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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블록체인, 솔라나 가능성과 과제

2026.03.03 06:02

[오문성 교수의 블록체인 Pick][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지금까지의 블록체인 기술은 탈중앙성을 유지하려면 일정 수준의 속도 저하를 감수해야 했다. 이는 흔히 ‘블록체인 트릴레마’로 설명된다. 탈중앙성, 보안성, 확장성은 동시에 달성하기 어렵고, 하나를 강화하면 다른 요소가 희생된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탈중앙성과 보안성을 우선시했고, 이더리움은 이를 유지한 채 확장성을 확보하기 위해 레이어2 구조를 발전시켜 왔다.

그러나 최근 등장한 일부 블록체인은 속도를 외부 레이어에 의존하기보다 체인 자체의 구조적 설계를 통해 성능을 높이려는 접근을 취하고 있다. 솔라나(Solana)는 이러한 흐름의 대표주자다. 수이(Sui), 앱토스(Aptos), 아발란체(Avalanche) 역시 확장을 외부 계층에 맡기기보다 기본 체인 설계 단계에서 처리 성능을 확보하려는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사진=챗GPT)
이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의 구조를 ‘모듈러(Modular)’와 ‘모놀리식(Monolithic)’으로 나눠 볼 필요가 있다. 모듈러 구조는 블록체인의 핵심 기능을 분리해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더리움은 실행 기능을 롤업(Layer 2)에 맡기고, 메인넷은 합의와 정산(Settlement)을 담당하면서 롤업의 거래 데이터 게시를 통해 데이터 가용성(Data Availability, DA)을 제공하는 기반 레이어로 진화하는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

여기서 롤업은 거래 실행을 별도의 레이어에서 처리한 뒤 그 결과를 메인 체인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보안을 유지하면서 속도와 효율을 높이기 위한 확장 기술이다. 메인넷이 거래 관련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누구나 해당 결과를 확인하고 검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며 이는 결과에 대한 신뢰를 요구하기보다 검증 가능성을 제공하는 분업적 설계라 할 수 있다.

반면 솔라나는 거래 실행부터 합의, 데이터 가용성까지 모든 기능을 단일 레이어에서 통합 처리하는 모놀리식 구조를 채택하고 있다. 이는 확장을 외부 레이어에 의존하기보다 ‘실시간 병렬 처리(Sealevel)’와 같은 내부 설계 최적화를 중심으로 고성능 장비를 활용해 네트워크 자체의 처리량을 높이려는 수직 통합적 접근이다.

이러한 설계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술이 바로 역사증명(PoH)이다. 엄밀히 말해 PoH는 PoW나 PoS와 같은 독립적인 합의 알고리즘이라기보다 지분증명(PoS) 합의가 더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돕는 고성능 시간 기록 메커니즘에 가깝다. PoH는 거래 순서를 나중에 맞춰보는 대신 시간의 흐름을 검증 가능한 형태로 생성하고 기록함으로써 선후 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을 크게 줄인다. 그 결과 합의 과정은 보다 빠르고 단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이를 달리기 경기에 비유하면, 심판들이 판독하기 이전에 모든 선수의 통과 시간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계측기를 도입한 것과 같다. 누가 먼저인지 다툴 필요 없이 기록된 시간을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으므로 전체 경기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는 원리다.

하지만 속도의 이면에는 또 다른 구조적 특징이 존재한다. 솔라나는 높은 처리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검증자가 사용하는 하드웨어에 일정 수준 이상의 사양을 요구한다. 이는 네트워크 참여 비용을 높이고, 결과적으로 검증자의 참여 범위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참여할 수 있는 구조라기보다는 일정 수준 이상의 기술적·경제적 능력을 갖춘 검증자 중심의 환경이 형성될 수 있다는 의미다.

비트코인의 검증 노드 운영은 비교적 낮은 사양으로도 가능하지만, 솔라나는 성능 확보를 위해 검증자 운영에 고성능 장비가 요구되는 경향이 있다. 이는 네트워크 집중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검증자 구조의 다양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속도 측면에서 보면 주요 블록체인은 서로 다른 철학을 반영한다. 비트코인은 탈중앙성과 보안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이더리움은 제한된 처리 성능을 기반으로 레이어2를 통해 확장성을 보완하려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XRP는 지급결제 네트워크를 지향하며 높은 처리 속도를 강조한다. 반면 솔라나는 체인 자체에서 수천 TPS 수준의 거래 처리를 구현함으로써 외부 확장에 의존하지 않는 실시간 실행 환경을 지향한다.

이러한 속도 지향적 설계는 실제 활용으로 이어지고 있다. 솔라나는 자체 모바일 기기인 사가(Saga)를 통해 블록체인을 사용자 환경으로 통합하려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다. 지갑과 블록체인 앱 실행 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함으로써 사용자가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송금이나 결제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블록체인이 투자 자산을 넘어 일상적 지급결제 인프라로 확장될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요구되는 높은 기술적 진입 장벽이 네트워크의 개방성과 균형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은 중요한 과제다. 성능을 높이기 위한 요구 사항이 커질수록 소수의 전문 참여자에게 운영이 집중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분산이라는 블록체인의 핵심 가치와 상충될 수 있다.

향후 블록체인 생태계는 기능별 분화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 이더리움은 범용 실행 플랫폼으로, XRP는 지급결제 네트워크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솔라나 역시 실시간 실행 환경을 지향하는 체인으로서 잠재력을 갖지만 탈중앙성 유지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 과제의 핵심은 속도를 유지하는 과정에서 분산성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는가에 있다. 만약 높은 처리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 점점 더 높은 수준의 기술적 역량이 요구된다면, 네트워크 참여 주체의 범위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 이는 개방형 구조에서 전문화된 검증자 중심 구조로 이동하는 흐름을 의미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흐름이 이미 결정된 것은 아니다. 솔라나는 고사양 장비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소프트웨어 개선을 통해 높은 성능을 구현할 수 있도록 기술 개발을 이어가고 있다. 파이어댄서(Firedancer)는 기존보다 훨씬 빠르게 네트워크를 처리할 수 있도록 새롭게 개발된 프로그램으로, 같은 장비에서도 더 많은 거래를 처리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즉, 장비의 성능을 높이는 대신 소프트웨어의 효율을 개선해 속도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다. 이와 함께 합의 과정도 더 빠르고 간단하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결국 블록체인의 다음 단계는 탈중앙성만으로 정의되기보다, 사용성과 구조적 균형까지 함께 고려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솔라나는 속도 중심의 설계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지만, 그 선택이 장기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세무관리학과 객원교수 /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특임교수. △1960년 부산 출생 △서강대 경영학 학사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회계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법학(조세법) 박사 및 경영학(회계학) 박사 △성균관대 국정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수료 △가톨릭대 상담심리대학원 심리학 석사 △서강대 정보통신대학원 공학석사(블록체인전공) △공인회계사, 세무사, 증권분석사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 △한국납세자연합회 명예회장 △조세심판원 비상임심판관 △기획재정부 세제발전심의위원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비상임이사 △한국자산관리공사 기업회생지원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위원장 △전 국세청 국세행정개혁위원회 본위원 △전 국세청 국세심사위원 △전 한국도로공사 비상임이사 △전 국회미래연구원 이사 △전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블록체인 유튜브 오문성의 Pick Show 운영 중.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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