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비트·빗썸이 공공재? 무리수"...대주주 지분 제한, 비판 거센 이유
2026.03.03 04:00
[편집자주] 정부와 여당이 추진 중인 '가상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은 민간기업의 사유재산권과 경영권을 침해하는 초법적 발상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공공 인프라'라는 명분을 내세우지만, 정작 왜 공공재인지에 대한 논리적 근거는 빈약하다. 그래서 정부가 설득력이 부족한 공공재 명분을 내세운 건 관치금융을 위한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기획을 통해 대주주 지분제한의 논리적 정당성을 점검한다. 또 글로벌 규제 표준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산업 진흥을 위한 합리적 거버넌스 대안을 모색한다.
"하루아침에 경영권 반납"...유례없는 '지분 규제', 혁신 삼킨다① 난데없는 지분규제...누더기로 변한 디지털자산기본법
대주주 지분 제한은 전세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뿐더러 초헌법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지배적이다. 정부가 설득력이 부족한 공공재 명분을 내세운 건 관치금융을 위한 무리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금융당국의 가상자산거래소 소유분산론에 대해 법조계·학계에선 회의적인 반응이 압도적이다.
2일 정치권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디지털자산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정부가 대주주 지분 제한 의지를 굽히지 않으면서 법 제정안이 미궁에 빠졌다. 대주주 지분 규제 포함 여부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면서 가상자산 업계는 그야말로 생존 기로에 놓였다.
정부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제도권에 들어오면 공공 인프라 성격을 띠게 된다고 본다. 그 위상에 걸맞게 지배구조를 개선해 대주주 지분을 15~20%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유재산 보호라는 기본 원칙을 흔드는 초헌법적 발상인 데다 전세계 선례도 없다는 점에서 학계와 법조계 모두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무엇보다 근본적으로 가상자산거래소는 명백한 사유재로 정부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김윤경 인천대 동북아국제통상물류학부 교수는 "정부 주도로 지분을 강제로 분산시키기보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며 지분이 자율적으로 분산되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미국 가상자산거래소 코인베이스는 상장을 통해 블랙록 등 기관투자자를 유치하며 자율적인 지배구조 분산을 이뤘다"고 밝혔다.
차상진 법률사무소 비컴 변호사는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체계를 차용·조정해서 해결할 문제"라며 "현실적으로는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이 분산되면 책임소재가 불명확해질 수 있고, 실무현장에선 '누군가 책임질 주주가 있는 게 낫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 안팎에선 정부가 허상에 가까운 공공재를 명분으로 내세운 건 스스로 혁신해온 가상자산 산업을 사후적으로 통제하려는 관치금융이 진짜 목적이 아니냐는 추측까지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는 느닷없이 대주주 지분 규제안을 들고나왔다"며 "통제를 위한 목적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주주 지분 규제가 현실화하면 거래소 대주주는 강제로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분기보고서 등에 따르면 5대 거래소 최대주주 비율은 빗썸이 70%대, 코빗·스트리미(고팍스)가 60%대, 코인원은 50%대, 두나무(업비트)가 20%대다. 2013년 가장 먼저 가상자산 시장을 개척해 13년간 시장을 키워온 코빗의 경우 공공재를 이유로 하루아침에 경영권을 반납해야 한다.
경영권 박탈, 책임경영 실종 등 문제뿐만 아니라 최악의 경우 대주주가 모든 지분을 팔고 업계를 떠나면 가상자산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거래소 대주주는 단순한 경영인이 아닌 창업자가 대부분으로 혁신을 위해 책임지고 투자·경영할 사람이 사라져 가상자산 산업 자체가 도태된다는 우려다.
합병·주식 매각 등 경영권 변동이 일어나는 상황에서 관련 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클 전망이다. 두나무는 네이버파이낸셜과 주식교환 형태로 합병을 공식화했고 미래에셋그룹은 미래에셋컨설팅을 통해 코빗 지분을 인수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구상 중인 사업구조 개편, 글로벌 기업과의 협업 등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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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거래소가 공공재?…"공공성 이유로 경영권 박탈?"
금융당국의 가상자산거래소 공공재 발언은 지난 1월28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가상자산거래소는 공적 인프라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소유지분 규제를 더 다양화 해야 한다"면서 불거졌다.
그러나 가상자산거래소의 공공재적 역할을 강조하는 당국의 입장에 반대 의견을 내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으로 대표되는 공공재 조건에 가상자산거래소를 꿰맞추는 건 적절하지 않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비배제성은 특정인이 공급된 서비스에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해서 소비를 못 하게 할 수 없다는 의미이고, 비경합성은 특정인이 소비를 늘린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살 수 있는 소비량이 줄어 서로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거리에 있는 가로등이 공공재인 이유는 이를 이용하기 위해 돈을 내지 않았다고 해도 이용할 수 있고(비배제성), 내가 이용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이 경쟁적으로 불빛을 확보하려 하지 않기 때문(비경합성)이다.
그러나 가상자산거래소는 이용을 위해 수수료를 내야 하고, 가입을 막을 수도 있고, 한정된 가상자산을 사기 위한 경쟁도 이뤄진다. 공공성인 큰 민간서비스라고 할 수는 있지만 공공재 자체로 보기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진행된 관련 토론회에서 최승재 세종대학교 법학과 교수는 '법적 관점에서 본 디지털자산거래소 대주주 지분 제한'이라는 제하의 발제문을 통해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거래소가 사실상 금융투자업자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한다고 판단하고 은행이나 한국거래소에 준하는 지배구조 규제를 적용하려 하고 있다"며 "가상자산거래소가 민간의 창의와 기술혁신을 바탕으로 성장한 기술 기업이라는 본질을 간과한 채, 공공성을 이유로 사유재산의 핵심인 경영권을 박탈하려는 시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강조했다.
