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사모대출 17조 육박…금감원, 증권사 소집 '리스크 경고'
2026.03.04 14:59
금감원 "정보 불투명·유동성 리스크 점검"
美이란 전쟁·글로벌 환매 확산에 판매 급증
4일 금감원은 주요 증권사 임원을 대상으로 해외 사모대출펀드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해외 사모대출펀드 판매 잔액이 빠르게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점을 의식한 조치다.
금감원에 따르면 주요 12개 증권사 기준 해외 사모대출펀드 국내 판매 잔액은 2023년 말 11조8000억원에서 2024년 말 13조8000억원으로 16.8% 증가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17조원으로 23.0%까지 늘었다. 특히 개인 판매 잔액은 2023년 말 1154억원에서 작년 말 4797억원으로 약 3.2배 확대됐다.
이러한 흐름은 최근 월가에서 나타난 사모대출 시장 불안과 맞물려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스톤의 대표 사모대출 펀드 'BCRED'에서는 올해 1분기 기준 전체 자산의 7.9%에 해당하는 환매 요청이 발생했다. 기존 분기 환매 5%를 웃도는 규모다.
환매 요청이 늘어난 것은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신용 위험 우려 탓이다. 사모대출은 비상장 기업의 대출채권을 기초로 해 가격 변동이 장부에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 시장이 흔들려도 수치상으로는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유다. 하지만 최근 고금리 여파로 차주의 채무 불이행 우려가 깊어지자, 일부 투자자들이 수치상의 안정 대신 실제 부실 위험을 피하기 위해 빠르게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보다 현금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진다.
금감원, 3대 리스크 경고 "관리체계 고도화하라"
금감원은 주요 증권사 임원 대상 간담회를 열고 △정보 불투명 △위험 과소평가 △국내 통제력 한계 등 3대 리스크 요인을 지목하고 리스크 관리 고도화를 강력히 당부했다.
금감원은 전통적인 금융기관 대비 완화된 조건의 대출을 취급하는 해외 사모대출펀드의 특성상 건전성 악화를 사전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점을 지적한다. 또 사모대출은 비시장성 자산으로 가격이 매일 형성되지 않는 만큼, 유동성 리스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구조라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중위험·중수익 상품으로 인식되지만, 실제 위험 수준은 그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 통제력의 한계도 문제로 제기됐다. 국내 증권사들은 대부분 재간접 방식으로 해외 사모대출 펀드에 투자한다. 국내 금융회사가 대출채권 선별이나 위기 대응 등 핵심 의사결정에서 개입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된다는 의미다.
이날 김욱배 금감원 부원장보는 증권사에 해외 사모대출펀드 설계·판매 전 과정에서 투자자 보호를 최우선 원칙으로 삼도록 당부했다.
김 부원장보는 "증권사가 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둘 때 금융소비자 신뢰를 획득함으로써 자본시장 성장 및 증권 산업의 장기적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다"며 "해외 사모대출펀드 주요 산업군별 건전성 분석 등을 통해 위험 발생 가능성에 선제적으로 대비해달라"고 권고했다.
이어 "유동성 리스크 관리 방안을 재점검하는 한편 사전에 컨틴전시 플랜을 마련해 대응하는 등 리스크 관리체계를 고도화하라"고 강조했다.
업계 "국내 유입 제한적"
다만 업계에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국내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반응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일부 이슈가 있을 수 있지만 국내 영향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판매되는 해외 사모대출펀드는 고등급 자산을 기초로 하고 국내 신용평가사의 평가를 다시 거쳐 등급 분류를 한 뒤 설정된다. 감독당국이 일정 등급 이상 요건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구조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상품이 국내에 들어오기는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 해외에는 상장돼 거래되는 사모대출 펀드가 많고 시장 규모도 크다. 다만 국내에 들어오는 상품은 국내 신용평가를 한 차례 더 거쳐 설정된다. 이 때문에 직접적인 전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금감원은 향후 해외 사모대출펀드 판매 동향과 투자자 설명 의무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방침이다. 나아가 금융회사의 리스크 관리 체계가 실효성 있게 작동될 수 있도록 지속 점검하고 지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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