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주가 이틀 새 18% 급락, 위기 때 드러나는 한국 경제 실력
2026.03.05 00:11
이란 사태로 4일 코스피는 역대 최대 폭으로 하락했다. 2001년 9·11 테러 직후보다 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대형주도 예외가 없었다. 코스피 거래 종목 중 98%가 하락했다. 이틀간 하락률이 18.4%다.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17년 만에 장중 1500원 선을 넘기도 했다.
한국 증시 하락 폭은 미국은 물론 일본, 홍콩 등 주요국보다 유독 컸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95%인 일본보다 70% 수준인 한국이 더 타격을 입었다. 한국 충격이 더 큰 것은 증시 비중이 큰 대기업이 대외 변수에 흔들리면 증시 전체가 가라앉는 취약성 탓이 크다. 산업 생태계가 다변화된 일본과 달리, 특정 이슈가 시장 전체의 리스크로 쉽게 전이되는 것이다.
증시가 단기 급등하면서 경제 펀더멘털과 괴리가 커진 측면도 있다. 코스피는 최근 8개월 만에 3000에서 6000까지 파죽지세로 상승했지만, 실제 경제 지표는 부진했다. 지난해 성장률은 역대 여섯번째로 낮은 1%에 그쳤고 산업 생산 증가율은 5년 만에 최저치, 실질 소비 지출은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실물 경제는 여전히 부진한데 유동성(자금)의 힘으로 증시만 활황이다가 중동 사태라는 악재를 만나자 변동성이 증폭됐다.
주가는 단기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하면 오를 수 있지만, 장기적 상승을 지탱하는 것은 결국 기업의 성장성과 수익성이다. 1년에도 수차례 시총 1위가 바뀔 만큼 역동적인 미국처럼, 우리도 과감한 규제 혁파를 통해 새로운 산업과 기업을 키워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노란봉투법과 경직적 주 52시간제 등 친노조 정책으로 일관하며 반기업 정책도 수시로 내놓고 있다.
소액 주주 보호나 지배 구조 개선 같은 정책도 필요하다. 이는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보조적 수단이다. 근본적으로는 기업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규제 장벽을 허물어 경제의 체력 자체를 키워야 한다. 특정 대기업의 성과에 나라 전체가 일희일비하는 경제 구조를 바꾸지 못한다면 대외 변수에 취약한 금융시장의 고질병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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