◇증권거래소에서 시장감시 기능 빼면?…NYSE는 지주사 100% 지분 보유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제한의 근거로 들고 있는 증권거래소의 공공재 역할에도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우리나라는 한국거래소에 시장감시 기능이 있어 공적인 성격이 강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31개의 금융투자업자 86.1%, 한국증권금융 4.12%,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3.03%, 한국금융투자협회 2.05%, 우리사주조합 0.89%, 자기주식이 3.8%로 지분이 나뉘어 있다. 대부분 증권사인 31개 금융투자업자들의 지분율도 가장 많은 곳이 5~6%대다.
그러나 대표적인 글로벌 거래소인 뉴욕증권거래소(NYSE)나 나스닥(NASDAQ)은 인위적인 지분 소유 한도(Ownership Cap) 규정을 두지는 않는다. 특히, NYSE는 지주회사인 ICE가 지분을 100% 보유하기까지 했다.
정부와 여당이 최근 한국거래소 지주사 전환을 추진하면서 시장감시 기능을 별도 비영리 법인으로 분리하는 방안을 시도하려는 것도 시장감시 기능의 공적인 기능을 고려해서다.
지주사 전환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자회사가 공공성이라는 족쇄를 풀고, 보다 시장 친화적인 정책을 펼치게 하려는 정책 방향과 오히려 반대되는 입장이 가상자산거래소에 적용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한 가상자산거래소 관계자는 "디지털 기반 가상자산거래소를 단순히 매매 중개 기능으로만 국한해 생각하는 건 기술 융합을 통해 급격히 확장 중인 산업 발전 양상을 간과하는 것"이라며 "지분 소유 규제는 현재 국내 거래소들이 글로벌 기업과 경쟁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기술 혁신이나 사업구조 개편 등을 지연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독점은 정부가 만들어놓고 또 '때리기' 규제"…자가당착 빠진 당국 ③"(가상자산) 아무것도 아니라더니 이제 와서"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적한 가상자산거래소 독과점 현상은 가상자산거래소와 연결하는 은행 계좌를 1곳만 허용한 '1거래소 1은행' 제도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업비트가 시장 점유율 70~80%를 차지하는 독점 구조는 시장질서나 소비자의 선택이 아닌 정부의 진입규제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2018년 '1거래소 1은행' 시행에 따라 국내 가상자산거래소를 이용하려면 실명인증 계좌를 발급받도록 했다. 이에 따라 모든 거래소는 한 은행과 제휴를 맺었다. 코인 바람이 불던 시기 업비트는 인터넷 전문은행인 케이뱅크와 제휴를 맺으면서 빠르게 외형을 키웠고 제휴 은행을 찾지 못한 중소 거래소는 원화 마켓을 포기했다.
실명인증 계좌라는 정부 규제가 시장 쏠림 현상 가속화 배경으로 꼽히는 이유다. 경쟁을 막아 독점을 유도한 정부가 이제 와서 시장 독과점 구도를 명분으로 소유권을 제한하는 건 자가당착이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국의 여러 규제로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해외로 발길을 돌려 이미 국내 거래소의 경쟁력은 뒤떨어진 상태"라며 "디지털자산기본법이 가상자산 산업 진흥을 이끌 것으로 기대했으나 대주주 지분 규제가 등장하면서 또 다른 부작용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국내 자본의 투자 제약과 대주주 경영권 양화를 틈탄 해외자본의 적대적 M&A(인수·합병)가 거론된다. 지분 제한이 국내 가상자산 산업의 주도권을 해외 세력에 넘겨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아예 규제를 피해 해외로 거점을 이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역외자본 유출은 물론 국내 가상자산 산업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
책임소재 이슈도 뒤따른다. 15~20%씩 지분을 나눠가질 경우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을 거란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 산업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미래에 투자하고 사고에 대해선 책임지고 대책을 마련하는 등 창업자이자 대주주가 있었기 때문에 성장할 수 있었다"며 "지분이 20%씩 나뉘면 책임은 누가 질 것인지 의문"이라고 했다.
최근 발생한 빗썸 사태를 정부가 초래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의 무관심 속에 가상자산 사업자의 내부통제는 관련 근거 법 없이 자율규제로 이뤄져 왔다. 정부의 입법 지연으로 내부통제 기준과 규정이 법제화되지 않아 이런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불과 5년 전까지만 해도 당시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가상자산은 화폐도 금융상품도 아니다. 보호할 가치가 없다"며 선을 그었다. 가상자산 제도권 편입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투자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2024년 7월 시행)을 제정한 게 유일한 입법 성과였다. 이마저도 김남국 전 국회의원의 가상자산 투자 논란으로 거세진 비판 여론에 등 떠밀린 결과라는 해석도 있다.
그동안 업계는 수차례 제도권 편입을 위한 입법을 요구해왔고 정치권도 속도를 냈으나 정부는 디지털자산기본법 관련 정부안을 차일피일 미뤘다. 당초 지난해 하반기 내놓는다는 목표였으나 이미 해를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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