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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하예린 할머니 손숙이래요"…하예린, '브리저튼4'의 발견 (간담회)

2026.03.04 16:22

[Dispatch=정태윤기자] "원래는 손숙의 손녀 하예린이었는데 요즘은 하예린의 할머니 손숙이래요."

넷플릭스 '브리저튼' 시즌4의 여주인공이 된 배우 하예린을 두고 할머니 손숙이 웃으며 건넨 말이다. 아시아계 배우가 이 글로벌 시리즈의 중심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자리에 온 게 운 때문 아닐까 싶어요. 이 운이 언제 다할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합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굉장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거예요. 동양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배우 하예린이 4일 서울 커뮤니티 하우스 마실에서 국내 기자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넷플릭스 시리즈 '브리저튼' 시즌4 기자간담회에 참여했다. 박경림이 진행을 맡았다.

'브리저튼' 시즌4는 결혼에 무심한 자유로운 영혼 베네딕트 브리전튼(루크 톰프슨 분)이 가면무도회에서 만난 은빛 드레스의 여인과 현실의 하녀 소피 백(하예린 분) 사이에서 사랑과 정체성, 계급의 경계를 넘나드는 로맨스 시리즈다.

시즌1~3까지 전 세계에서 사랑받은 시리즈다. 시즌4도 성공적이다. 파트2는 넷플릭스 영어 쇼 부문에서 시청 수 2,800만으로 압도적인 1위를 기록했다. 지난 1월 29일 공개된 파트1 역시 4주 동안 톱10을 유지했다.

하예린은 한국계 호주인으로, 아시아계 최초로 여주인공을 맡았다. 하예린은 "엄마가 태안에 계셔서 롯데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었다. 에이전트에서 연락이 와서 24시간 안에 몇 가지 장면을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고 떠올렸다.

"당연히 답이 안 올 줄 알고 별생각 없이 보냈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에 바로 콜백이 왔죠. 감독님과 줌으로 미팅하고, 루크 톰프슨과 또 한 번 줌 미팅을 했습니다. 시차 때문에 한국 시간으로 밤 11시에 했는데, 엄청나게 떨었죠."

그리고 며칠 후 합격 소식을 들었다. 하예린은 "엄마와 강남에서 브런치를 먹고 있었다. 전화로 '여주인공이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엄마는 울고, 저는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봤다면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합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하예린은 "호흡을 맞췄을 때, 물 흐르듯 연기가 나온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저보다 더 예쁘고 재능 있는 배우가 합격할 거라 생각했다"며 "그냥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톰프슨은 제가 소피가 될 줄 알았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하예린과 톰프슨은 기대 이상의 케미를 완성했다. 자유로운 예술가 기질의 베네딕트와 확고한 도덕적 나침반을 가진 소피 백. 대척점에 있는 두 사람이 강하게 끌리며 이전 시즌과는 다른 결의 로맨스를 완성했다.

하예린은 "케미를 억지로 만들어낼 필요가 없었다. 거의 시간 순서대로 촬영을 했다. 소피와 베네딕트가 사랑하고 알아가는 과정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었다. 서로에 대해 솔직한 감정을 나누며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귀었으면 좋겠다는 코멘트도 봤어요. 드라마에 몰입해서 그 사랑이 현실까지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이겠죠? 그만큼 잘했다는 소리니까 성공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웃음)"

하녀 신분인 소피와 귀족인 베네딕트의 끌림. 전형적인 신델렐라 스토리라는 평도 있다. 그러나 하예린은 고개를 저었다. "1회 이후부터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했다. 신델라는 왕자가 손을 내밀 때 그 손을 잡는다. 그런데 소피는 그 구원의 손을 즉각 잡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 지점에서 (신데렐라 스토리와)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층과 사회적 지위를 벗어나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그 사랑을 쟁취하는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반대하고 가로막는 무언가가 있더라도 그 사랑을 위해 싸울 수 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피를 연기하며 가장 신경 썼던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영국, 발음, 무용, 19세기 역사에 대한 부분을 많이 조사했다. 무엇보다 소피가 예전부터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나 감정적인 부분에 더 신경을 썼다. 공통점을 많이 찾아내려 했다"고 설명했다.

