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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랗게 멍든 세계 금융시장…유가·환율·금리 '트리플 폭등' [美·이란 전쟁]

2026.03.04 18:17

'기술주 하락' 나스닥 장중 4% ↓
트럼프 개입 의지에 낙폭 줄여
日·대만 증시도 '중동 쇼크' 급락
위험자산 회피·인플레 공포 확산


코스피 12%·코스닥 14% 폭락 4일 중동 쇼크가 이어지면서 코스피지수는 전일 대비 698.37p(12.06%) 하락한 5093.54, 코스닥지수는 159.26p(14.00%) 급락한 978.44에 각각 장을 마쳤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 낙폭은 역대 최대이다. 원·달러 환율은 10.1원 오른 1476.2원에 주간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 지수와 환율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글로벌 금융시장이 중동발 쇼크로 크게 요동쳤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의 충돌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전 세계 증시는 기술주를 중심으로 기록적인 폭락세를 보였고, 국제유가와 달러 가치, 채권 금리가 동시에 치솟는 '트리플 강세' 국면에 진입했다. 시장의 공포를 나타내는 변동성지수(VIX)가 임계치를 넘어서며 투자자들은 위험자산에서 서둘러 발을 뺐다.

■트럼프 발언에 뉴욕증시 턱밑 반등


3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개장과 동시에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봉쇄 가능성이 제기되자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장중 한때 1200p 넘게 추락하며 패닉 상태에 빠졌다. 특히 전날까지 시장을 견인하던 엔비디아, 애플 등 대형 기술주와 경기민감 소형주들이 직격탄을 맞으며 나스닥 지수는 장중 4% 이상 밀려나기도 했다.

시장의 분위기를 반전시킨 것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긴급성명이었다. 트럼프는 백악관 브리핑을 통해 "에너지 공급망은 세계 경제의 생명선"이라며 "필요하다면 미국 해군 함대를 투입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모든 유조선을 직접 호위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의 강력한 개입 의지가 확인되자 투매 물량이 잦아들며 뉴욕 증시는 극적인 'V자' 꼬리를 그리며 마감했다. 다우지수는 전일 대비 0.83% 하락한 4만8501에 턱걸이했고, S&P500 지수 역시 0.94% 내린 6816.63을 기록했다. 나스닥 지수는 1.02% 하락한 2만2516로 장을 마쳤다.

■트리플 강세, 공급망 마비 공포 확산

증시가 요동치는 사이 실물경제를 압박하는 지표들은 일제히 위험수위를 넘어섰다.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은 국제유가였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란의 공습 직후 장중 9% 가까이 폭등하며 배럴당 77달러선을 넘어섰고, 브렌트유는 84달러를 돌파했다. 세계 원유 수송의 동맥인 호르무즈해협이 전장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결과다. WTI는 74달러선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안전자산향 자금 쏠림현상은 달러 가치를 밀어올렸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99.20선을 돌파하며 강달러 기조를 굳혔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인 1500원선을 위협하며 국내 외환당국에 비상을 걸었다. 여기에 인플레이션 재점화 우려로 인해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마저 4.07%로 치솟으며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시장에서는 "전형적인 리스크 오프(위험회피) 현상을 넘어선 시스템적 위기 징후"라고 진단했다. 특히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 지수는 장중 28.15까지 폭등하며 투자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었음을 보여주었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고, 다시 고금리 유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시아 증시도 '검은 수요일'

글로벌 시장의 불안은 아시아 시장, 그중에서도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물 자산에 가혹하게 작용했다.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는 한국 주가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즈 MSCI 한국 ETF(EWY)'는 이날 하루 만에 10.30% 폭락한 132.34달러에 마감했다. 장중에는 14% 넘게 밀리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아시아 주요국 증시로 고스란히 번졌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장중 한때 4% 이상 빠지며 5만3000선까지 추락했다. 대만 자취안지수 역시 기술주 매도세와 지정학적 위기가 겹치며 급락세를 면치 못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고 환율 변동성에 취약해 지정학적 위기 시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탄광 속의 카나리아' 같은 존재"라며 "EWY의 10%대 폭락은 향후 국내 증시에 외국인 자금이 대거 이탈할 수 있다는 강력한 경고 신호"라고 설명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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