는 의미다. 블룸버그 컨센서스 기준 엔비디아의 2027년 영업이익 추정치는 2182억달러(약 316조원)다.
과거에도 반도체 호황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과는 성격이 달랐다. 메모리 가격이 급등해도 이익 규모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었다. 2018년 슈퍼사이클 당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59조원 수준에 그쳤다.
글로벌 ‘실적 왕’ 추정 배경에는 메모리 반도체의 구조적 변화가 있다. 인공지능(AI) 가속기의 연산 성능을 좌우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선택이 아닌 필수 부품으로 자리 잡았다. 단순 부품을 넘어 빅테크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전략 자산’인 셈이다. AI 패러다임이 멈추지 않는 한 HBM 수요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글로벌 IB의 시각이다. 여기에 공정 고도화의 역설도 메모리 병목 현상을 키우고 있다. 반도체 생산라인이 한정된 상황에서 HBM 비중이 커지며 범용 D램 생산량이 줄었다. 범용 D램 공급 부족 → 가격 상승으로 이어졌다. 메모리 반도체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D램 생산량이 가장 많은 삼성전자가 최대 수혜처로 떠오른 이유다.
1분기 서버용 DDR5 가격 2배 뛴다
글로벌 IB의 논리는 명쾌하다. 메모리 반도체가 전례 없는 공급 부족 상황이란 설명이다. 특히 과거 사이클과 달리 오르내림이 없는 초장기 호황 국면이란 점을 강조한다. 슈퍼사이클의 원동력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반도체 사이클의 핵심 동인(driving force)은 소비재였다. 최종 소비재의 대중화나 교체 주기에 맞춰 슈퍼사이클이 도래했다. 예를 들어 2000년대 초중반은 PC 보급 확대와 인터넷 개막이 주도했다. 개인용 PC가 자리를 잡으며 D램 수요를 유인했다. 2010년대 초반 역시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혁명과 맞물려 슈퍼사이클이 시작됐다. 세트 제조사의 생산량 확대가 메모리 반도체 호황으로 이어졌다.
소비재 중심 슈퍼사이클은 명확한 한계를 보였다. 극심한 변동성이다. 시장 흥망성쇠가 최종 소비자 구매 행태에 따라 결정되는 탓이다. 일례로 2010년대 초반 슈퍼사이클을 살펴보자. 소비자들의 피처폰 → 스마트폰 교체 수요 확대를 확인한 세트 제조사는 공급 물량 경쟁을 펼쳤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는 공격적인 설비투자(CAPEX)에 나섰다. 공급 물량을 확대하고 보니 스마트폰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였다. 증설로 늘어난 물량은 곧 악성 재고로 이어졌다. 재고를 털어내려는 ‘치킨 게임’이 벌어졌다. 결과적으로 슈퍼사이클은 공급 시차 → 공급 과잉 → 치킨 게임 → 반도체 가격 급락·감산 악순환 구조로 막을 내렸다.
반면 지금의 슈퍼사이클은 이전과 다르다. 소비재가 아닌 AI를 둘러싼 빅테크 패권 경쟁이 핵심 동인이다. HBM과 서버용 DDR5 등 메모리 반도체가 일종의 ‘전략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일단 ‘구매하고 보자’는 심리가 빅테크 사이에 만연하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입에서 ‘메모리 병목 현상’이 반복해 언급될 정도다.
이는 메모리 가격 구조도 바꿔놓았다. AI 수요 확산으로 HBM 비중이 빠르게 커졌지만, 반도체 생산라인은 한정돼 있다. 같은 웨이퍼에서 HBM과 범용 D램을 동시에 무한정 늘릴 수는 없다. 고부가 HBM 생산이 늘어날수록 범용 D램 생산 여력은 자연스럽게 줄어든다. HBM 수요 증가가 곧바로 범용 D램 공급 축소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 때문에 서버용 DDR5를 포함한 범용 D램 전반에서 공급 부족 → 가격 상승 압력이 발생한 배경이다.
글로벌 IB는 현재 반도체 시장을 단순 슈퍼사이클이 아닌 ‘구조적 대변혁기’로 표현한다. 공급 확대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병목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가격 지표는 이를 그대로 반영한다. 모건스탠리는 2026년 1분기 서버·소비자용 DDR5 D램 고정거래가격(ASP)이 전 분기 대비 100%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슈퍼사이클 국면에서도 분기 기준 20% 안팎의 상승에 그쳤던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수준이다. 모건스탠리는 “중국 클라우드서비스제공업체(CSP)들이 웃돈을 주며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가격 상승이 투기적 요인이 아닌 수요 기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노무라증권 역시 2026년 1분기 D램 가격 상승률을 90%로 예상했다. 연간 기준 예상치를 내놓은 씨티증권은 2026년 D램 ASP 171% 상승을 내다봤다.
