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새 지도자에 ‘반미 강경파’ 하메네이 차남 유력
2026.03.05 00:58
튀르키예에 탄도미사일 쏴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사망한 이란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차남 모즈타바 하메네이(57)가 사실상 선출된 것으로 4일 전해졌다. 그동안 거론된 후보군 중 가장 강경 성향인데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모즈타바가 실권을 쥐면, 이란의 반미(反美)·반이스라엘 성향은 한층 강화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스라엘의 선제 공격 이후 중동 10여국에 광범위한 보복 공격을 벌이고 있는 이란은 이날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인 튀르키예까지 탄도미사일을 쐈으나 나토 방어 시스템에 요격됐다.
이란 반(反)정부 매체 이란인터내셔널은 이날 모즈타바가 후계자로 선출됐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복수의 이란 당국자를 인용해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 기구인 전문가 회의가 두 차례 화상회의를 진행했고,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공식 발표하는 방안을 고려했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성직자들 사이에서 ‘모즈타바가 공격 표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발표가 미뤄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미국과 이스라엘은 3일 이란 곰에 위치한 전문가 회의 청사를 폭격했다. 당시 이곳에서 회의가 열리고 있지는 않았지만, 투표 집계가 진행되던 도중 공습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모즈타바의 선출 가능성이 유력하자 이를 저지하기 위한 시도였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이날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X에 “이스라엘 파괴와 이란 국민 탄압을 계속하기 위한 모든 지도자는 명백한 제거 대상”이라고 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악의 상황은 이전 지도자(하메네이)만큼 나쁜 사람이 권력을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1969년생인 모즈타바는 하메네이가 한창 팔레비 왕정에 맞선 ‘혁명가’로 활동하던 시기에 성장했다. 어린 시절 비밀 경찰 사바크(SAVAK)가 부친을 체포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하는 등 정치적 격동기 속에서 의식을 형성했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그는 테헤란의 엘리트 학교인 알라비 고등학교에서 교육을 받았고, 이후 이란·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밀접한 관계를 맺기 시작했다.
모즈타바는 공식 직책은 거의 없지만,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정치·군사 등 영역에서 ‘막후 실세’로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이란 야권은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모즈타바가 최고지도자실의 핵심 인물로 활동하며 정부 주요 인사들과 협력 관계를 구축해왔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지난 1월 반정부 시위 유혈 진압에 앞장섰던 IRGC 산하 민병대 바시즈의 실질적 수장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모즈타바의 최고지도자 선출은 단순한 권력 승계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장지향 아산정책연구원 지역연구센터장은 “모즈타바는 IRGC의 이해관계를 성직자 집단 내부에서 대변하는 인물에 가깝다”면서 “성직자이면서도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이란 체제에서 가장 강경한 조합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안승훈 한국중동학회 연구이사는 “지휘부가 초토화된 IRGC가 마지막 대응책으로 자신들과 가깝고 대미(對美) 강경책을 주도할 수 있는 인물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며 “IRGC가 실권을 장악한 채 뒤에서 모즈타바를 주무를 것”이라고 했다. IRGC가 실질적 권력을 행사하고, 모즈타바는 ‘꼭두각시’에 불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모즈타바 선출로 ‘세습’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고 권력이 아버지에서 아들로 넘어가는 모습 자체가 국민들 사이에서 극심한 반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유달승 한국외대 교수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이라는 국명 자체가 왕정 체제에 대한 거부감에서 비롯됐다”며 “그동안 모즈타바가 공식 직위를 맡지 않은 것도 세습 논란을 피하려고 했던 것인데, 이번에는 그런 정치적 리스크까지 감수하려는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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