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상자산거래소 소유, 섣부른 규제가 산업 망친다
2026.03.05 04:00
먼저 지적할 점은 재산권 침해 가능성이다. 순수 민간자본으로 설립돼 생존경쟁을 거친 가상자산거래소는 당국이 관여해 출범한 한국거래소·대체거래소(ATS)와 궤가 다르다. 이런 민간기업 대주주의 지분 소유한도를 법으로 강제하는 규제는 재산권을 중대하게 제약하는 '침익적 입법'으로 분류된다.
헌법은 재산권 보장과 더불어 제한도 규정한다. 그러나 현실 입법은 과잉금지원칙이 엄격히 적용된다. 덜 침익적인 대안을 강구하고, 재산권의 본질을 침해하는지 고민하는 게 필수적이라는 의미다. 이 관점에서 보면 사전적 지분제한보다 불법행위나 이해상충이 발생했을 때 엄단하는 사후적 행위규제가 헌법재판소의 심판대를 통과하기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목적이 정당하더라도 수단의 적합성이 결여됐다면 올바른 법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새겨야 한다. 건전성 측면에서 보면, 대주주 지분을 제한할 경우 가상자산거래소 운영이 개선될지 별다른 실증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수단과 목적의 합리적 연관성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이번 규제는 위헌성을 내포한다. 병원에 비유하면 감기환자의 다리를 자르는 모양새가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은산분리(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제한함)를 선례로 언급한다. 그러나 가상자산거래소가 은행처럼 한순간에 금융체계를 무너뜨릴 시스템 리스크를 가졌는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은행은 예금·대출로 신용을 창출하는 거시경제의 혈관이기에 사금고화를 막는 조치가 필요할 수 있지만 가상자산거래소는 매수·매도자를 연결하는 단순 중개플랫폼에 가깝다. 앞으로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은행의 지위를 부여할 가능성 역시 희박하다.
현행 가상자산거래소 체제에 고칠 점이 없지는 않다. 예컨대 전통 자본시장과 엇갈린 유통·보관·거래 수직계열화는 오랜 논란거리다. 그러나 '빗썸 사태'를 비롯해 그간 불거진 일련의 사건들은 대주주 지분율이 높아서라기보단 권한남용을 견제하고 불법을 걸러낼 내부통제 체계가 부족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다. 질문은 '대주주 지분을 제한하면 문제가 해결되는가'로 정리할 수 있다.
이사회 독립성 강화, 감사기구 실질화, 이해상충 방지장치 등 촘촘히 설계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함에도 곧바로 대주주 지분제한까지 나아간 금융당국의 행보는 급작스러운 면이 있다. 당국의 우려가 가시화한다면 다시 머리를 맞대고 추가 입법을 시도할 수도 있는데, 숙의를 건너뛰며 장차 있을지도 모를 법률 다툼에서 미리 불리한 위치를 점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우리는 2023년 가상자산 1단계 입법(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으로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율을 마련했다. 당시 입법은 첫걸음을 뗐을 뿐 충분하지 않았다. 해외 각국이 가상자산 법제를 정립하는 가운데 거래소 지분규제를 둘러싼 다툼으로 국내 2단계 입법(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 전체가 늦어지는 현 상황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
국경 없는 가상자산 시장의 특성상 우리가 규율을 미룬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 과거 가상자산이 화폐인지 아닌지를 두고 소모적 논쟁을 벌이느라 골든타임을 허비했던 뼈아픈 경험을 잊어선 안 된다. 자칫 마차산업을 보호하려다 자동차산업 주도권을 통째로 넘긴 영국 적기조례의 우를 다시 범할 수 있다.
다가오는 가상자산 2단계 입법은 진흥과 규제의 균형을 맞추는 데 집중하길 기대한다. 내부통제 강화와 같은 필수적 제도적 보완은 신속히 추진하고, 대주주 지분규제 등 신중한 결정이 필요한 사항은 2단계 입법에서 제외하거나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섣부른 규제는 산업에 악영향을 주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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