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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파 닝닝만 ‘홍백가합전’ 불참…K팝으로 옮겨 붙은 중-일 갈등 불똥

2025.12.30 22:20

표면적으로는 ‘건강 문제’…일 언론 “분열 아닌 이해로 이어지기를”
케이팝 그룹 에스파. 오른쪽부터 카리나, 닝닝, 윈터, 지젤. SM엔터테인먼트 제공

걸그룹 에스파가 중국인 멤버 닝닝을 제외한 채 일본 최대 연말 가요제 엔에이치케이(NHK) 홍백가합전에 참가하기로 한 가운데 중·일 갈등이 애꿎은 케이팝 그룹에 불똥이 튄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 아사히티비는 30일 “한국 4인조 걸그룹 에스파가 하루 전 멤버 닝닝이 인플루엔자에 걸려 12월31일 열리는 76회 엔에이치케이 홍백가합전 출전을 포기하기로 발표했다”면서도 “닝닝을 둘러싸고는 과거 소셜미디어(SNS) 게시물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하루 전 에스파 일본어 누리집에는 ‘엔에이치케이 홍백가합전 출연 관련 공지'를 통해 “닝닝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인플루엔자 감염이 확인됐고, 의사로부터 충분한 휴식과 안정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며 “당사가 엔에이치케이에 요청해 이번 홍백가합전에 카리나, 지젤, 윈터 등 다른 멤버 3명이 출연하게 됐다”고 전했다. 같은 날 엔에이치케이 홍백가합전 쪽도 자사 누리집에 “홍백가합전에 출연 예정이던 에스파 멤버 닝닝의 건강 악화로 나머지 멤버 3명이 출연하게 됐다 ”고 알렸다.

하지만 최근 닝닝이 과거 에스엔에스에 올렸던 게시글 문제로 일부 일본 네티즌은 그의 엔에이치케이 출연 취소를 요구하는 일이 있었던 터라 논란이 일고 있다. 닝닝은 지난 2022년 “예쁜 램프를 샀어”라는 글과 함께 탁상용 조명 기구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가 일부 일본 팬들의 질타를 받았다. 이 사진이 원자폭탄의 버섯구름을 연상시킨다는 것이었는데, 이후 3년여간 잠잠했던 문제는 이번에 에스파의 홍백가합전 출연이 결정되자 다시 불거졌다. 닝닝의 출연을 막아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 무려 14만명 넘게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홍백가합전은 한해 마지막 날 일본 최고 가수들을 홍팀과 백팀으로 나눠 노래 경연을 벌이는 프로그램이다. 1953년 첫 텔레비전 생중계로 시작해 한때 최고시청률이 80%를 넘기도 했다. 수십년간 일본 연말 최고 인기를 유지해온 프로그램의 하나이자, 일본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에게는 출연 자체를 영광으로 여기는 노래 경연대회다.

하지만 과거 소셜미디어에 올린 사진이 버섯구름과 유사하다는 이유만으로 닝닝의 홍백가합전 출연에 온라인에서 집단 반발이 벌어진 것이다. 이에 닝닝만 제외한 채 에스파가 방송에 출연하기로 하자 배경에 의구심을 보이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에스파 기획사 쪽은 닝닝의 홍백가합전 불참 소식을 전하면서 “닝닝이 소셜미디어에 게시한 내용에 대해 많은 지적을 받았다”며 “이 게시물에는 특별한 목적이나 의도는 없었으나 여러 우려를 불러일으키는 내용이었던 만큼 앞으로는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겠다”는 문구를 함께 올리기도 했다. 엔에이치케이 쪽도 출연 논란이 나왔던 지난 17일만 해도 “해당 멤버가 원폭 피해를 경시하거나 조롱할 의도가 없다는 점을 소속사에 확인했다”는 설명과 함께 “출연 예정에는 변경이 없다”고 밝혀 이런 대목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드러낸 바 있다.

일본에서는 지난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국회에서 ‘대만 유사시 자위대 개입 가능성’ 발언으로 중·일 갈등이 확산하면서 중국인 멤버가 포함된 에스파가 유탄을 맞았다는 시선이 존재한다. 에스파 전원이 함께 이번 공연에 참여하지 못한 공식 배경은 ‘인플루엔자’지만, 정치적 문제가 원인이 됐을 수 있다는 우려가 일본 안에서도 나온다. 일본 언론 주니치스포츠는 “온라인상에는 ‘에스파 멤버 4명이 모두 함께하지 못해 아쉽다’는 반응 외에도 ‘(이 시점에) 정확히 독감이라니’ 등 반응으로 (과거 에스엔에스) 논란과 연관 짓는 목소리가 많다”고 지적했다. 아사히신문은 “케이팝은 다국적 그룹도 많아 전 세계 팬들이 언어나 문화, 입장의 차이를 넘어 ‘좋아한다'는 마음으로 서로 연결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왔다”며 “이번 ‘논란'이 분열이 아닌 이해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짚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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