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란 공습] 유가 상승에 공사비 급등… 해외 수주 타격까지 K건설 ‘사면초가’
2026.03.03 14:33
韓 건설사 공사비도 늘 듯
중동 수주는 ‘먹구름’ 전망
전문가들 “장기화 가능성” 우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커져 국내 건설 산업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 유가 상승은 운송비, 공사비 상승으로 이어져 불황을 겪고 있는 국내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가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또 중동 주요 국가들이 전쟁에 휩싸이면 이 지역에서 수주전을 펴고 있는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진다.
중동 전쟁 장기화, 공사비 상승에 직결
이번 전쟁에서 시장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장기간 봉쇄하는 것이다. 이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6%, 액화천연가스(LNG)의 23%가 통과하는 곳으로, 장기 봉쇄로 이어지면 유가 급등이 불가피하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지난해 하루 평균 1400만 배럴 이상의 원유가 이 해협을 통과했고 이는 세계 해상 원유 수출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한 원유의 4분의 3은 중국, 인도, 한국, 일본으로 수출됐다.
캐이플러의 매트 스미스 수석 분석가는 “한국·중국·일본·인도 등 4개국이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하는 원유의 거의 4분의 3을 수입한다”며 “이 국가들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상승하면 주요 건설 부문별 생산비용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부문별로 다르게 나타난다. 국제유가 10% 상승을 가정한 비용 분석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곳은 철도, 항만, 공항 등 교통 인프라 건설 부문으로 0.14%의 공사비 상승이 발생한다. 또 ▲상하수도, 농림토목, 전력 시설 등 기타 토목 건설(0.12%) ▲주택 건축 및 비주택 건축(0.09%) ▲건축 보수(0.1%) 등도 비용 상승이 유발된다.
국제유가 상승은 주요 건자재 생산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석회, 아스팔트 제품 등 기타 비금속 광물 제품 생산비용은 0.33% 상승한다. 또 ▲시멘트 및 레미콘 등 콘크리트 제품(0.21%) ▲건설용 골재 및 석재(0.19%) ▲철근 및 열간압연품(0.12%) 비용도 올라간다. 100억원어치 자재를 생산하는 경우를 적용하면 기타 비금속 광물 제품의 자재 생산비가 3억3500만원이 더 들어갔고 레미콘 및 콘크리트 제품은 2억1200만원이 더 들어가는 효과가 발생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건설 장비를 많이 사용하는 국내 건설 현장의 공사비 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라며 “특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장비를 현지에서 직접 조달해야 하는 해외 건설현장의 피해가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사 수주 ‘텃밭’ 중동 확전 우려도 커져
전쟁이 중동 내 다른 국가로 확산하면 중동 내 주요 건설 현장의 공사 기한 연장과 신규 사업 수주 경쟁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지난해 우리나라 해외 건설 수주액(472억7000만달러) 가운데 중동(118억1000만달러)의 비중은 25.1%에 달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 공격으로 중동 지역 내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등 최소 12개국이 이란의 보복 공격에 노출됐다. 2일(현지 시각)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이스라엘 전투기가 이란 목표물을 공격하기 전부터 워싱턴과 예루살렘의 관리들은 보복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반격의 속도와 광범위한 파급 효과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며 “12개국 이상에 걸쳐 약 3억명의 민간인이 순식간에 전쟁의 소용돌이에 놓이게 됐다”고 보도했다.
AFP 통신은 앞서 1일(현지 시각) UAE,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카타르, 쿠웨이트 등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외교장관이 화상 연결 방식으로 회의를 열고 이란의 ‘배신적 공격’으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규탄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현대건설, 대우건설, 한화 건설부문, 삼성E&A(옛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현지에서 건설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태양광 발전 연계 380㎸ 송전선로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라크 ‘알포(Al Faw) 신항만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한화건설도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삼성E&A와 GS건설은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Aramco)가 발주한 ‘파딜리 가스 증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면 이런 프로젝트의 공기가 연장될 가능성이 있다.
신규 발주 프로젝트의 지연 가능성도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GCC 6개국은 지난 2023년 11월 역내 통합을 위해 총연장 2117㎞에 달하는 1670억달러 규모의 철도망을 2030년까지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각국 철도망 건설이 동시다발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인데 이란과 미국, 이스라엘 간 전쟁이 발발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당분간 진행되고 있던 중동 국가들의 입찰도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내 건설사도 사태 추이를 지켜보고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권형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과 이란의 입장 차가 크고 이란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강경한 입장이어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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