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저튼4’ 하예린, 전세계 홀렸다…“두려움 뛰어넘어 성장”
2026.03.04 17:07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의 주연을 맡아 ‘글로벌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하예린이 캐스팅 과정부터 촬영 과정까지의 비화와 배우로서의 가치관 등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4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마실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4’의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는 주인공 소피 백 역을 맡은 배우 하예린이 참석했다. 하예린은 할리우드에서 활동 중인 한국계 호주 배우로, 글로벌 인기 시리즈 브리저튼에 첫 동양인 주인공으로 발탁됐다.
브리저튼은 줄리아 퀸의 베스트셀러 소설 시리즈를 원작으로 둔 드라마로, 19세기 영국 사교계를 배경으로 명망 높은 브리저튼 자작가 8남매의 로맨스를 그린다. 하예린이 연기한 소피는 펜우드 하우스의 하녀이지만 위트 있고 똑똑한 인물이다. 이번 시즌은 결혼에 무심한 자유로운 영혼인 차남 베네딕트 브리저튼(루크 톰프슨)이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은빛 드레스의 여인’과 현실의 하녀 소피 사이에서 사랑과 정체성, 계급의 경계를 넘나드는 이야기를 그렸다.
브리저튼4는 공개와 동시에 글로벌 TOP10 쇼 부문 1위에 오르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국내 넷플릭스 순위 2위에도 이름을 올렸다. 하예린은 “외국 작품이 그렇게 국내 차트 높은 순위에 오르기가 쉽지 않다고 얘기를 들어서 많이 놀랐다”며 “글로벌 1위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소감을 전했다.
하예린은 직접 캐스팅 비화를 전했다. 그는 “엄마가 계신 태안을 방문했을 때였다. 롯데마트에서 엄마와 함께 장을 보고 있는데, 에이전트에게서 연락이 왔다”며 “24시간 내에 두 장면을 연기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야 했다. 당연히 답이 오지 않을 줄 알고 아무 생각 없이 영상을 보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는 이후 감독과의 줌 미팅, 상대 배우인 루크와 ‘케미스트리 리딩’을 차례로 진행했다. 하예린은 “시차 때문에 줌 미팅을 한국 시간 밤 11시에 진행해야 했는데, 하루 종일 떨면서 기다렸다”며 “케미스트리 리딩을 했을 땐 ‘연기가 잘 흐른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래도 저보다 더 예쁘고, 재능도, 실력도 더 좋은 후보 배우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다른 배우들을 못 봤으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나중에 루크 말로는 제가 (눈에) 딱 들어왔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예린은 며칠 뒤 어머니와 서울 강남에서 아침을 먹던 도중 최종 캐스팅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그는 어머니와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맡은 역할에 대해 “소피는 위트도 있고, 지능도 뛰어난 하녀다. 겉모습은 강하지만 속은 되게 여린 인물이어서 다양한 면과 매력을 보여준다”고 소개했다. 이어 “소피의 어린 시절 트라우마나 감정적인 부분을 신경 많이 썼다”며 “영국 발음, 무용, 역사를 많이 조사하긴 했지만 인물과 저의 공통점을 많이 찾아내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하예린은 소피와의 공통점을 묻자 “저에 대해 너무 많은 걸 밝히게 될 것 같아서 주저된다”면서도 “저도 소피처럼 재치가 있고, 재미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또 소피와 마찬가지로 내면의 도덕적인 기준이 굉장히 높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약점을 말하자면, 저도 자신감이 조금은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오늘날의 사회 기준으로 내가 누군가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존재인가라는 고민을 해봤다”며 “그리고 사실은 누구나 어린 시절에 겪은 아픔이나 트라우마에 장기적으로 영향을 받기도 하지 않나. 저 역시도 그런 부분들이 있기 때문에 소피와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하예린은 2019년 시리즈 ‘리프 브레이크’로 데뷔해 ‘헤일로’ ‘배드 비헤이비어’ ‘듄: 프로퍼시’ ‘서바이버스’ 등에 출연하며 7년간 배우 활동을 이어왔다. 국내에서는 이번 작품을 통해 큰 사랑을 받게 됐으나, 이전까지는 연극계 대모 ‘손숙 외손녀’로 이름을 알리며 화제를 모았다.
