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이란 정권 무너져도 더 나은 인물 아닐 수도”…전후 시나리오 불확실성 인정(종합)
2026.03.04 03:18
“유가 일시 상승…전쟁 끝나면 더 낮아질 것”
이스라엘 요청 따라 공습?…"내가 떠밀었다"
유가가격 상승 완화 대책 조만간 발표[뉴욕=이데일리 김상윤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일(현지시간) 이란 공습 이후 새 지도부가 들어서더라도 미국에 우호적이지 않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전후 구도에 대한 불확실성을 인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국민에게 공습 당시 “이 순간을 잡아 나라를 되찾으라”고 촉구했으나, 단기간 내 정권 교체가 현실화할지는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란 외무장관은 수일 내 새 최고지도자가 선출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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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집무실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와 회담한 뒤 기자들과 만나 “최악의 경우 우리가 행동에 나선 뒤, 이전 인물만큼이나 나쁜 사람이 권력을 잡을 수 있다”며 “몇 년 뒤에 가서 우리가 더 나은 인물을 세운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란에서 보다 온건한 지도자가 등장하길 바란다고 밝혔지만, 유력 후보군 상당수가 이번 공습 과정에서 사망했거나 생존 여부가 불확실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세 번째 물결이 곧 올 것”이라며 권력 재편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번 발언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공습이 나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이 사우디아라비아 등 역내 국가로 보복 범위를 넓히면서 확전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나왔다.
미국 주요 싱크탱크와 중동 전문가들은 군사적 타격과 정권 교체는 별개의 문제라며 과도정부 구성이나 전후 통치 구상 등 후속 전략이 구체화하지 않은 상황이 리스크라고 계속 지적해 왔다.
‘친미 정권 재편’의 경로는 크게 세 갈래로 압축된다. 정권 붕괴와 함께 친미·친서방 성향의 과도정부의 출범, 이란 혁명수비대(IRGC)가 권력을 흡수해 군부 중심 체제로 재편, 정권이 타격을 입으면서도 버티거나 권력투쟁이 장기화하며 혼란이 이어질 때다. 첫 번째 시나리오가 가장 바람직해 보이지만 동시에 가장 많은 전제가 필요하다. 이는 단순한 거리 시위가 아니라, 군·정보기관 내부의 집단 이탈과 엘리트 분열이 동반돼야 가능한 경로다.
워싱턴의 대표적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아틀란틱 카운슬의 네이트 스완슨 선임연구원은 “지상군 투입이나 조직화한 무장 반대세력이 없는 상황에서 정권 붕괴를 기대하는 것은 대단히 큰 도박이다”며 “공습이 체제 균열의 촉매가 될 수는 있어도 곧바로 친미 과도정부 수립으로 직결되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결국 ‘정권 붕괴’와 ‘정권 대체’는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두 번째는 혁명수비대가 권력을 장악하는 군부 주도 체제다. 조너선 패니코프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중동 담당 부국장은 정권이 압박을 받을수록 오히려 혁명수비대가 결속해 권력을 흡수할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이른바 ‘IRGC스탄’ 모델을 언급하며 형식상 새 최고지도자를 세우되 실권은 군부가 장악하는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고 봤다.
이 방법은 초기 강경 통치와 내부 단속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제재 완화와 경제 회복을 위해 미국과 제한적 협상을 시도하는 ‘전술적 유연성’을 보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이런 체제가 곧 친미 정권으로 전환한다고 보긴 어렵다. 오히려 외부 위협을 명분으로 군부 권력이 제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로선 단기적으로 가장 현실적인 경로로 평가받는다.
세 번째는 정권이 상처를 입고도 생존하거나 권력투쟁이 길어지면서 혼란을 야기하는 시나리오다. 미국외교협회(CFR)의 레이 타키 선임연구원은 “폭격으로 정권을 소멸시키는 전략은 역사적으로 성공 사례가 드물다”고 지적했다.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이념 기반의 체제이자 다층적 권력 구조로 되어 있어 외부 충격만으로 붕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최근 대규모 시위가 강경 진압된 사례를 언급하며 “대외적 타격이 곧 내부 붕괴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고 강조했다. 아틀란틱 카운슬의 대니 시트리노위츠 연구원 역시 이번 작전이 ‘정권교체’라는 추상적 목표를 내걸었지만 명확한 종결 전략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결정적 내부 변수가 발생하지 않으면 소모전과 보복의 악순환으로 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나리오는 정권이 생존 자체를 승리로 선전하며 통제력을 유지하려 하고 동시에 후계 구도와 파벌 경쟁이 장기화해 ‘불확실성의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유가 6% 또 급등...브렌트유 장중 85달러까지 치솟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전쟁은 ‘영원히’ 이어질 수 있다”고 언급하는 한편, 미국은 이란이 확보하려는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을 무한히 보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앞서 이란의 방공망과 공군·해군, 지도부가 사실상 무력화됐다고 밝힌 바 있다.
국제유가와 관련해선 “잠시 유가가 오를 수 있지만, 전쟁이 끝나면 그 어느 때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이날 브렌트유는 장중 배럴당 85달러까지 오르며 2024년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 서부텍사스산원유(WTI)와 브렌트유는 뉴욕 시간 낮 기준 전일 대비 6% 이상 상승했다.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은 사실상 봉쇄 상태에 가까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은 이날 테헤란을 추가 공습했으며, 차기 최고지도자 선출을 논의하던 성직자 회의 건물도 타격했다고 자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란 반관영 매체는 해당 건물이 공격받았으나 당시 사용 중은 아니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이스라엘의 요청에 따라 공습에 나섰다는 지적에 대해 “오히려 내가 그들의 손을 떠밀었을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란은 카타르·바레인·오만 등 미군 기지가 있는 국가를 향해 미사일을 발사했다. 카타르는 공격이 군사 목표에 국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카타르와 이라크는 주요 에너지 시설 가동을 일부 중단했다. 미 국무부는 “심각한 안전 위험”을 이유로 중동 지역에 체류 중인 미국인에게 상업 항공편을 이용해 출국할 것을 권고했다. 다만 일부 국가는 기존의 ‘여행 금지’ 수준까지 격상되지는 않아 현장에서는 혼선도 빚어졌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에너지 가격 상승을 완화하기 위한 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고 밝히며 “가장 강력한 타격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 측은 분쟁 이후 사망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자국 군인 6명이 사망했다고 밝혔고, 이스라엘과 레바논에서도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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