이 같은 국면은 장기 지속될 전망이다. 홍콩계 증권사 CLSA는 2월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8년까지 메모리 시장이 ‘만성 공급 부족’ 상태일 것으로 분석했다. 2026년 AI 인프라 기업의 설비투자 증가율이 65%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신규 팹 가동과 장비 도입 속도를 고려하면 2028년 이전에 의미 있는 공급 확대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CLSA는 “이번 사이클이 역사상 가장 긴 사이클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2월 9일 보고서에서 2026년 D램 공급 부족률 전망치를 3.3%에서 4.9%로 상향 조정하며 “지난 15년간 데이터 중 가장 심각한 공급 부족률”이라고 말했다.
HBM뿐 아니라 범용 D램 가격 전반이 동반 상승하는 환경에서 삼성전자가 구조적 최대 수혜처로 꼽힌다. 생산 능력이 가장 앞서기 때문이다. 2025년 기준 삼성전자의 300㎜ 웨이퍼 환산 D램 생산량은 약 817만5000장으로 추산된다. SK하이닉스(639만장)의 1.2배, 마이크론(360만장)의 2.2배에 해당하는 규모다. 공급이 제한된 시장 환경에서 물량을 가진 기업의 가격 협상력과 이익 레버리지는 동시에 커질 수밖에 없다.
수율 과제…단기 점유율 확대는 ‘글쎄’
상대적으로 뒤처졌다고 평가받던 HBM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HBM3E 시장에선 주도권을 잡지 못했다. 수율이나 엔비디아 등 주요 고객 인증 지연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HBM4를 기점으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12일 삼성전자는 12일 HBM4를 양산 출하했다고 밝혔다. 양산 시점만 놓고보면 메모리 반도체 3사(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중 가장 빠르다.
3사 중 가장 앞선 첨단 공정을 적용하는 승부수도 눈에 띈다.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10나노급 5세대(1b) D램 공정을 HBM4에 활용하는 반면, 삼성전자는 1b를 건너뛴 1c D램 기반 HBM4를 적용했다. 10나노급 D램 공정 기술은 ‘1x(1세대)·1y(2세대)·1z(3세대)·1a(4세대)·1b(5세대)’ 순으로 개발된다. 6세대인 1c 공정은 선폭이 좁아 공정 난도가 높은 대신 용량과 성능 향상폭이 상대적으로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전자는 자사 HBM4 동작 속도가 11.7Gbps라고 설명했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은 “삼성전자 HBM4는 기존에 검증된 공정을 적용하던 전례를 깨고 1c D램 같은 최선단 공정을 적용했다”며 “공정 경쟁력과 설계 개선을 통해 성능 확장을 위한 여력을 충분히 확보, 고객의 성능 상향 요구를 적기에 충족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도 이 지점을 주목한다. 노무라증권은 “(삼성전자 HBM4는) 1c 공정을 적용해 생산 원가는 높지만 경쟁사 대비 성능이 우수하다”며 “일부 고객이 11.7Gbps를 넘어서는 고속 HBM4를 요구하고 있으나 해당 사양을 공급할 수 있는 물량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고속 HBM4에는 30~40% 수준의 가격 프리미엄이 형성될 수 있다”는 평가를 덧붙였다.
노무라증권은 HBM4 시장에서 삼성전자 점유율이 확대될 것으로 봤다. 출하 증가율 전망치도 상향 조정했다. 2026년 HBM 출하 증가율 전망치를 144%(전년 대비)로 제시했다. 기존(112% 증가) 전망치를 크게 상향 조정한 것이다.
이익 구조 변화도 예상된다. 노무라는 2027년 삼성전자 D램 영업이익(237조원) 가운데 HBM(46조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약 20%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26년 예상치(8.6%)와 비교하면 2배 가까이 HBM 비중이 커진단 것이다. 고속 HBM4 프리미엄이 확실한 만큼 이익 기여도가 빠르게 개선되는 구조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다만 한편에서는 삼성전자 HBM4를 향한 신중론도 나온다. CLSA는 삼성전자의 HBM4 양산 출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1c 공정의 수율이 아직 충분히 안정화되지 않았다는 우려다. 이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점유율 확대에 제약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다. 반면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이 활용하는 1b D램 공정은 HBM3E 등에 적용돼 수율이 안정화된 상태다. 두 기업의 1b D램 공정 수율은 8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CLSA는 이러한 격차를 근거로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약 55%의 점유율을 유지하는 가운데 삼성전자(25~30%)와 마이크론(20%)이 나머지 물량을 두고 경쟁하는 구도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최창원 기자 choi.changwon@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49호(2026.03.04~03.10일자) 기사입니다]
[Copyright (c) 매경AX.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