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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윤석열’의 최대 빌런은 윤석열이었다

2026.03.03 06:49

윤석열 지지자로 가득 찬 내란우두머리 재판에 이질적 방청객이 섞여 있었다. 이들은 법정에서 오가는 말부터 영상 중계에 담기지 않는 재판의 뒷모습까지 샅샅이 기록했다.윤석열 내란우두머리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방청석은 아수라장이었다. 가슴팍에 태극기와 성조기 배지를 주렁주렁 달고 등 뒤에 MKGA(Make Korea Great Again·한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적힌 패딩을 입은 지지자들은 윤석열에게 불리한 증언이 나오면 탄식하고, 유리한 증언이 나오면 박수를 쳤다. 재판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재판장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지자들에게 “소란스럽게 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하는 데 그쳤다.

그 무리들 사이, ‘윤어게인’ 방청객들과 결이 다른 얼굴이 섞여 있었다. 이들은 윤석열에게 손을 흔들지도, 재판 중간중간 환호하거나 탄식하지도 않았다. 대신 법정에서 오가는 말부터 영상 중계에 담기지 않는 재판의 뒷모습까지 샅샅이 기록했다. 김태일 참여연대 선임간사와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최새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 세 사람이다.

세 사람은 윤석열 내란우두머리 재판이 시작된 2025년 4월14일부터 윤석열을 비롯한 내란 피고인들의 재판을 감시했다. 그 기록을 바탕으로 ‘주간 내란재판 리포트(참여연대)’와 ‘내란죄 재판 따라보기·내란대장경(군인권센터)’을 발간하고, 재판 지연과 비공개 재판 진행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공동으로 열었다. 내란우두머리 재판이 열리는 법정에서는 도대체 어떤 일이 벌어진 걸까? 세 사람을 2월5일 〈시사IN〉 편집국에서 2시간 동안 만났다.

왼쪽부터 김태일 참여연대 선임간사와 방혜린 군인권센터 사무국장, 최새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변호사. ©김흥구


지난 10개월간 윤석열 지지자들 사이에서 재판을 방청했다. 방청석 분위기는 어땠나.

최새얀: 증인이 피고인 윤석열에게 유리한 증언을 하면 방청객들이 박수를 치고 환호했다. 주심 판사가 이를 제지하고 재판이 정치의 장으로 변모하지 않게 조정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않았다. 노트북으로 재판을 기록하다가 피고인이 이상한 말을 하면 ‘왜 저래’라고 생각을 덧붙이고는 했는데, 그럴 때 노트북 화면이 지지자들에게 보일까 봐 많이 걱정했다. 방청석에서 혼자 고립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김태일: 재판부는 증인이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증언할 수 있도록 보호해줘야 한다. 예를 들어 박안수(전 계엄사령관)나 조지호(전 경찰청장)는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을 많이 했다. 윤석열에게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질문에도 ‘그건 잘 모르겠다’고 답하면 방청석에서는 답답하다는 듯이 “제대로 말 좀 해주세요” “우리 대통령을 구해주세요”라고 증인에게 들릴 정도로 외쳤다. 그러면 법정 밖으로 쫓아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방혜린: 자기 편이라고 확인된 지지자끼리는 친목을 도모하는 분위기였다(웃음). 재판정에 들어가려면 지지자들과 함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데, 팬미팅 대기줄처럼 느껴졌다. 한 군인권센터 활동가는 극우 청년으로 오해받고 “이런 애국 청년들이 먼저 들어가야 한다”라면서 자리를 양보받은 적도 있다.

김태일: 같은 줄에 서 있으면 주위에서 얘기하는 게 들린다. 서로 “어디에서 오셨어요”라고 묻는데, 그게 지역이 아니라 ‘어떤 유튜브를 보고 왔는지’를 묻는 거다. “저는 누구 방송 보고 왔어요”라면서 통성명하는데 옆에 있는 사람이 나한테도 “어디서 오셨냐”고 묻더라. “왜 물어보시는데요?”라고 답하니까 “좌파구먼” 딱 이러고 갔다(웃음).

피고인 윤석열의 ‘셀프 변론’을 평가한다면.

방혜린: 지금껏 우리가 겪은 쿠데타는 군인 지휘관이 부하들을 조직해서 정권을 탈취하는 방식이었다. 이번에는 법조인 출신 대통령이 군을 동원해서 쿠데타를 시도했다. 그래서인지 ‘군인들이 뭘 아는데?’ ‘너희가 국가권력과 통치와 법을 알아?’ 같은 윤석열의 인식이 증인신문 때마다 툭툭 튀어나왔다. 현장에 투입된 군인들이 ‘당황스러운 채로 일단 가긴 했지만 이건 잘못이라고 판단할 수 있었다’는 취지로 증언하면서 윤석열과 맞붙는 장면이 여러 번 나왔다.

