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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귀해진 탱커…조선사들 신조 수요 기대 [비즈360]

2026.03.04 17:00

지정학적 분쟁에 기름 수송 탱커선 몸값 강세
중고선가 오르고 ‘그림자 선단’ 퇴출 가속 전망
국내 조선업계도 중장기적 수혜 가능성 주목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나가는 모든 선박을 불태우고 석유 한 방울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지난 3일 오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선박들이 몰려있는 모습. [marinetraffic.com 캡쳐]


[헤럴드경제=고은결 기자] 미국과 이란의 무력충돌 속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사실상 봉쇄하면서, 기름과 화학물질 등을 나르는 탱커(유조선)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해협에 발이 묶인 탱커선들로 인해 당장 운용 가능한 중고선 가격이 뛰는 것은 물론, 사태 장기화 우려에 따른 신조(새 배 건조) 수요와 선가 상승이 국내 조선업계에 호재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의 25%, 액화천연가스(LNG)의 20%가 통과하는 요충지다. 해협이 봉쇄되면 중동산 원유를 수입하는 동북아 국가들은 수입처 다변화를 고려해야 하며, 이는 곧 ‘톤마일(화물 중량×이동거리)’ 증가로 이어진다.

더 멀리 있는 수출처를 찾아야 하기에 배가 바다 위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이는 당장 투입 가능한 선박 공급이 줄어 중고선가 상승을 부추긴다. 중고선 몸값 폭등이 신조 가격과 수요에도 영향을 미친다. 신영증권은 해협 봉쇄가 “불붙은 탱커 시장의 중고선 거래를 늘리고 가격을 높여, 결국 신조 시장까지 끌어올릴 것”이라며 국내 대형 조선 3사와 대한조선이 영향권에 있다고 분석했다.

중고선가 상승에 신조 시장까지 영향


특히 탱커 시장의 강세가 지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보다 장기화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일반적으로 지정학적 분쟁은 불확실성을 키워 선주들의 선박 구매를 위축시키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근 이란의 최고지도자 공백으로 정권 교체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제재를 피해 석유를 밀수하던 ‘그림자 선단(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이 사용하는 밀수 전문 선박)’의 퇴출과 폐선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들이 빠진 자리를 제도권 해운 수요가 채우게 되면 유조선사들의 실적이 개선되고, 이를 다시 신조선 구입에 활용하는 선순환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단 것이다. 또한 호르무즈 해협 사태로 단기 운임이 올라 실적이 개선하면, 유조선사들이 늘어난 수익을 선박 구입에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탱커는 중국 조선소가 가격 경쟁력으로 싹쓸이하는 저부가 선종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증권은 “시장의 오해와 달리 유조선 수요 반등은 한국 조선사들에도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실제로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국내 조선업계의 유조선 시장 점유율(수주잔고 금액 기준)은 20.4%로, 전체 선박 점유율(20.7%)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VLCC 등 고점 향해 상승할 것”…韓 조선 수혜 가능성


증권가에서는 탱커 선가 상승 압력이 거세짐에 따라 한국 조선사들이 2029년 납기 슬롯부터 탱커를 전략적으로 할애해 수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 수에즈막스, 아프라막스 등 대표 선형 모두 역사적 고점을 향해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영증권 역시 “원유수송선의 대체연료 채용 비율은 낮지만 고가로 발주되고 있어 조선업체의 수주 믹스 개선 기여도가 높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장에서도 중장기적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대형 조선사 관계자는 “당장은 해운업계가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시 조선사 입장에서도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조선사 관계자는 “분쟁으로 유가가 오르면 원론적으로 발주가 늘어난다”며 “중대형 수에즈막스급은 중국이 강세지만, VLCC는 한국 조선사들이 많이 맡고 있어 발주 증가에 따른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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