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장기전 가는 중동…호르무즈 묶이면 한국은?
2026.03.03 16:58
이란 장기전 포석 속 에너지 지렛대 압박
원유·LNG 동시 충격…100달러 유가 경고등
"美 국면전환용 강공…韓·日 울고 中 웃는다"
이란은 그간 '호르무즈 봉쇄'를 여러 차례 위협 카드로 꺼내 들었지만 실제 차단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군사 충돌이 해상 수송로까지 번지며 상황의 결이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습니다. 국제유가는 단숨에 80달러선을 돌파했고 LNG 가격은 하루 만에 40% 급등했습니다.
이란의 '지구전' 신호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보좌관 에브라힘 자바리 소장은 2일(현지시각) 반관영 ISNA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해협은 봉쇄됐다.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은 불태워버릴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혁명수비대는 "송유관을 공격해 단 한 방울의 석유도 이 지역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겠다"고 경고했죠. 해상 통제를 넘어 무력 차단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겁니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해상 물동량의 20~30%가 지나는 전략적 요충지입니다. 하루 평균 1400만배럴 이상이 통과하며 상당 물량이 한국과 중국·일본·인도 등 아시아로 향하죠. 통항 수로가 좁고 이란 영해와 맞닿아 있어 충돌이 발생하면 글로벌 공급망이 즉각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해협 인근에선 민간 선박 4척이 공격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했고요. 유조선이 화염에 휩싸이는 장면도 확인됐습니다.
전선은 빠르게 넓어지고 있습니다. 이란은 바레인 주둔 미 해군 기지를 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고, 친이란 무장세력 헤즈볼라도 이스라엘을 겨냥한 로켓 공격에 가세했죠. 미국은 이른바 '장대한 분노' 작전 아래 이란 미사일 이동발사대를 선제 타격하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사망자가 발생하자 "모든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공격을 계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단기간에 전황을 정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셈입니다.
호르무즈와 홍해가 동시에 요동칠 경우 충격은 배로 커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옵니다. 김 교수는 "사우디·쿠웨이트·카타르·UAE 등에서 생산되는 원유는 구조적으로 호르무즈를 통과할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예멘 후티 반군이 홍해를 위협해 수에즈 운하 통항까지 차질을 빚으면 선박은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 경우 운송 기간이 보름 이상 늘어나고 연료비와 운임 보험료까지 동시에 오르면서 물류 비용이 크게 상승할 수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시장도 즉각 반응했습니다. WTI와 브렌트유는 하루 만에 6~10% 급등했고요. 주요 투자은행들은 브렌트유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 120달러까지 오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습니다. LNG 선물 가격 역시 40% 치솟았습니다.
특히 한국은 구조적으로 취약한 편입니다. 원유의 70% 이상을 중동에서 들여오고, 그 가운데 상당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합니다. LNG 역시 중동 의존도가 높은 편입니다. 중동산 에너지의 주요 수송로가 동시에 흔들리는 구조인 만큼 봉쇄가 지속될 경우 직접적인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에 정유업계도 긴장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조장은 대한석유협회 대외협력실 팀장은 "그동안 호르무즈 봉쇄 우려가 반복됐지만 실제 차단으로 이어진 적은 없었다"며 "지금은 사실상 봉쇄 국면에 접어든 만큼 불확실성이 매우 큰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유가 급등도 부담이지만 선박 운항 차질로 실제 수급에 공백이 발생하느냐가 더 중요한 변수"라고 덧붙였죠.
지난해에도 봉쇄 우려로 유가가 급등했지만 약 2주 뒤 안정된 전례가 있습니다. 다만 이번엔 전쟁 양상과 지속 기간을 가늠하기 어려워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수급 안정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조 팀장은 "중동산을 대체할 유종 확보와 선박 루트 다변화가 긴급 과제"라며 "지난해 기준 미국산 원유가 전체 도입 물량의 약 17%로 2위를 차지한 만큼 미국산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 대상"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문제는 결국 '비용'입니다. 한국 정유업계 입장선 중동산 원유가 가격과 품질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이었는데, 대체 유종을 들여오거나 우회 항로를 택할 경우 비용 상승은 불가피합니다. 이는 곧 정유사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죠. 홍해 역시 후티 반군 변수로 안전을 장담하기 어려워 항로 다변화 자체도 리스크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정부도 비상 대응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에너지 수급 점검 회의를 열고 비축유 방출과 대체 물량 확보 등 단계별 대응 시나리오를 점검하고 있는데요. 정부와 민간이 보유한 비축 물량은 국제에너지기구 기준 200일 가량 사용 가능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사태가 수주를 넘어 수개월 이상 이어질 경우, 단기적 완충 장치만으로는 한계가 불가피하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사태의 상대적 수혜자로는 중국이 거론됩니다.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90%를 웃도는 일본과 달리 중국은 40%대 중반 수준으로 상대적으로 낮고 조달선도 다변화돼 있습니다. 중동발 공급이 흔들릴수록 원유 확보 경쟁은 격화되는데, 서방 제재로 판로가 제한된 러시아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소화할 대형 수요처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과의 에너지 밀착이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입니다.
김 교수는 "러시아가 판매처를 넓히기 어려운 구조에서는 가격 협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이 국제 기준유보다 낮은 가격에 러시아산 원유를 확보할 여지가 커진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육상 파이프라인 등 해상 운송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조달 경로까지 감안하면 호르무즈 봉쇄 충격이 커질수록 한국·일본 등 중동 의존국보다 중국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결국 관건은 '시간'입니다. 미국은 단기 집중 타격으로 전황을 매듭지으려 하지만, 이란이 해상 수송로를 지렛대로 장기전에 나설 경우 충격은 일시적 변동을 넘어 구조화될 가능성이 큽니다. 원유와 LNG 공급이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은 단순 지정학적 변수에 그치지 않고 글로벌 경제의 비용 체계 전반을 뒤흔들 수 있는 사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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