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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쓴 보고서에 당신의 이름을 올릴 수 있는가 [인사이드아웃AI]

2026.03.02 13:00

[고평석 (주)엑셈 대표 sisa@sisajournal.com]

결과물은 정교해졌지만 우리는 맥락을 설명 못해 
AI 시대 경쟁력은 생성이 아니라 해석에서 갈린다


중국계 미국 소설가 쿠앙(Rebecca F Kuang)은 20대의 젊은 나이에 네뷸러상, 로커스상, 영국도서상 등 영미권 각종 상을 휩쓸었다. 조지타운대, 영국 케임브리지, 옥스퍼드대를 거쳤고, 현재 예일대에서 박사 과정 중이니 학력 또한 대단하다. 아마도 쿠앙 작가를 주위에서 시샘하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가답게 소설 속에 자신을 조연으로, 자신 주위에 있을 법한 시샘하는 친구를 주연으로 한 소설이 《옐로페이스(Yellowface)》다. 이 소설에는 무거운 질문이 흐른다. "이 작품은 과연 누가 쓴 것인가?" 주인공 주니퍼 헤이워드는 그저 그런 무명작가다. 스타 작가이자 대학 친구인 아테나 리우의 작품이 넷플릭스와 판권 계약을 맺은 날을 축하해 주려고 함께하다가 사고로 숨진 아테나의 미공개 원고를 손에 넣게 된다. 그 원고를 다듬어 쓰고 책으로 출간한 후 베스트셀러에 오른다. 주니퍼는 "내가 고쳤으니 내 작품"이라고 스스로 자기합리화를 한다.

ⓒChatGpt 생성이미지


AI 결과물을 충분히 이해하는가

현재 우리의 사무실 풍경도 이 장면과 많이 닮아있다. 기획안의 목차는 젠스파크가 잡고, 문장은 챗GPT가 다듬고, 데이터 분석은 클로드가 수행한다. 보고서는 훌륭하다. 논리도 정교하다. 그런데 막상 누군가가 "이 보고서, 당신이 쓴 겁니까?"라고 물을 때 선뜻 그렇다고 답을 하기 애매하다. 어찌 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우리는 각자 주어진 역할에서 《옐로페이스》의 주인공 주니퍼 헤이워드가 되어가고 있는지 모른다.

앤트로픽은 오픈AI 출신들이 만든 AI 기업이지만 좀 특별한 데가 있다. 광고 유치도 안 한다고 했고 일반인 모객에도 덜 적극적이다. 대신 꾸준히 개발자 그룹을 공략해 왔다. 덕분에 앤트로픽의 클로드는 오픈AI의 챗GPT나 구글의 제미나이보다 대중적이지 않지만, 개발자 그룹에서 지지를 꾸준히 얻어왔다.

최근에 클로드 기반 협업 기능인 코워크(Claude Cowork)가 공개되었을 때 개발 그룹을 넘어 주식시장에까지 엄청난 충격을 줬다. 일반인도 손쉽게 개발을 할 수 있고 어지간한 기능을 구현해 행동까지 대신해줄 수 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수준을 넘어 기존의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담당하던 역할까지 AI가 흡수하기 시작했다는 메시지를 주었다. 그 때문에 내로라하는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 특히 온라인으로 편하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스(SaaS) 기업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주식시장에서는 '사스포칼립스'(서비스형 소프트웨어 SaaS와 대재앙을 뜻하는 아포칼립스의 합성어)라는 용어까지 생겼다.

과거에는 인간이 직접 메신저로 소통하고 프로젝트 툴로 일정을 관리하며 CRM에 데이터를 입력했다면, 이제는 AI가 이 모든 소프트웨어를 대신 다루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AI가 데이터를 읽고, 문서를 만들고, 코드를 짜고, 요약하고, 심지어 의사결정 초안까지 제시한다. AI가 소프트웨어를 집어삼키는 시대, 사스포칼립스가 도래했다.

