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랗게 질린 코스피 5400도 깨졌다
2026.03.04 11:33
중동 위기 확산…韓증시 급락
매도사이드카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환율 장중 1480원 넘어 1500선 위협
환율 급등에 한은 긴급대응 나서
매도사이드카 이어 서킷브레이커까지
환율 장중 1480원 넘어 1500선 위협
환율 급등에 한은 긴급대응 나서
| 코스피 지수가 4일 급락하며 5400선으로 밀려났으며, 이틀 연속 매도사이드카(프로그램매매 매도호가 일시효력 정지)가 발동됐다. 이날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임세준 기자 |
코스피가 4일 미국과 이란 전쟁 발발 여파로 급락하면서,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장 초반 840여개 종목이 하락세를 보이며 장중 5400선이 붕괴되는 등 ‘패닉장’이 연출됐다.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까지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환율도 비상이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 중 한때 1500원 선을 넘어서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해외 출장을 미루고 긴급 회의에 나서는 등 금융당국도 비상 대응에 나섰다. ▶관련기사 2·3·4·5·6·8·10·22면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8분 기준 코스피는 전일 대비 6.99% 내린 5387.31이다. 지수는 전장보다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로 출발, 낙폭을 키웠다. 전날 7.24% 급락한 데 이어 이틀 연속 급락세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날 9시 6분께는 코스피200선물 급락에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도 발동됐다. 전날에 이어 이틀 연속이다. 매도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지수가 5%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된다. 코스피에 이어 코스닥에서도 지수가 6% 넘게 급락하면서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다.
이날 9시40분 기준 코스피에서 840개 종목이 하락세를 보였다. 상승 종목은 단 44개에 불과했다. 20만원대를 돌파했던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한 때 18만원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환율도 비상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극대화된 가운데,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에너지 수급 차질 우려가 ‘슈퍼 달러’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분석된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전날 종가(1466.1원) 대비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오전 10시 17분께 1480원을 돌파한 뒤 10시 42분 현재 1481.9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고가가 1480원을 넘긴 것은 직전 야간 거래를 제외하고는 1월 21일 이후 약 두달 반 만이다. 앞서 이날 새벽 2시경 서울 외환시장 야간 거래에서 환율은 한때 1506.50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1500원을 넘어선 것은 2009년 3월 이후 약 17년 만이다. 안전자산 쏠림 현상에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도 장중 99.685까지 올랐다.
환율이 심리적 방어선인 1500원을 돌파하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예정됐던 해외 출장을 미루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이 총재는 당초 이날 국제결제은행(BIS) 총재 회의 참석차 스위스 바젤로 출국할 예정이었으나, 상황의 엄중함을 고려해 이를 연기하고 국내에서 ‘중동상황 점검 TF 회의’를 주재했다.
한은은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500원을 상회했으나, 과거와 달리 달러 유동성이 풍부하고 대외차입 가산금리와 CDS 프리미엄도 안정적인 수준”이라며 시장을 안심시켰다. 다만 “중동 상황에 따라 변동성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만큼, 환율이 국내 펀더멘탈과 괴리돼 과도하게 움직이는지 면밀히 살피고 필요시 정부와 협조해 적기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환율 조정을 위한 실질적인 움직임도 감지된다. 국민연금은 환율이 고점이라는 판단하에 수시로 환헤지(위험 분산)를 단행하며 속도 조절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은행도 환율 쏠림 현상이 과도하다고 판단될 경우 시장 개입에 나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강달러도 변수다. 최진호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난해 12월은 달러 지수가 약한 상태에서 원/달러 환율만 높았기에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달러인덱스 자체가 급등한 상황”이라며 “대외 요인에 의한 상승이라 당국이 개입할 명분이 부족하고 효과도 미미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한국 경제의 유가 민감도가 높다는 점도 원화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4년 기준 경제 규모 대비 원유 소비량인 ‘경제적 원유 의존도’가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전날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1.4달러로 전장보다 3.66달러(4.71%) 올랐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3.33달러(4.67%) 상승한 배럴당 74.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의 3대 주가지수 역시 일제히 하락했고, 일본 닛케이지수도 이날 오전 9시 12분께 전날 종가 대비 2.7% 하락한 5만4756을 기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장 초반에는 중동 지정학적 불안 지속, 미국 반도체주 급락으로 하방 압력을 받을 전망”이라며 “다만, 전일 코스피 7% 폭락 과정에서 해당 악재가 선반영된 측면이 있으며, 저가 매수세 유입도 나올 수 있기에 장중에 받는 추가 하방 압력은 제한될 듯하다”고 분석했다.
김지윤·김벼리·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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