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조원 규모` 이란 내 가상자산, 공습 이후 해외로 엑소더스
2026.03.05 07:23
자국내 거래소서 하루 최대 30억원 유출…평소보다 9배 늘어
"개인 자산 인출, 정부기관도 美제재 피해 결제용도로 활용"[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미국과 이스라엘의 전격적인 대(對)이란 공습으로 인해, 혼란기마다 자금 저장과 송금 수단으로 시민과 정부기관들이 활용해 온 이란 내 78억달러(원화 약 11조4100억원) 규모의 가상자산시장에 대한 관심이 다시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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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이널리시스는 공습이 시작된 뒤 가장 유출이 많았던 1시간 동안 이란의 가상자산 거래소들에서 약 230만달러(원화 약 33억6000만원)가 빠져나간 것으로 분석했다. 이는 평시 평균 시간당 유출액보다 873% 많은 수준이다. 자금은 해외 플랫폼, 다른 국내 거래소, 그리고 상당 부분은 정체가 확인되지 않은 ‘기타 지갑(other wallets)’으로 이동했다.
체이널리시스는 “가상자산 지갑 주소는 가명으로 블록체인에 일련의 문자와 숫자로 기록돼 있어 거래 배후를 파악하기 어렵다”고 전제하면서도 “이런 흐름 중 일부는 위험 증가에 대응해 자금을 이동하는 일반 이란인들이고, 다른 일부는 거래소가 유동성을 재조정하거나 온체인 운영의 가시성을 줄이려고 하거나, 주류 플랫폼을 활용해 자금을 이체하려는 정부기관일 수 있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엘립틱도 이란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노비텍스(Nobitex)에서 이란에 대한 첫 공격 직후 유출이 700% 급증했다고 밝혔다. 엘립틱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시간당 최대 유출액은 289만달러로, 전날의 35만8000달러와 비교해 크게 늘었다. 사용자 수가 1100만명 이상인 이 거래소는 이란 군과 연계된 금융 활동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엘립틱은 덧붙였다. 엘립틱은 “초기 추적 결과 자금이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로 송금되고 있음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잠재적으로 이란으로부터의 자본 이탈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분석업체인 TRM랩스(TRM Labs)의 글로벌 정책·정부업무 총괄인 아리 레드보드는 “우리가 이란에서 목격한 것은,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합법적인 이용자들이 가상자산을 생명줄처럼 활용하는 모습인 동시에, 이란 정권이 미국과 서방 제재 회피를 위해 대규모로 가상자산 인프라를 이용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는 체계적인 자본 이탈의 증거라기보다는 스트레스를 받는 활동을 더 잘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이란의 가상자산시장은 빠르게 성장해 왔으며, 이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 때문에 면밀히 관찰되고 있다. 이 같은 거래 증가세는 지난해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과 두 자릿수 물가 상승률이라는 배경 속에서 나타났다. 이는 부분적으로 국제 제재로 인해 초래된 심각한 경제 위기의 일부다.
앞서 엘립틱은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이란 중앙은행이 통화 위기를 완화하고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1년 동안 5억달러가 넘는 달러 연동 디지털자산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체이널리시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에는 이란 군 조직인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이란 전체 가상자산 활동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 같은 활동의 상당수는 오랜 기간 이란에 부과돼 온 강력한 제재에도 불구하고 이뤄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올해 1월,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이 이란의 암호화폐 거래소 두 곳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OFAC는 이들 거래소가 IRGC와 연계된 상대방들과 관련된 대규모 자금을 처리했다고 비난했다.
체이널리시스의 선임 인텔리전스 분석가 케이틀린 마틴은 “이처럼 거대한 지정학적 사건들이 벌어지고 있고, 국내 통화도 붕괴하고 있다”며 “이용자들이 가상자산 환경으로 눈을 돌리기에 더없이 완벽한 폭풍(perfect storm)”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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