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앞둔 ‘왕과 사는 남자’…온 가족 함께 볼 수 있는 ‘무해함’ 통했다
2026.03.03 17:35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천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영화 만듦새 면에서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으나, 그를 상쇄할 만큼 좋은 입소문이 관객들을 극장으로 이끌었다. 개봉 4주 차에 관객이 이탈하기는커녕 몰려들면서 영화는 지난 1일에는 누적 관객수 800만 명을, 3·1절 대체공휴일이었던 2일에는 900만 명을 넘어섰다. 추이상 이번 주내로 1000만 관객 돌파가 확실시 된다. 천만 영화 없이 지나간 지난해를 지나, <범죄도시4>(2024)에 이어 2년여 만에 탄생하는 천만 영화다.
3·1절 대체공휴일을 낀 지난 주말 <왕과 사는 남자>는 이 기간 매출액 점유율 80%를 웃돌며 압도적인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지난 1일 하루에만 81만여 명이 영화를 선택하며 개봉 2주 차이자 연휴인 설 당일(66만 명)보다 높은 일일 관객수를 기록했다. 반짝인기가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
먼저 매력적인 소재의 승리다. <왕과 사는 남자>는 조선조 6대왕 단종이 강원도 영월로 유배를 하러 간 마지막 4개월을 그린다. 단순히 쫓겨난 어린 왕의 이야기를 비극적으로 그린 것이 아니라, 휴머니즘과 코미디를 더했다. 마을 촌장 엄흥도(유해진)는 마을에 떨어질 콩고물을 기대하며 유배지가 되겠다고 자처하는데, 오히려 해가 될 확률이 높은 ‘어린 선왕’이 유배를 올 거라고 상상도 못 한 채 들뜬 촌락 사람들의 모습은 초반부 극을 정겨운 시트콤처럼 이끈다. 상상을 발휘한 설정은 역사에 정해진 결말의 한계를 넘어 영화 속 전개를 궁금하게 한다.
단종 이홍위(박지훈)와 엄흥도 사이 서사를 쌓아가는 과정이 헐겁다는 점에서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하지만 두 인물의 마지막을 그린 결말부가 확실한 슬픔을 전달한다는 데서 영화는 강점을 갖는다. 긴말하기보다 “그 영화 정말 슬프더라”라는 간명한 설명은 아직 영화를 보지 않은 이들에게 단순하지만 확실하게 영화를 각인시켰다. 애절한 눈빛으로 단종을 표현한 배우 박지훈의 연기가 특히 두루 호평을 받으면서, <왕과 사는 남자>는 ‘슬프다는 단종 영화’로 그 핵심 키워드를 널리 홍보하는 데 성공했다.
폭력적이거나 선정적인 장면이 없기에 온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무해한’ 영화라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권혜림 쇼박스 홍보팀 과장은 “전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메시지와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소재”를 영화의 흥행 이유로 꼽았다.
실제 CGV 예매 분포(2일 기준)를 보면, <왕과 사는 남자>를 본 관객은 40대 28%, 30대 24%, 20대 21%, 50대 이상 18%, 10대 4%로 10대를 제외하면 고루 분포돼 있다. 중장년층에게는 역사적 이야기가 친숙하면서 관심이 가는 이야기로, 청년층에게는 자세히 몰랐던 역사를 알아가는 계기로 다가갔다. 연휴 기간 단종의 유배지 강원 영월군 청령포를 찾는 관광객이 급증할 정도로 영화의 파급력이 오프라인에서 나타나고 있다.
장 감독에 대한 대중적 호감도도 흥행에 한몫을 했다. 장 감독은 매사 해맑고 긍정적인 태도로 ‘눈물자국 없는 말티즈’라는 별명이 있는 등 발랄한 이미지의 소유자다. 극 중 조악한 호랑이 CG(컴퓨터그래픽)에 대한 비판이나, 박지훈과 유해진의 연기에 사실상 기대어 간 게 아니냐는 지적에도 그는 “그 사람(배우)들을 누가 모았나. 바로 나다”라며 유쾌한 태도를 유지했다.
장 감독이 지난 1월 SBS 파워FM ‘배성재의 텐’에 출연해 “천만(영화가) 될 리가 없다”는 전제로 “되면 아무도 날 못 알아보게 일단 전화번호 바꾸고, 개명하고, 성형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천만 돌파를 앞둔 지금 화제가 되고 있다. 장 감독은 4일 ‘배성재의 텐’에 재출연할 예정이다. 영화 흥행을 ‘기분 좋은 논란’으로 만들고 관련한 스케줄을 홍보 일정 중 유연하게 덧붙이는 건 영화의 상승세에 불을 때는 행보다.
한국 영화로 극장 관이 연이어 꽉 차는 건, 2023년 <서울의 봄>, 2024년 <파묘>와 <범죄도시4> 이후 오랜만의 일이다. 극장가는 블록버스터 영화나 장르물이 아닌데도 흥행을 거뒀다는 데서 <왕과 사는 남자>의 선전에 주목하고 있다. 서지명 CGV 커뮤니케이션 팀장은 로맨스물로 준수한 성적을 거둔 <만약에 우리>를 함께 언급하며 “감정을 움직이는 영화도 극장에 한데 모여서 볼 때 훨씬 즐겁다는 걸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이번 흥행을 고무적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유지태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