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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이란 전쟁, 명분·전략·대피계획 없는 ‘3無 전쟁’[디브리핑]

2026.03.04 16:04

①명분: 美·이스라엘 ‘임박한 위협’ 강조하지만
IAEA “이란 핵폭탄 제조 증거 없어”
②전략: 차기정권“염두에 둔 사람 대부분 죽어”
출구 못찾는 사이 하메네이 차남 후계자 유력
③대피계획: 중동 미국민 공습 몇주전 대피령·전세기 이송도 없어
“국민들에 ‘각자도생’ 하라는 것” 비판 봇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일(현지시간)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후 언론을 상대로 회담 내용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EPA]


[헤럴드경제=도현정 기자]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을 두고 명분과 전략, 자국민 대피계획이 없는 전쟁이라는 비판이 가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선제공격의 당위성으로 내세운 이란의 ‘임박한 위협’은 미국 정보당국이나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도 뒷받침되지 않았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정보력과 군사동원력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하고 있지만, 출구전략에 대해 명확한 청사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미국이 군사작전 실행시 최우선으로 진행했던 자국민 대피 조치도 공습 나흘이 지나서야 전세기를 확보하려 애쓰고 있다는 수준에 그친다. 의회를 필두로 미국 내에서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미국이 이란과 핵협상을 하는 도중에 기습적으로 선제타격을 한 것에 대해 미국과 이스라엘은 방어적 조치였다며 당위성을 강조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직후 영상 연설을 통해 “우리의 목표는 이란 정권의 ‘임박한 위협’을 제거해 미국 국민을 보호하는 것”이라 밝혔다. 그는 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양자회담을 가진 자리에서도 이란 공습의 당위성을 주장하며 “우리는 이 미치광이들과 협상하고 있었는데, 내 생각엔 그들이 먼저 공격할 것이라고 봤다. 그들은 공격할 참이었다. 우리가 하지 않았으면 그들이 먼저 공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이 미국이나 그 동맹에 대한 공격을 취할 가능성이 임박했다는 둘의 주장은 미 정보기관이나 IAEA의 판단과는 다르다. 미 정보기관들은 이란이 오는 2035년까지 앞으로 9년 동안은 미 본토에 도달할 수 있는 미사일을 보유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국토안보부(DHS) 정보분석국 역시 이란이 미 본토에 ‘대규모 물리적 타격’을 가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도 3일(현지시간) “이란의 대량 비축된 무기급 농축 우라늄과 검사관들의 전면적 접근 거부 조치는 심각한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사안”이라면서도 “이란이 핵폭탄(nuclear bomb)을 제조하고 있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고 단언했다.

미 행정부 내에서는 이란 공습에 대해 예상보다 빠르게 표적을 처리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지만, 이와 상반되게 출구 전략은 뚜렷하지 않다는 것도 맹점으로 꼽힌다. 미국의 노림수 중 하나였던 이란의 정권 교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우리가 염두에 두었던 사람들 대부분은 죽었다”고 말했다.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사망 이후 평화로운 민주 정권 수립이란 목표가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군사작전 실행 전 독재정권 축출 이후를 대비했던 베네수엘라 사례와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미국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축출 이전에 델시 로드리게스 현 임시대통령과 최고위층 유고시 정국 안정을 위한 포괄적 협력을 맺고 군사작전을 시작했다.

오히려 현재 상황은 미국이 바라는 바와 반대로 움직이는 양상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사망한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그는 정부 내 공식 직함은 없지만 아버지의 후광을 등에 업고,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RGC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그가 집권하게 되면 사실상 하메네이 정권 기조를 승계하는 셈이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3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있는 미국 의회에서 이란 공습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AFP]


기존에는 미국이 군사 작전 시행 전 미리 자국민들을 대피시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작전이 나흘이나 진행된 후에야 부랴부랴 자국민 대피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비판을 사는 부분이다. 국무부는 3일 성명을 통해 “미국 시민들을 위해 아랍에미리트,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발 전세기 운항을 지원하고 있으며, 안보 상황이 허락하는 대로 추가 수송 능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 밝혔다. 이마저도 구체적인 내용은 나오지 않았고 당국이 애쓰고 있다는 수준의 전언이었다.

이란과 그 대리 세력의 보복공격에 노출된 이스라엘에서 빠져나오려는 미국인들은 하늘길이 막히자 이스라엘 관광부가 운영하는 이집트 타바 국경 통과 셔틀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이마저도 미국 대사관은 “(찬성 또는 반대) 어떠한 권고도 할 수 없다. 미국 정부는 여러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can not guarantee your safety)”고 밝혔다. 중동 14개국의 미국인 및 외교관에 대한 대피 권고는 이란 공격 직전이나 며칠 후에 발령됐다. 2003년 이라크 침공 당시에는 작전 몇 주 전에 대피령을 내렸다.

미 국무부의 뒤늦은 대피령에 대해 의회는 빈약한 계획과 무능함을 보여준다며 거센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소속 앤디 김 상원의원은 엑스(X·옛 트위터) 게시물에서 “영공이 폐쇄된 전쟁 발발 3일째에 시민들에게 대피하라고 경고하는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과 계획이 ‘전혀 없음’(ZERO)을 보여주는 명백한 신호”라고 꼬집었다. 한때 열렬한 트럼프 지지자였으나 최근 돌아선 후 사임한 공화당 출신 마조리 테일러 그린 전 하원의원은 “미국 납세자들은 매년 이스라엘에 38억달러를 강제로 지원하고 있는데, 예루살렘에 있는 미국 대사관은 미국인들에게 무사히 빠져나가길 바란다며 각자도생하라고 말하고 있다”며 “이러한 배신은 믿기 어려울 정도다”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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