김태일: 윤석열이 “계엄으로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나” “세상에 두 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나”라고 말한 게 가장 기억에 남는다. 죽은 사람이 없고 빨리 계엄이 해제된 건 윤석열 때문이 아니다. 무기 하나 없이 맨손으로 저항한 시민들과 의도적으로 태업한 일부 군인들, 서둘러 계엄 해제 요구안을 의결한 국회의원들 덕분 아닌가. 또 윤석열로부터 ‘국회의원을 체포하라’는 지시를 받아 황당했다는 증인들에게 오히려 “당신 말대로 황당한 지시다. 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지시를 했을 리가 있느냐”라고 다그치더라. 이게 도대체 무슨 화법인가(웃음)?

최새얀: 윤석열은 본인이 하는 이야기가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지지자들에게 통한다는 걸 알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때부터 ‘대통령의 통치행위는 사법심사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반복했는데, 지지자들은 실제로 그걸 믿고 있더라. 무엇보다 윤석열은 법 기술자적인 면모를 법정에서 여과 없이 드러내면서 법치주의를 도구화했다. 법을 준수하고 지킴으로써 사회의 울타리를 만드는 게 아니라 본인의 권력과 이익을 위해 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악용했다.

2025년 4월8일 윤석열 지지자들이 서울 이태원역에서 집회를 열고 ‘탄핵 무효’ ‘윤(윤석열) 어게인’ 등의 구호를 외치고 있다. ©시사IN 조남진


윤석열이 법정에서 어떻게 ‘법 기술’을 사용했나.

김태일: 윤석열은 계엄 당시 본인과 직접 접촉하지 않았던 하급자들이 증인으로 나오면 빠짐없이 ‘나에게 직접 지시를 받은 적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러면 당연히 ‘없다’고 답하지 않겠나. 그런데 실제 윤석열에게 지시를 받았던 사령관들에게는 절대 이런 질문을 안 했다.

최새얀: 하급자 증인들이 ‘모르겠다’거나 ‘없다’고 답하면, 그게 바로 ‘윤석열의 지시가 없었다는 증거’라고 몰아가는 식이다.

방혜린: 검찰 초기 공소장이 급하게 쓰이면서, 윤석열 변호인단이 약한 연결고리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공수처 수사권 문제(윤석열 측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 수사에 기반한 검찰의 내란죄 기소는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등을 지렛대 삼아 공소 기각(검사의 공소 자체가 적법하지 않아 심리를 하지 않고 소송을 끝냄)될 수 있겠다는 걱정도 됐다.

김태일: 검찰은 초기 공소장에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이유를 ‘야당의 단독 법안 처리’ ‘다수 고위공직자 탄핵’ ‘주요 예산 삭감’ 때문이라고 적었다. 윤석열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쓰기한 수준이다. 왜 계엄을 모의하고 실행했는지, 계엄이 성공했으면 어떤 체제를 만들려고 했는지가 빠져 있었다. 2025년 6월 출범한 내란 특검이 ‘12·3 비상계엄은 친위 쿠데타’이고, ‘궁극적으로 1인 독재체제를 만들려고 했다’고 보강했는데, 필요한 일이었다.

방혜린: 2025년 7월 재구속된 이후로 16차례 연속 불출석하던 윤석열이 약 4개월 뒤 다시 법정에 등장하면서 ‘팀 윤석열’의 계획이 와장창 깨진 것 같았다(웃음). 윤석열이 없는 동안 변호인단은 ‘(내란죄 구성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이나 폭동은 없었다’에 초점을 두고 변론했는데, 윤석열이 다시 나오면서 ‘이 계엄이 얼마나 정당했는지’에 대해 길게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변호인단도 처음과 달리 계엄의 정당성에 집중하더라.

최새얀: 분명 구치소에서 변호인 접견을 하면서 전략을 세웠을 텐데, 윤석열이 아예 통제가 안 됐던 거 같다(웃음). ‘팀 윤석열’의 빌런은 윤석열이었다.

김태일: 윤석열이 증인으로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에게 “여인형이가 실시간 위치추적 해달라고 얘기할 때 ‘수사의 ‘시옷(ㅅ)’자도 모르고, 어떻게 이런 놈이 방첩사령관을 하나’ 이런 생각 들었죠?”라고 질문한 적이 있었다. 홍 전 1차장 바로 다음에 출석하기로 한 증인이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었다. 그걸 알고 있다면, 해서는 안 되는 질문이었다. 내란 특검은 증인 여인형이 보는 앞에서 그 질문을 영상으로 틀었다. 그러니까 윤석열 변호인단이 즉각 “이의 있다”라면서 영상을 끊었고, 윤석열도 당황하더라. 이 밖에도 윤석열이 사고 치면 변호인단이 수습하는 장면이 여러 번 있었다.

2025년 4월21일 지귀연 부장판사가 윤석열 내란우두머리 재판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귀연 재판부의 진행 방식이 논란이 됐다.

