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여성의 몸·디아스포라... ‘브리저튼’ 깨고 나온 소피
2026.03.04 20:37
한국계 배우 하예린 내한"'브리저튼'은 피부색이나 다른 외적 요인을 통해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 이상적인 사회를 잘 그려내고 있어요. 편견과 차별이 없는 사회가 행복하고 자연스러운 사회라고 말하죠. 작품이 가진 정신은 '우리는 사랑을 하며, 그 사랑은 서로를 분리하거나 분단하지 않는다'예요."
말 한마디로 그 사람의 세계를 알 수 있다고 했던가. 그렇다면 배우 하예린(28·예린 조애나 하)의 세계는 쉽게 가늠할 수 없는 깊이와 넓이를 지녔을 테다. 넷플릭스 간판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의 주인공으로 캐스팅돼 글로벌 1위라는 대흥행을 써낸 하예린은 4일 한국 취재진 앞에서 여성의 몸, 디아스포라, 할리우드 내 다양성 등에 관한 생각을 주저 없이 꺼내놓았다. 이 모든 대답에는 오랜 시간 고민한 궤적이 묻어났다.
매 시즌 폭발적인 글로벌 반응을 불러오는 '브리저튼'은 19세기 영국 귀족 사회 배경에 다양한 인종을 녹여낸 작품이다. 유색인종,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캐릭터를 과감하게 시도하는 제작자 숀다 라임스가 운전대를 잡았다. 그는 '그레이 아나토미'(Grey's Anatomy)와 '하우 투 겟 어웨이 위드 머더'(How to Get Away with Murder) 등 여러 대작을 탄생시킨 드라마 제작의 거장이다.
시즌4는 결혼에 무심한 자유로운 영혼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프슨 분)이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은빛 드레스의 여인'과 현실의 하녀 소피 백(하예린 분) 사이에서 사랑과 정체성, 계급의 경계를 넘나드는 내용을 담았다. 이번 시즌은 아시안 배우가 주인공과 빌런 두 축을 맡아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주연 커플인 '베노피'(베네딕트와 소피의 합성어) 영국 배우 루크 톰프슨과 하예린이 동서양 경계를 넘어선 로맨틱한 케미스트리를 완성해 글로벌 팬덤을 형성했다. 하예린은 이번 작품을 통해 할리우드 내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한국연극을 대표하는 배우 손숙의 외손자인 하예린은 호주에서 태어나 한국인 부모와 함께 1년에 한 번씩은 꼭 한국을 오갔다. 고등학생 시절엔 3년간 계원예술고등학교(계원예고)에 재학하며 호주와 한국 두 세계에 몸담기도 했다. 한국을 찾을 때마다 본 외할머니 손숙의 연극 무대는 그를 배우의 길로 이끌었고, 정식 데뷔한 후에는 여러 인종과 출신이 뒤섞인 할리우드에서 자신만의 세계를 넓혔다.
이런 그를 스타덤에 올린 소피는 하녀 신분이지만 넘치는 기지와 매력을 갖춘 인물이다. 하예린은 소피에 '인간 하예린'을 담았다. '소피 백'은 그의 입에서 탄생한 이름이기도 하다. 원작 '소피 베켓'의 '베켓'을 한국식으로 변형해 '백'이라는 성을 붙였다.
"19세기를 현대적으로 변형하는 과정에서 '브리저튼'의 힘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브리저튼'의 코어는 사랑 이야기예요. 소피가 19세기에 어떻게 속하느냐보다 인물이 감정과 진심을 어떻게 표현하는가에 집중했어요."
하예린은 "숀다 라임스가 가장 잘하는 것은 과거에 현대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작품은 인종, 성적 취향과 상관없이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이야기,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환상을 투영한다. 그렇기에 더 아름답고,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브리저튼'의 매력을 꼽았다.
'브리저튼'은 현실에 존재할 수 있을까?
하예린이 할리우드에 진입한 후 벌써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7년 사이 할리우드에서는 한국 배우, 한국계 배우의 활동이 급격히 늘었다. 여기에는 넷플릭스 '오징어 게임', 애플TV+ '파친코' 등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콘텐츠가 큰 기여를 했다. 하예린은 "할리우드는 과거와 비교해 공평하고 평등한 분위기다. 동양인 배우의 오디션 기회가 늘었다는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을 알렸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파라마운트+ '헤일로' 출연 당시 동양을 대표하는 할리우드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목표에 어느 정도 도달했느냐고 묻자 하예린은 "때로는 제가 가면증후군(자신의 성공을 과소평가하고 운으로 돌리는 심리 현상)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저의 성취가 '순전히 운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이 성취가 운 때문이라면 '운이 언제 다할까?'라는 두려움도 있다"고 털어놨다.
"다만 중요한 점은 제가 책임감을 느낀다는 점이에요. 책임감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는 거죠. 제가 할리우드 내에서 동양인을 대변하기에는 갈 길이 멀어요. 그저 변화를 선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는 것이 기뻐요. 더 많은 업계인을 위해 변화를 이룰 수 있다면, 이 책임을 기쁘게 감당할 수 있어요."
그러나 '브리저튼'도 인종차별 논란을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하예린이 주인공인 시즌임에도 다른 배우를 메인으로 내세워 프로모션을 진행해 일부 팬들로부터 비판받았다.
하예린은 "개인적으로 인종차별이라고 느낀 적은 없지만, 돌아보면 사람들의 반응도 이해가 된다. 물론 (넷플릭스 측에서) 의도적이거나 의식적으로 행한 일은 아니다. 그러나 때로는 세부적인 디테일에서 간과된 지점이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논란을 배움의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대신 지나친 비판이나 혐오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면 좋겠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미디어를 투과하는 여성의 몸
'브리저튼'은 수위가 높은 작품이기도 하다. 하예린 역시 수위 높은 애정신을 감당해야 했다. 연기와 작품을 위한다는 말로 스스로를 다독여도 '여성 배우'로서 노출을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는 노출 장면에 대해 "부담과 고민이 많았다. 미디어를 통해 여성의 몸을 이야기할 때 갖는 위험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여성의 몸에 대해 비난하고 판단하고, 비판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한국은 서양 세계에 비해 더욱 엄격하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한국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면서 제 몸을 바라보는 방식에 기준점이 있었어요."
그럼에도 하예린은 해당 장면 촬영 당시 "안전하다"고 느꼈다. 배우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 전문가가 함께했기 때문. 그는 "수위 높은 신을 전문으로 하는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하나의 안무처럼 장면을 짰다. 배우와 스태프 모두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줬다. 이런 지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배우가 촬영 현장을 안전한 공간이라고 느끼면 최상의 퍼포먼스가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예린이 출연한 '브리저튼' 시즌4는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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