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더 큰 한방’ 경고했지만…이란, 美 대사관까지 정교한 역습
2026.03.03 17:56
“더 큰 파도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美, 핵시설 공습 가능성 등 제기
이란은 주변국 요충지 드론 타격
“배제 않는다”→“필요하지 않을 것”
트럼프 지상군 투입은 오락가락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이 나흘째에 접어들며 걷잡을 수 없이 격화하고 있다. 공습을 시작하며 일주일의 기한을 제시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시간이 얼마 걸려도 상관없다”며 ‘더 큰 한방’을 예고했다. 이란이 예상보다 강하게 버티면서 미국이 다시 한 번 대공격에 나설 태세를 보인 셈이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을 감내하면서 주변국 미군 기지·대사관, 에너지 시설 등 요충지를 저가형 드론으로 타격하며 장기전에 돌입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아직 그들을 강하게 공격하는 것을 시작조차 안 했다”며 “큰 파도는 일어나지도 않았다. 더 큰 것이 곧 다가온다”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인터뷰에서는 지상군 투입을 배제하지 않았지만 오후에는 “투입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을 빼며 정치적 부담이 막대한 전면전의 딜레마에 빠졌음을 자인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전쟁 목표에 대해 △이란의 미사일 능력 파괴 △해군력 전멸 △핵무기 보유 능력 제거 △테러 단체에 대한 지원 능력 제거를 꼽았다. 공격 직후 얘기한 ‘레짐체인지(Regime Change)’가 좁게는 정권 교체, 넓게는 신정체제 종식까지 해석할 수 있던 것에 비해 목표를 현실화한 것이다. CNN은 미 고위당국자를 인용해 “미국이 다음 단계에서는 미사일 생산시설, 드론, 해군 능력을 파괴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핵시설 공습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 방위재단(FDD)’의 타일러 스테이플턴 이사는 미국의 더 큰 조치에 대해 “이란 핵·농축·우라늄 채굴 및 저장 시설과 이란 정부가 공개하지 않은 비밀 장소에 대한 공습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미국은 장기전에 대비해 자국민은 중동 전 지역에서 떠나라고 촉구했다. 이스라엘 예루살렘 주재 미국 대사관은 “대피하는 미국민을 직접 지원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공지했다.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과 우호 세력인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겨냥한 공습을 이어갔다. 공중 전력을 앞세워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설 등을 파괴해 온 미국은 전날까지 이란 군함 11척을 파괴해 해군 전력을 완전히 약화했다고 발표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새벽 테헤란에 있는 이란 국영 IRIB 방송 건물을 폭격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레바논 베이루트에 있는 헤즈볼라 지휘소와 무기 저장 시설도 타격했다.
이란은 걸프국 전시 주요시설을 저가의 드론, 재고로 쌓여 있는 구형 미사일을 통해 공격, 값비싼 요격망을 소진시키고 있다. 동시에 이스라엘과 이번 전쟁에서 미국에 밀착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집중 겨냥했다. 특히 걸프국에 있는 미 대사관을 조준했다.
이란은 새벽부터 이스라엘 수도인 텔아비브 등을 겨냥해 또다시 탄도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에서는 이날 새벽 외교단지 인근에서 폭발음이 들리고 화염이 포착됐다. 사우디 국방부 대변인은 두 대의 드론이 미국 대사관을 공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언론은 이날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10대의 드론을 이용해 쿠웨이트 내 미군 아리프잔 기지를 공격했다고 보도했고, 쿠웨이트는 이란발 미사일과 드론을 요격 중이라고 밝혔다. 아랍에미리트(UAE)도 이란에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방공 시스템으로 격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라크 내 이슬람 저항세력도 이날 새벽부터 로켓과 드론을 이용해 이라크 및 인근 지역의 ‘적 기지’를 상대로 28건의 작전을 수행했다고 밝혔다. 영국 안보 관련 전문가 존 필립스는 알자지라에 “이란의 전략은 일단 미국과 이스라엘의 강력한 압박에서 생존하고 초기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2차 공격 능력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향후 정세와 관련해 스위스 프라이빗뱅킹그룹 EFG인터내셔널은 “이란 지도부가 타격을 받았음에도 체제를 유지하고 산발적인 보복을 감행, 교착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65%”라고 분석했다.
장기전 양상을 보이면서 트럼프의 발언도 오락가락하고 있다. 전쟁 개시 직후 영상 메시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폭격이 일주일간 지속될 것이라고 했다가 1일에는 ‘4주’를 제시했으며 다시 2일에는 그 이상을 언급, 미국은 점점 중동의 늪에 빠져드는 형국이다. 이렇게 되면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세력 내 외국 문제에 개입하지 말자는 ‘고립주의’ 세력이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떨어져나갈 수 있다. 이날 공개된 CNN 여론조사 결과 미국인의 59%가 이란 공격 결정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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