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현장을 가다/김철중]‘미니 금괴’부터 ‘콩알 금’까지… 中 달구는 ‘바이 골드’ 열기
2026.03.03 23:13
‘춘제’ 때 금 구입 열기… 미니 금괴 인기에 품절 사례
‘투자용 금’ 비중 장신구 앞질러… 금 ETF-콩알 금도 인기
소비력 큰 中 ‘아줌마 부대’, 국제 금-은 시세 좌우
지난달 27일 중국 베이징의 ‘차이바이(菜百)’ 귀금속 전문 백화점. 4층의 투자용 금괴 판매 코너에서는 당초 미니 금괴를 5g부터 팔았다. 하지만 춘제(중국 설) 연휴 때 작은 크기의 금괴는 재고가 모두 동이 났다. 이날도 금괴를 사지 못한 아쉬움에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사람들과 기왕 온 김에 돈을 더 보태서라도 20g짜리를 살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이곳의 대형 스크린에는 최근 1년간 가파르게 오른 금 시세를 보여주는 그래프, 당일 시세가 보였다. 이날 투자용 금괴 가격은 1g당 1143.5위안(약 24만3800원). 매장 뒤편에는 현금을 들고 금을 사러 온 사람들을 위한 현금 계수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한 직원은 50대 중반 중국인 부부가 건넨 100위안짜리 지폐를 세어 200장씩 띠지로 묶었다. 총 24만 위안(약 5100만 원). 즉 50g짜리 금괴 4개를 살 수 있는 돈이다.
●춘제 효과로 금값 상승
각 층마다 금 장신구를 파는 자동판매기(자판기)도 있었다. 기계 안에는 금반지, 금 펜던트가 들어간 목걸이 등 30개 상품이 진열돼 있었다. 자판기 모니터에 나온 안내문에는 ‘조랑말 모양의 펜던트가 가장 인기’라고 적혀 있었다. 무게 1.09g에 가격은 1801위안(약 38만4000원). 수십만 원짜리 금 장신구를 자판기에서 간편하게 살 수 있는 것이다.
목걸이 판매 매장에서 순금 펜던트를 고른 뒤 할인해줄 수 없느냐고 물었다. 직원은 “할인 행사 기간이 끝나서 어렵다. 세공비(8만 원)는 20% 깎아줄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금값이 앞으로도 오를 테니 반드시 지금 사라”며 구매를 종용했다.
남편, 아이와 함께 매장을 들른 베이징 시민 천모 씨 또한 몇 가지 종류의 금팔찌를 껴봤다가 빼기를 반복했다. 천 씨는 “남편이 선물로 사준다고 했는데 연휴가 끝나고 오니 그새 가격이 또 올랐다”며 아쉬워했다. 실제 연휴 첫날인 지난달 16일에 비해 이날 중국의 금 시세(순금 기준)는 4.8% 상승했다.
올해 들어 천정부지로 오르던 금값은 올 1월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통화 긴축을 선호하는 케빈 워시를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으로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잠시 하락세를 보였다. 그러나 춘제가 다가오자 곧 반등했다. 전통적으로 춘제는 중국에서 금 매입 성수기로 꼽힌다.
유명 보석 브랜드 ‘라오푸골드(老鋪黃金)’는 춘제를 맞아 대규모 할인 행사를 진행했다. 1000위안(약 21만3000원)마다 100위안을 할인해주는 식이다. 적지 않은 할인 규모에다 금값이 더 오를 것이란 생각에 춘제 기간 동안 각 매장에는 고객들의 긴 줄이 만들어졌다. 현지 소셜미디어에는 “3시간 기다려서 들어갔는데 원하는 제품은 품절이었다” “연휴가 끝나면 다시 가격을 올린다고 하니 빨리 구매하라” 등의 글이 올라왔다.
