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사람 같은 ‘버추얼 휴먼’이 온다… 온·오프라인 전방위 활약
2025.12.30 18:57


인공지능(AI)에 사람의 얼굴 혹은 목소리를 입힌 ‘가상 인간’의 활약이 눈부시다. 온라인 방송, 홈쇼핑과 같은 모니터 속 영역을 넘어, 공항 등 오프라인 공간까지 발을 들이고 있다. 사이버 가수 ‘아담’과 같은 버추얼 휴먼은 1990년대부터 등장했지만, 인공적인 외형 탓에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최근에는 실제 사람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모델을 구현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일부 영역에서는 AI로 만든 가상 인간이 사람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사례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스트리밍 플랫폼 숲(SOOP)은 지난 27일 서울 상암에서 열린 ‘2025 스트리머 대상’ 행사에서 AI 매니저 ‘쌀사 2.0’을 공개했다. 쌀사 2.0의 핵심 기능은 ‘자동 방송’이다. 스트리머(방송인)가 방송 도중 잠깐 자리를 비우거나, 방송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쌀사는 사전에 입력된 대본을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담당 스트리머의 고유한 말투와 습관까지 재현해 방송을 운영한다. 이 덕분에 시청자가 느끼는 이질감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것이 숲의 설명이다.
커머스 분야 경우 버추얼 휴먼의 활용이 더욱 활발하다. 야놀자의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여행 플랫폼 놀유니버스는 지난 27일 AI 기술 기반의 생방송을 선보였다. AI로 만든 가상 쇼호스트가 방송 진행을 돕고, AI 음성으로는 실시간 상품 정보를 전달했다. 롯데홈쇼핑도 지난해 2월 AI 쇼호스트 ‘루시’가 등장하는 패션 방송 ‘루시톡라이브’를 시작했다. 사람과 거의 흡사한 모습의 루시는 판매하는 제품을 직접 착용하고, 특징을 설명하는 등 매끄러운 진행을 선보인다. 롯데홈쇼핑 측에 따르면 루시가 출연하는 방송의 누적 주문액은 약 200억원을 돌파했다.
가상 인간의 활동 무대는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는다. 지난 24일 제주국제공항 내 JDC 면세점에는 버추얼 휴먼 ‘제이디’가 도입됐다. 제이디는 면세점 입구에 설치된 대형 화면에서 고객들을 맞이한다. 무안경 3D 디스플레이가 적용돼 별도의 특수 안경 없이도 화면 밖으로 모델이 튀어나와 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AI를 탑재해 상품 정보나 길 안내도 제공할 수 있다. 운영을 맡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는 제이디를 시작으로 면세점을 단순한 쇼핑 공간이 아닌 ‘K-테크 홍보관’으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생성형 AI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버추얼 휴먼 산업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전리서치는 전 세계 버추얼 휴먼 시장 규모가 2020년 약 100억 달러(약 14조원)에서 2030년에는 약 5276억(약 756조원)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해외에서는 버추얼 휴먼의 판매 실적이 인간을 뛰어넘는 사례도 나왔다. 중국 기업 바이두는 지난 6월 전자상거래 플랫폼 ‘유쉬안’에서 유명 쇼호스트 뤄융하오를 본딴 AI 아바타로 방송을 진행했다. 7시간 동안 이어진 해당 방송은 누적 시청자 1300만명, 총 거래액 5500만 위안(약 112억원)이라는 기록을 달성했다.
업계에서는 버추얼 휴먼 기술이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다는 평가가 나온다. 불쾌한 골짜기란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반발심을 불러일으킨다는 이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버추얼 휴먼의 노출과 접점이 늘어나면 하나의 ‘장르’로 자리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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