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 혹은 강경파 재득세, 내전 가능성도…전쟁 후 이란 미래는
2026.03.04 16:36
강경파 재집권에 '제2의 북한' 될 수도…소수민족 등 가세 '내전' 관측도
[웨스트아시아뉴스에이전시 제공/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이어지면서 향후 이란 정권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친미 과도정부 구성부터 온건파 지도자를 내세운 이른바 '마두로 모델' 수립까지 다양한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현실적으로는 강경파가 재집권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는 모양새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미국이 이스라엘보다 먼저 철수하거나, 이란 정부의 통제력이 약화한 틈을 타 반정부 세력과 소수민족을 중심으로 내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신속한 정권 교체 후 무장해제…"가능성 낮은 시나리오" 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과 이스라엘이 기대하는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신속한 종전과 정권 교체다.
이란 정규군과 혁명수비대(IRGC)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구대로 무력을 포기하고, 이란 내 반체제 세력이 연합해 과도정부를 꾸리는 방식이다.
이 경우 과도정부는 이란의 '마지막 왕세자' 레자 팔레비가 이끌게 될 가능성이 크다.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으로 망명한 레자 팔레비는 현 정권이 붕괴할 경우 고국으로 돌아가 집권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과도정부가 원심분리기와 고농축 우라늄(HEU) 등 핵 자산을 모두 미국에 인도하고, 미사일 프로그램을 폐기하며, 미국 정유 기업에 에너지 시장을 개방하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는 현시점에서 가장 실현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혁명수비대의 무력 포기는 현 정부 기득권의 생존과도 직결된 부분이기 때문이다.
레자 팔레비가 전후 이란의 구심점이 될 수 있을지도 불확실하다. 다수 이란 국민은 선대 팔레비 국왕의 독재를 기억하고 있으며, 외부 세력을 등에 업은 레자 팔레비의 통치를 쉽게 수용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용적 타협과 정권 수명 연장…'마두로 모델' 이른바 '마두로 모델'이 또 다른 선택지로 거론된다. 이란이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의 사망 후 미국에 협조적인 지도자를 내세워 현재 정권을 유지하는 방식이다.
앞서 지난 1월 미국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한 후 베네수엘라 정부는 미국에 협조적인 자세로 전환했고, 미국에 석유 산업 등 이권을 내준 대신 기존 정권의 틀을 유지할 수 있었다.
이 경우 이란은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과 같은 온건파나, 성직자·혁명수비대 세력 내에서도 실용적인 강경파를 차기 지도자로 선출해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이후 새 지도부는 미국에 핵 프로그램을 양보하고, 미사일 제한 조치 등을 수용하며 석유·가스 등의 추가 이권을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
그 대가로 현 정권은 생존을 보장받으며, 내부 반대파를 탄압하는 기존 통치 방식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이 경우 전쟁은 예상보다 빠르게 종결되고, 미국이 먼저 이란에서 철수한 후 이스라엘이 합의 이행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강경파 독자 노선…'제2의 북한' 될 수도 반면, 이란의 정권 잔존 세력이 미사일과 드론을 앞세워 끝까지 항전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이란은 현재 최고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의 후계자로 그 차남인 모즈타바 하메네이를 선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곧 강경파의 승리를 의미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경우 강경파 정권은 미국이 수 주간 군사작전 이후 철수할 것을 기대하며 '버티기'에 들어갈 수 있다.
이후 미국이 자체적으로 승리를 선언하고 이란에서 철수하면, 이스라엘이 홀로 공습을 이어갈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로서는 이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나아가 최악의 경우 이란의 핵·미사일 프로그램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망에서 아예 벗어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핵무기 제조를 금지했던 하메네이 사망 이후 득세한 강경파가 오히려 핵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현 정권의 '생존자'들은 향후 생존을 보장할 유일한 방법은 핵무기 개발뿐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가디언은 "살아남은 정권은 극도로 고립된 채 폐쇄적이고 피해망상적인 태도를 보이며 핵으로 무장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이들은 북한과 점점 더 닮아가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민족 갈등·내전 확산 가능성도 제기 나아가 이란이 통제 불가능한 내전 상황에 빠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혁명수비대 일부가 이탈하고 반정부 시위가 다시 불이 붙는 가운데, 소수민족의 무장 투쟁이 가세하는 시나리오다.
이란 내 아제르바이잔인과 쿠르드족 등 소수민족을 중심으로 분리주의 전쟁이 벌어지거나, 내전 세력들이 이란 내 고농축 우라늄을 놓고 내부 경쟁을 벌이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 시나리오가 당장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정권 붕괴의 충격파가 예상보다 클 경우 결코 불가능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전망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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