●‘장신구’서 ‘투자 상품’으로 변모
금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세계 어디서나 부와 권력의 상징이다. 특히 금에 대한 중국인의 애정은 유별나다. 중국의 고대 황실과 귀족들은 다른 귀금속보다 금 장신구를 특히 선호했다.
일반인도 마찬가지다. 지금도 결혼 예물로 다이아몬드보다 금 장신구를 선호한다. 중국에서는 전통적으로 신랑이 신부에게 결혼 예물로 ‘세 가지 금(三金)’, 즉 금 반지, 목걸이, 귀걸이를 선물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금 팔찌와 펜던트를 더해 ‘다섯 가지 금(五金)’을 준비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최근 소셜미디어에는 “결혼하기 위한 금 5종 세트를 사려면 최소 10만 위안(약 2100만 원)은 필요하다”는 글이 화제였다.
중국어로 금(金)의 발음은 ‘오늘’ ‘현재’를 뜻하는 한자 ‘今’(이제 금)과 같다. 마케팅 회사들은 이런 유사점을 이용해 ‘금을 사는 건 현재의 행복을 쥐는 것’이라고 홍보한다. 실제 이날 방문한 귀금속 백화점에서도 1층 금 판매장에는 손님이 북적였지만 다이아몬드와 옥 등 다른 귀금속을 파는 2, 3층에는 손님이 뜸했다.
최근 중국인들은 금 투자에도 열심이다. 중국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금 장신구 소비량은 364t(톤)으로 한 해 전보다 31.61% 감소했다. 그 대신 금괴와 금화 등 투자용 금의 소비 비중은 같은 기간 504t으로 35.14% 증가했다. 협회는 “투자용 금이 보석류를 추월한 건 지난해가 처음”이라며 “일시적 현상이 아닌 구조적 변화”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변동성이 커진 국제 금, 은 가격에 중국의 ‘다마(大媽·아줌마) 부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마저 제기한다. 과거 국제금융 시장에서 금리가 싼 엔화 자금을 빌려 다른 자산에 투자했던 일본의 중산층 여성 투자자를 뜻하는 ‘와타나베 부인’에 빗댄 표현이다.
다마 부대는 주로 중국 대도시에 거주하는 40∼70대 여성들로 소비력이 큰 편이다. 이들의 숫자가 1억 명이 넘는다는 얘기도 있다. 실제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투자자들은 전년 대비 28% 늘어난 432t의 금을 사들였다. 전 세계 금 매입량의 약 3분의 1을 차지한다.
●금 소액 투자도 인기
지난해 중국인들은 금 상장지수펀드(ETF)에 1120억 위안(약 24조 원)을 투자했다. 연간 유입액 중 역대 최고액이다. 올해 1월에도 전달 대비 38%가 늘어난 44억 위안(약 9400억 원)을 추가로 사들였다.
ETF 투자는 방법도 간단하다. 스마트폰에서 SNS 애플리케이션(앱)인 위챗이나 알리페이만 있으면 별도의 앱을 설치하지 않아도 투자가 가능하다. 증권 계좌가 없어도 위챗에 연결된 은행 결제 계좌만 있으면 된다. 투자금은 10위안(약 210원)부터 가능해 자산가가 아닌 젊은층들도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직장인 위모 씨(31)는 “일주일치 생활비를 쓰고 남은 돈이 있으면 금 ETF에 투자한다”면서 “예금 금리는 너무 낮고, 금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오를 걸로 믿는다”고 기대했다.
투자할 자산이 부족한 젊은층들을 대상으로 한 상품도 많다. 중국에서는 1g 이하의 작은 금덩어리, 이른바 ‘금두(金豆)’가 인기 있다. 콩알보다 작은 금을 하나씩 사서 유리병에 담아 모으는 방식이다. 중국 최대 보석 브랜드인 초우타이푹은 최근 0.1g 순금을 가죽 끈에 달아 놓은 반지를 출시했다. 가격은 660위안(약 14만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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