방혜린: 1심 선고 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던 지귀연 재판부의 결정은 윤석열 구속취소와 재판 진행 방식뿐이었다. 재판을 방청하면서 ‘재판부가 이상한데? 재판이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져서 멋대로 진행하면 어떡하지? 그래서 황당한 선고로 끝나버리면 어떡하지?’ 하는 불안감이 커졌다. 영상 중계가 시작되기도 전이었다. 그래서 열심히 재판을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김태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재판장 이현복 부장판사)가 심리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1심 재판을 방청할 때는 판사가 날카롭다는 느낌을 받았다. 증인이 피고인과 특검 측의 질문 취지를 이해하지 못하면, 재판부가 개입해서 질문을 재정리했다. 재판부가 중요한 쟁점을 설명하면서 직접 증인에게 질문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겠다는 판사의 의지가 보였는데, 지귀연 재판장은 그런 모습을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다.

방혜린: 지귀연 재판부는 한 번도 직접 질문한 적이 없다.

김태일: 형사재판에서 사실관계를 확정하려면 판사의 머릿속에서 이에 대한 쟁점이 정리돼야 한다. 그 과정에서 판사도 궁금한 게 생기지 않을까? 지귀연 재판부는 몰라서 질문을 안 하는 건지, 알아서 그러는 건지 답답하고 걱정이 많이 됐다.

기억에 남는 증인이 있나.

김태일: 계엄 당시 합동참모본부 계엄과장(대령)이었던 권영환 증인이다. 윤석열 측이 ‘비전시 계엄에 대한 미군 최신 교리가 있다는 걸 알고 있느냐’면서 계엄을 정당화하려고 하자, 권 대령은 “교리는 법을 초월할 수 없다”라고 일갈했다. 비전시 계엄은 계엄법상 불법이기 때문에 어떠한 교리를 가져와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한 거다. 권 대령은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고 난 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에게 ‘즉각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가 ‘일머리가 없다’는 비난을 들은 인물이다. 권 대령을 통해 민주주의 국가에서 군인의 역할이 무엇인지 생각해볼 수 있었다.

최새얀: 법정에서 시각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김영권 전 특전사 파견 방첩사 방첩부대장(대령)이 남긴 메모다(김영권 대령은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된 후에도, 김용현 전 장관이 곽종근 전 특전사령관에게 선관위에 부대를 투입하라고 지시하자 “△0213 MND(국방부 장관) 현 병력 상황 하문. 선관위 투입?→국회 X, 안 됩니다. △미쳐가는구나···다 수사 대상”이라고 수첩에 적었다). 법정에서 메모가 제시되는 걸 보고 ‘당시 현장에서 지시를 받았던 사람들의 심정이 이랬겠구나’ 싶더라.

방혜린: 증인 순서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싶다. 재판 초기에는 조성현 수방사 대령이나 김형기 특전사 중령처럼 핵심적인 증인들이 출석했다. 두 사람은 국회 내란 국조특위 때부터 윤석열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는데, 그다음부터는 입장이 모호하거나 윤석열과 직접 접촉하지 않은 하급자들이 연달아 출석했다. 윤석열 측은 중요하지 않은 증인이라고 주장했지만, 특검의 증인 배치대로 초기에 나왔던 핵심 증언들이 2차, 3차에 걸쳐 검증됐다. 지시를 직접 들은 사람과 그 옆에서 들었던 사람, 또 그 옆에서 들었던 사람 등의 증언이 일치하면서 층층이 교차검증이 이뤄졌다.

2월12일 군인권센터·민변·참여연대가 공동으로 윤석열에게 중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제공


1심이 끝났다. 남은 과제는 무엇인가.

최새얀: 2차 종합특검(특별검사 권창영)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을 제대로 수사하는지, 또 내란전담재판부가 2심을 어떻게 진행하는지 계속 지켜보려고 한다.

방혜린: 남은 윤석열 재판을 어떻게 감시할지 고민이다(윤석열은 내란우두머리 재판 1심 선고 뒤에도 다른 6개 재판에서 1심 선고를 기다리고 있다). 그중 일반이적 재판은 완전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공소장 자체도 비공개라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왜 비밀이라고 이야기하는지조차 파악하기 어렵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국방 안보와 군사의 밀실성이 최악으로 치달아서 범죄가 발생했다. 그런 시스템은 이미 악용됐고 의미 없기 때문에 오히려 밝혀져서 폐기하는 절차로 가야 한다. 군은 쿠데타의 역사 자체를 부인하려는 속성이 크다. 하지만 문제를 마주해야 방지할 수 있다. 군인권센터가 이 이야기를 계속하려 한다.

김태일: 참여연대는 형사처벌 외에도 내란 종식을 위한 진상규명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보고, 독립 조사기구인 특별조사위원회 설치 등을 골자로 하는 ‘내란종식특별법’ 제정을 입법 청원했다. 그 법안이 국회에 계류돼 있기 때문에, 내란종식특별법 입법을 위한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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