'브리저튼'은 다양한 인종의 인물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 설정이 낯설거나 판타지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이야기 안에서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하나의 세계관을 이룬다. 한국 배우 하예린의 등장 역시 특별한 이벤트가 아닌, 자연스러운 확장처럼 느껴진다.

하예린은 "총괄 프로듀서 숀다 라임스가 잘하는 게 바로 그것"이라며 "그 시대를 오늘날에 맞게 만드는 걸 잘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환상을 투영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브리저튼'은 피부색이나 외적 요인으로 인해 상대를 판단하지 않는 사회를 잘 그려내는 것 같아요. 우리가 생각하는 행복하고 자연스러운 사회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브리저튼'의 코어는 사랑이에요. 우리는 서로 사랑해야 하고, 사랑 앞에 그 어떤 것도 우리를 분리할 수 없죠."

시즌 1~3까지 몇 년간 호흡을 맞춘 배우들 사이에 들어가는 게 어렵진 않았을까. 그는 "제가 그들의 호흡을 흐트러뜨리지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히려 새로운 에너지를 원하더라. 반갑게 맞이해 줬다. 모든 사람을 평등하게 대하고 다양성을 존중해준 현장이었다"고 전했다.

대작에 참여하며 가장 크게 배운 점은 리더쉽이었다. "현장에서 주연 배우로서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고 리드하는 법에 대해 많이 배웠다"며 "또 한 가지는 불편함을 기꺼이 겪어내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느꼈다"고 털어놨다.

"수위 높은 장면을 촬영할 때도 부담과 고민이 정말 많았습니다. 특히 오늘 날 사람들은 화면에 비춰지는 여성의 몸에 대해 얼마든지 비난해도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그러나 두려움에 도전하고 해냈습니다. 그걸 넘어섰을 때 성장했음을 느꼈습니다."

하예린은 배우 손숙의 손녀이기도 하다. 그가 배우가 된 이유도 할머니의 영향이 컸다. "어린 시절 일 년에 한 번씩 한국에 왔다. 그때마다 할머니의 연극을 봤다. 그때 예술의 힘을 느꼈다. 위로와 공감을 줄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 멋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할머니의 '브리저튼4' 시청 반응에 대해 "후배들과 함께 관람하고 있는 사진을 보내주셨다. 문자로 '자랑스럽다. 사랑해'라고 보내주셔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노출 장면에 대해선 민망하다고 하시더라"며 웃었다.

"할머니가 이 일을 하는데 큰 영감을 주셨어요. 내일 할머니 연극을 보고 출국하려고요. 오늘 아침에도 뵀는데, 할머니가 '원래는 손수의 손녀 하예린이었는데, 요즘은 하예린의 할머니 손숙으로 바뀌었다'고 말씀하셔서 마음이 이상했어요."

글로벌 시리즈의 첫 여주인공 역을 꿰찼다. 다음 작품에 대한 부담감은 없을까. 그는 "누구에게 만족을 주거나, 나를 증명해야 된다는 부담보다는, 나 스스로에게 증명해야겠다는 마음이 크다. 배우로서 성장할 수 있는 인물을 선택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 활동 계획에 대해선 "기회만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 다만 한국어를 할 때 호주 발음이 느껴져서 어색할 수 있을 것 같다"며 "한국 영화들이 해외 영화제들에 많은 사랑을 받지 않나. 좋은 작품이 있다면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의 목표는 동양을 대표하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하예린은 "아직은 그 시작점에 있는 것 같다. 가끔은 이 자리에 온 게 운 때문이 아닐까. 그 운이 언제 다 할까 두려움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중요한 건, 굉장한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이 책임을 가볍게 느끼지 않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국내 시청자들에게 "한국에서 2위까지 올랐다고 하더라. 원래 외국 작품이 높은 순위를 받기 쉽지 않다고 들었다"며 "아직 시리즈의 인기가 실감이 안 난다. '브리저튼4'를 사랑해 주신 한국 시청자들께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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