진짜 문제가 시작된다. AI가 일을 너무 잘하기 때문에 생기는 역설이다. AI 코딩이 보편화되면서 등장한 개념이 '이해의 부채'(Understanding Debt)다. AI가 만들어낸 수천 줄의 코드는 겉보기에는 완벽하지만, 그 내부를 인간이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사용하는 상태가 누적되는 현상이다. 코딩에만 이런 문제가 해당될까? 그럴 리 없다. 이해의 부채는 AI에게 맡긴 작업의 모든 결과물이 해당된다. AI가 번역해준 문서, AI가 정리한 회의록, AI가 제작해준 제안서, AI가 제시한 데이터 해석 등에 모두 같은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AI가 생성하고 분석한 문서는 겉보기에 상당히 정교하지만, 정작 작성자인 인간이 그 맥락을 온전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 왜 이런 결론에 도달했는지, 무엇이 부족한지 명확히 답하지 못한다면 이미 '이해의 부채'가 심각하게 쌓여 있다는 방증이다. 개발 기업들이 일정이나 비용상 이유로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상태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할 경우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뜻으로 '기술 부채'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꽤 돌아가는 셈이지만 나중에라도 돈과 시간을 들이면 '기술 부채'는 갚을 수 있다. 앞서 말한 '이해의 부채'는 아예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모르기에 아예 갚지도 못하고 손도 못 댈 수 있다. 편리함을 우리에게 안겨준 AI가 우리의 이해 너머로 가면서 발생하는 문제인 셈이다.

작성 능력보다 해석 능력이 중요한 시대

2025년 화두였던 'AI 워크슬롭' 현상은 이 문제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AI로 생성된 보고서와 문서가 넘쳐났지만, 정작 의사결정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 기묘한 상황이다. AI 덕분에 읽어야 할 자료는 많아졌고, 회의 자료는 더 화려해졌지만, 조직은 의사결정이 오히려 어려워졌다. 겉으로는 문서가 완벽하지만 실제로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아무도 이해를 깊이 있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내용을 보고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모습은 인간이 AI를 사용하면서 마주하는 최악의 상황에 가깝다. 생산성을 높이려고 도입한 AI가 오히려 불필요한 정보 쓰레기를 대량생산해 동료들의 시간을 빼앗고 본연의 업무를 방해하는 셈이다. AI가 만든 그럴듯한 결과물에 속아 인간의 통찰력이 마비되는 현상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기술의 역습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다시 소설 《옐로페이스》의 질문으로 돌아가야 한다. "이 작업의 주체는 누구인가?" AI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얼마나 빨리 만들었는가가 아니다. AI는 인간보다 빠르고, 다량으로 잘 만든다. 이제 중요한 것은 단 하나다. "그 결과물을 얼마나 깊이 이해하고 있는가!" AI를 잘 쓰는 사람은 프롬프트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다. AI가 만들어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읽을 수 있는 사람이다. AI는 초안을 쓰는 존재이고 인간은 의미를 부여하는 존재다. AI는 문장을 만들고 인간은 맥락을 파악한다. AI는 코드를 짜고 인간은 시스템을 이해한다. AI는 전략을 제시하고 인간은 AI가 짜준 전략에 '왜'를 붙인다.

이런 혼돈의 시대를 통과하기 위해 왜 이 일을 하는가에 대해 인간은 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왜 이 일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소설 《옐로페이스》의 주인공처럼 불안해하며 유령에 짓눌리지 않을 것이다.

AI 시대의 핵심 역량은 작성 능력이 아니라 해석 능력이다. 생성 능력이 아니라 판단 능력이다. 속도가 아니라 통찰이다. AI를 통해 일을 더 많이 하는 사람이 될 것인가에 힘을 쏟을 필요는 없다. AI를 통해 일을 더 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되는 것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선택이 앞으로의 경쟁력을 가를 것이다. 

고평석 (주)엑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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