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3일 서울시가 광화문 광장에 조성 중인 ‘감사의 정원’에 대해 공사 중지 명령을 내렸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중지 명령에 앞서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서 “감사의 정원 공정이 60% 정도 됐고 시의회에서 통과돼 예산도 받아서 하는 것인데, 난데없이 국토부가 중지 명령을 하네 마네 정치적 공격을 한다”고 반발했지만, 공사는 끝내 멈추게 됐다.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광장에 들어설 예정인 감사의정원 조감도. 사진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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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전쟁 기리는 감사의 정원…정부, 공사 중지 명령
국토부는 이날 “도시계획시설인 도로·광장에 도로·광장과 무관한 지하 전시시설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개발행위허가(도시관리계획 변경 포함)를 받거나, 지하 전시시설을 별도의 도시계획시설(문화시설)로 결정했어야 하나, 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한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국토부는 지난달 9일 서울시에 같은 내용으로 공사 중지 명령을 사전 통지했다. 이후 서울시는 “절차를 보완하겠다”며 공사 중지 반대 요청 의견서를 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았다. 감사의 정원은 6ㆍ25 전쟁 참전국을 기려 ‘받들어 총’ 자세를 형상화한 화강암 조형물 23개를 세우고 지하에 전시 공간인 미디어월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11월 착공돼 오는 4월 완공이 목표였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일 중앙일보 유튜브 채널 '황현희의 불편한 여의도'에 출연한 모습. 사진 유튜브 캡처 국토부는 다만 서울시가 제안한 공사장 안전 확보 조치는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공사가 중단될 경우 해빙기와 맞물려 안전사고 발생 우려가 있고, 오는 21일 광화문에서 방탄소년단(BTS) 공연이 열려 인파가 밀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지하 전시실 상판 덮개 시공 및 지하 외벽 보강 등은 공사중지 명령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 했다.
김이탁 국토부 1차관은 “도시계획시설은 도시기능을 유지하고 국민 생활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 공공기반시설”이라며 “도시계획시설을 설치 또는 변경하려면 적법한 도시관리계획 절차를 따라야 한다. 이번 사례가 지방정부 및 민간 도시계획시설 사업자가 법정 절차를 충실히 이행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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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광화문, 세종대왕 모신 공간”…오세훈 “직권남용”
감사의 정원은 지난해 2월 조성계획이 발표된 후 새 정부 출범 후부터 정부와 갈등을 이은 대표적인 사업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서울시장 출마설이 나오던 지난해 11월 17일 광화문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을 찾아 “세종대왕과 이순신을 모신 공간에 ‘받들어 총’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에 대해 국민께서 이해하실지 의문”이라고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가 지난해 11월 17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조성중인 ‘감사의 정원’ 공사 현장을 찾아 외곽펜스에 그려진 조감도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김 총리가 “문제 없는지 확인해보라”고 지시한 후 국토부는 지난해 12월 17일 서울시에 자료 제출을 명령하는 등 위법성을 지적했고, 서울시와의 갈등이 시작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10일 기자간담회에서 “도시계획을 확정하고 고지하는 권한은 서울시장에게 있다”며 “공사를 중지시키겠다는 건 누가 봐도 과도한 직권남용이다. 시도 저항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이날 공사 중지 명령이 내려지자 서울시는 입장문을 내고 “국토부가 서울시의 충분한 설명과 협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공사 중지 명령을 최종 통지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다만 “지하 전시실 상판 덮개 시공, 지하 외벽 보강 등 안전 조치를 공사 중지 명령 대상에서 제외하고 이를 20일까지 완료하도록 허용한 것은 다행”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