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노태악 "정치의 사법화 심화…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것"
2026.03.03 11:58
6년 임기 마치고 퇴임…"사법권 독립, 끊임없는 자기반성해야 실현"
"사법의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비난과 공격 피하기 어려워"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돼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지낸 노태악 대법관이 6년 임기를 마치고 퇴임했다. 노 대법관은 정치의 사법화를 우려하며 "사법부가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때까지 노력해달라"고 밝혔다.
노 대법관은 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중앙홀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를 추구한다고 해서 달성되는 것은 아니고, 끊임없는 자기 반성과 함께 공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 신뢰를 얻을 때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사건 기록에는 당사자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이 남겨 있었고, 기록의 행간에서 법리와 사실이라는 엄중한 기준을 놓지 않으며 최선의 정의를 찾고자 노력했다"며 "이미 정해진 답을 어딘가에서 찾아내는 기계적인 발견의 과정이 아닌, 첨예한 이해관계와 가치관의 충돌 속에서 우리 사회가 마땅히 지켜야 할 정의를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때로는 인식의 한계 내에서 차선의 정의라도 구하고자 분투해야 했던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며 "인간에 대한 이해와 사회에 대한 통찰 없이는 만족할 만한 결론을 이끌어낼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노 대법관은 "사건은 더욱 복잡해지고, 사회적 갈등은 법정 안으로까지 깊게 들어와 있다"며 "특히 정치적으로 해결할 수 있고 그렇게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을 사법부로 가져오는 현상이 더욱 심화하고 있다는 것은 저만의 생각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정치의 사법화는 지금처럼 양극화된사회에서 결국은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많다"며 "사법의 결론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면 어느 한 쪽의 비난과 공격을 피해 나가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법관은 정치적 중립을 지켜내야 하고, 법관에게 용기라는 덕목이 점점 더 크게 요구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노 대법관은 "사법권의 독립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법관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나 혜택은 더욱 아니다"라며 "오직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보장함으로써 법치주의가 정상적으로 작동하게 하여 궁극에는 국민의 법적 평화와 행복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명감과 자긍심으로 바탕으로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사법 본연의 역할과 책무에 집중하고 신뢰와 지혜를 모은다면 현재 겪고 있는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으로 국민을 위하는 사법부로 더욱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했다.
경남 창녕 출신인 노 대법관은 대구 계성고와 한양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4년 제 26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중앙지법과 서울고법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원장 등을 거쳤으며,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3월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2022년 5월부터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겸임했다.
노 대법관의 후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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