어린 시절부터 할머니의 연극을 보고 배우의 꿈을 키워왔다는 하예린은 “어린 시절 할머니의 1인극을 봤던 게 뚜렷하게 기억난다. 할머니가 베개를 아기처럼 들고 우는 장면이었다”고 했다. 그때 하예린은 예술의 힘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는 “결국 우리 인간은 다 똑같고,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구나 알게 됐다. 연기를 통해 위로도 공감도 줄 수 있는 배우라는 직업이 너무 멋있다고 생각했다”며 “‘정말로 이뤄질 수 있는 직업’이라는 걸 무대 위의 할머니를 통해 봤다. 영감을 크게 받았다”고 했다.
손숙은 손녀의 작품을 직접 보고 감상을 전하기도 했단다. 하예린은 “후배들과 같이 보신 것 같다. 눈이 안 좋으셔서 TV 가까이 앉아 보는 사진과 함께 ‘자랑스럽다, 사랑해’라는 문자를 보내주셨다. 마음이 따뜻하고 짠하기도 했다”며 “할머니가 노출 장면도 봤는데 좀 민망하다고 얘기하시더라”라고 웃음을 터뜨렸다.
브리저튼은 수위 높은 노출신이 등장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에 대해 하예린은 “부담과 고민이 엄청 많았다”고 솔직히 밝혔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화면에서 비치는 여성의 몸에 대해 얼마든지 비난하고 판단하고 비판해도 되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런 것 때문에 찍기 전에 두려움과 부담이 있었다”며 “어느 사회든 그렇지만 한국은 서구 문화 대비 미의 기준이 엄격하고 다른 면도 있지 않나. 그래서 저 역시도 한국에서 보낸 시간들을 통해 제 자신에 대해, 제 몸을 바라보는 시선이 특정한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다행히 ‘인티머시 코디네이터’가 현장에 함께 있어 도움을 많이 받았다. 수위가 높은 장면들이 마치 하나의 안무인 것처럼 연기를 짜줬고, 배우들뿐 아니라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줬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사람이 현장이 안전하다고 생각함으로써 최상의 결과물을 낼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하예린은 동양을 대표하는 글로벌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앞서 밝힌 바 있다. 그는 “아직은 그 시작점에 있는 것 같다”며 “때로는 이 자리에 온 게 순전히 운 때문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그 운은 언제 다할까 하는 두려움도 느끼곤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자리에 온 만큼 굉장히 큰 책임감도 느낀다”며 “제가 앞서서 변화가 필요한 곳에서 변화를 선도하고, 그런 역할을 맡을 수 있다는 사실이 정말 기쁘다. 다음 사람을 위해 그런 변화를 이룰 수 있다면 그 역시도 기쁘게 감당할 수 있는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리더십을 배웠다면서 “현장에서 특히 주연 배우로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법을 배웠다”고 했다. 이어 “또 불편함을 기꺼이 겪어내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도 깨달았다. 두려움에도 불구하고 도전하고 해낼 때, 비로소 그 두려움을 넘어설 때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하예린은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그는 “모든 작품을 선택할 때 부담감은 있다. 하지만 “나에게 호기심을 주는 인물인가, 나를 배우로서 성장시킬 수 있는 인물인가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게 더 중요한 것 같다”며 “다른 사람에게 추가적으로 증명해 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나 스스로에게 증명해야겠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 활동의 기회만 있다면 감사하다”며 “아무래도 한국말 할 때 호주 발음이 좀 있어서 어색하게 들릴 수 있을 것 같지만 기회가 있다면 하고 싶다. 특히 국제 영화제에 가는 한국 작품이면 더 관심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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