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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필리핀 정상회담…조선·방산·원전 등 협력 확대키로

2026.03.04 04:30

수교 77주년 국빈 방문…관련 MOU 10건 체결
李 "한국 방산, 필리핀군 현대화 지원"
李, 마르코스에 항공점퍼·금거북선 모형 선물
국빈 만찬 뒤 BTS '다이너마이트' 들으며 불꽃 감상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이 3일(현지 시간) 마닐라 말라카냥 궁에서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즈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한-필리핀 확대 정상회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
[데일리안 = 송오미 기자] 이재명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로무알데스 마르코스 주니어 필리핀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필리핀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방선·조선·원전·인공지능(AI)·핵심광물 공급망 등 분야에서 협력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를 위해 무역·투자·경제협력 등 총 10건의 약정 및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국빈 방문 첫날인 이날 오후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열린 마르코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열린 공동 언론 발표에서 "양국은 급변하는 경제·안보 환경에 함께 대응하며 공동 번영의 길을 모색해나갈 것"이라며 "양국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토대로 통상·인프라·방산 등 분야에서 실질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고 조선·원전·AI 등 신성장 전략 분야까지 양국의 협력을 확대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조선 협력과 관련해 "선박 건조량 기준 각각 세계 2위와 4위인 조선 강국으로서 양국 간 조선 협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며 "양국이 힘을 모을수록 공동 성장의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방산 협력도 논의됐다. 양국은 '특정 방산물자 조달을 위한 시행약정'을 개정해 수의계약 가능 업체 목록을 확대하고, 무기체계 유지·보수와 후속 군수지원까지 협력 범위를 넓혔다.

이를 통해 앞으로 필리핀 국방부와 수의계약 체결이 가능한 한국 방산업체 수가 확대돼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역량 있는 우리 방산기업들이 보다 활발하게 참여할 수 있게 됐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 대통령도 "우리 방산 기업이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에 적극 참여하도록 함께 지원하겠다"고 했다.

양국은 원전 분야에서도 실질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필리핀 바탄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결과 및 신규 원전 사업 도입 협력 MOU를 기초로 양국은 최적의 원전협력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바탄 원전은 1976년 착공됐으나 완공 직전 공사가 중단됐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2022년 취임 이후 전력난 해소를 위해 가동 재추진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이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경우 동남아 원전 시장을 공략하는 데 있어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감지된다.

한국수력원자력과 수출입은행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필리핀 메랄코와 신규 원전 건설 사업 및 재무 모델 공동 개발을 위한 MOU도 체결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또 "한국은 첨단기술을, 필리핀은 풍부한 광물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적인 파트너"라며 "이번 '핵심광물 협력 MOU'에 기반해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양 정상은 한·필리핀 자유무역협정(FTA)에 기초해 양국 간 교역·투자를 더 확대하기로 했다"며 "마르코스 대통령께서 우리 기업의 필리핀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말씀해주셨다"고 했다.

두 정상은 최근 격화하는 국제정세에 관한 의견도 나눴다.

이 대통령은 "역내 정세와 함께 최근 중동의 상황에 대해서 논의했고, 중동의 안정과 평화가 조속히 회복되기를 소망했다"고 말했다.

마르코스 대통령도 "남중국해와 같은 지역적, 그리고 국제적 이슈와 한반도 정세에 대해 논의했다"며 "규칙 기반 국제질서를 단호하고 지속적으로 수호해나가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고 특히 해양 분야를 포함한 여러 국제법 분야의 원칙을 수호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데 공감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4일 '한국·필리핀 비즈니스 포럼'에서 신규 원전 사업, 조선산업 및 관련 기술 분야 인력양성 협력, 핵심광물 공동 탐사 및 개발 등 총 7건의 민간 MOU도 체결한다.

필리핀을 국빈 방문 중인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3일(현지 시간)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서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 부인 루이즈 아라네타 마르코스 여사와 건배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엔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가 주최한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이 대통령은 만찬사를 통해 "(필리핀 공식 언어 중 하나인) 타갈로그어에는 친구를 뜻하는 '카이비간'이라는 말이 있는데, 여기에는 미래를 함께 걷는 동반자라는 의미가 녹아 있다고 들었다"며 "대한민국은 필리핀의 '카이비간'으로서 가장 가까이서 신뢰할 수 있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했다.

한·필리핀 수교 77주년인 3월3일을 맞아 이날 만찬장 양쪽에는 성장과 파트너십, 연속성을 상징하는 바나나 나무 세 그루가 배치됐다. 헤드테이블에는 필리핀 국화인 '삼파기타' 33송이와 77송이를 엮어 만든 화환 장식을 놓아 양국 우정과 협력을 기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만찬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에게 '공군 조종사 항공 점퍼'와 '금거북선 모형'을 선물했다. 항공 점퍼는 어린 시절 조종사가 꿈이었고 영화 '탑건'의 팬인 마르코스 대통령의 취향을 고려한 선물이다. 순금으로 도금된 거북선 모형은 세계 최강 수준인 한국 조선업 기술력을 상징하는 것으로 방산 협력 강화에 대한 우리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다.

마르코스 영부인의 선물로는 '정홍 금화 노리개'와 한국 화장품 세트를 마련했다.

만찬이 끝난 뒤 양국 정상 부부는 발코니에 함께 나와 샴페인을 마시며 필리핀 정부가 준비한 불꽃놀이를 감상했다. 배경 음악으로는 한류를 상징하는 한국 가수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재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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