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6천피 '독주' … "꽉 잡아라 더 달린다"
2026.03.02 16:06
반도체 모멘텀 살아있어
조선·증권 코어업종 유지
1~2월 같은 가파른 기울기
3월 이어질지는 점검 필요
"정책 모멘텀 유지되는 한 주가 상단은 더 열려 있다"
국내 증시의 거침없는 질주 속도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고 있다. 지난해 말 4200선에서 마감했던 코스피는 올해 1월 말 5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2월 들어 5500선과 5800선을 차례로 넘어섰고, 2월이 채 지나기도 전에 6000선을 돌파했다. 두달도 안되는 기간에 50%에 육박한 상승률을 기록한 셈이다. 같은 기간 1%대 상승률에 그친 미국 S&P500은 물론, 역시 한 자릿수 상승률에 그친 유럽과 중국 주요 지수와는 매우 대조적이다.
함께 역사적 고점을 경신 중인 대만, 일본 증시도 압도하며 사실상 '독주' 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번 상승의 출발점은 단연 반도체다. 특히 메모리 업황 개선이 지수 전체를 끌어올렸다.
이영원 흥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폭발적인 이익 증가 전망이 코스피 상승의 절반 이상을 설명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코스피200 기업의 2026년 예상 영업이익 증가분 대부분이 두 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시가총액 기준 지수 상승 기여도 역시 절반을 웃돈다.
인공지능(AI) 투자 확산과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를 필두로 D램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했고 낸드 역시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며 공급자 우위 시장이 형성됐다. 메모리 중심의 이익 엔진이 한국 증시를 밀어 올린 셈이다. 업황의 레벨 자체가 훼손됐다고 보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에서 이번 랠리는 단순 유동성 장세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지금 문제는 상승의 지속 여부보다 속도다. 반도체 중심의 이익 모멘텀이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1~2월과 같은 가파른 기울기가 3월에도 이어질지는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3월을 "더 강한 4월을 준비하는 구간"으로 규정했다. 그의 분석의 핵심은 주당순이익(EPS)의 '방향'이 아니라 '기울기(slope)'다. 1~2월 랠리는 반도체 중심의 급격한 이익 상향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그러나 3월은 결산 실적 시즌이 마무리되고 1분기 프리뷰가 본격화되기 전까지 신규 정보 유입이 상대적으로 얇아지는 시기다. 이 구간에서는 이익 레벨 자체보다 이익 상향 속도의 둔화가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노 연구원은 "3월 변동성이 나타난다면 이는 펀더멘털 훼손이 아니라 주가수익비율(PER) 정산 성격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반도체 업종의 12개월 선행 EPS는 여전히 상향 흐름을 유지하고 있으나 최근 4주 변화율은 점차 낮아지고 있다. 이는 이익이 꺾였다는 신호라기보다 상승 속도가 완만해지고 있다는 의미다.
신한투자증권은 3월 코스피 밴드를 5400~6400으로 제시했다. 하단은 선행 PER 9배대 초반까지의 디레이팅을 가정한 시나리오이며, 상단은 4월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기대감이 선반영될 경우다.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EPS가 유지되는 가운데 PER만 조정된 국면에서 코스피 낙폭은 제한적이었다는 점이 근거다. 노 연구원은 "3월은 추세 대응보다 리밸런싱 대응의 달"이라며 코어 업종을 유지한 채 조정 시 비중을 정비하는 전략을 권고했다.
이 같은 '속도 점검론' 한편으로 중기 상단을 더 열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최근 한지영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코스피 상단을 기존의 6000에서 7300으로 상향 조정했다. 그는 한국 증시의 선행 EPS 증가율이 주요국 대비 압도적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한국의 이익 모멘텀은 미국·일본·유럽 대비 현저히 높은 수준이며 이는 단기 변동성과 무관하게 중기 상승 추세를 지지하는 근거라는 설명이다.
밸류에이션 부담도 크지 않다는 평가다. 연초 이후 지수가 급등했지만 선행 PER은 역사적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여기에 3차 상법 개정안 통과 이후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주주환원 강화 정책이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으로 이어질 경우 주가순자산비율(PBR) 리레이팅 가능성도 존재한다. 한 애널리스트는 "이익과 정책 모멘텀이 유지되는 한 상단은 더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외국인 수급 역시 표면적 순매도 규모보다 구조를 볼 필요가 있다. 연초 이후 외국인이 10조원대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이는 급등 업종 중심의 차익실현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대외 변수는 여전히 항시 주시해야 할 중요 점검 대상이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상호관세 위법 판결 이후 불확실성이 일부 완화됐지만 관세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고 진단했다. 그는 "관세 부담과 금리 상승 압력이 공존하는 환경에서는 수익성이 핵심 변수"라며 ROE가 높은 산업을 선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응 측면에서 "기존 주도주인 반도체가 가장 유리한 업종"이라면서도 "이 밖에 조선, 음식료, 증권 등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유동성 측면에서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성장 둔화를 근거로 장기 국채 금리 하락과 달러 약세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면서 과거 미국 10년물 금리와 달러 인덱스가 하락할 경우 국내 증시에서 PER 상승 탄력이 높았던 업종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이 주효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재만 연구원은 "두 지표 하락 시 PER 상승률이 높았던 업종은 유동성 유입을 기반으로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가능성도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하락에는 기계, 화학, 하드웨어 업종을, 달러 약세에는 조선, 증권, 방산, 헬스케어, 철강 업종을 주가 수혜 가능성이 큰 업종으로 내다봤다.
결국 3월 증시는 '속도 조절'과 '상단 확장'이라는 두 축이 동시에 작동하는 구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단기적으로는 상승 속도가 둔화되면서 주가가 쉬어갈 수 있지만 기업 이익 자체가 꺾인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상승 추세가 무너졌다고 보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시장에서는 대체로 3월을 추세 전환의 시점이라기보다 상승 흐름의 지속 여부를 점검하는 과정으로 보고 있다. 일시적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이 부각될 수 있지만, 실적 개선 흐름이 유지된다면 4월 실적 시즌을 계기로 다시 상승 모멘텀이 부각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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