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정보 유출] "전례 없는 보상"만 반복한 쿠팡…청문회 뒤 여론은 더 악화
[서울=뉴스핌] 조민교 기자 =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대규모 보상안을 발표했지만 정작 청문회 현장에서는 해당 보상안이 비판의 중심에 섰다. 특히 해럴드 로저스 쿠팡 신임 대표가 "전례 없는 규모의 보상"이라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며 추가 배상 논의를 사실상 일축하자 국회 안팎에서는 "피해자 대책을 외면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30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연석 청문회에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이 전날 발표한 1인당 5만 원 상당의 구매이용권 보상안을 문제 삼았다. 김 의원은 "5만 원 보상이라고 하지만 이 가운데 4만 원은 알럭스와 쿠팡트래블 할인쿠폰"이라며 "알럭스는 최저가 상품이 양말 3만 원이 넘는 명품 서비스로, 피해자들에게 추가 지출을 유도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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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최민희 위원장에게 선서문을 전달하고 자리로 돌아서고 있다. 2025.12.30 pangbin@newspim.com |
김 의원은 이어 "이는 보상이 아니라 피해 구제를 빙자한 판촉 행사이자 비인기 서비스 홍보에 불과하다"며 "사실상 5000원 보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라고 말했다. 또 "과거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법원은 최소 1인당 10만 원 배상을 인정했고, KT는 단말기 교체 비용과 요금 감면 등 적극적인 보상책을 내놨다"며 형평성 문제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로저스 대표를 향해 "이 같은 판촉성 보상이 아닌, 보다 실질적인 배상안을 내놓을 의지가 있는지 답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로저스 대표는 "현재 보상안은 약 1조7000억 원 규모로 전례가 없는 보상안"이라고 강조하며 기존 입장을 반복했다. 김 의원이 재차 추가 보상 의사를 묻자 로저스 대표는 명확한 답변 없이 보상 규모를 다시 언급하는 데 그쳤고, 김 의원은 "그렇다면 더 이상의 보상 의지는 없다는 뜻으로 이해해도 되느냐"며 질의를 마무리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이번 보상안은 현금성 비용이라기보다 결국 매출로 다시 연계될 수 있는 구조"라며 "지급 규모가 큰 이용권이 서비스 활성화가 필요한 영역에 집중된 점을 보면 순수한 피해 보상이라기보다는 마케팅 성격이 강한 대응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보상 논란에 더해 해럴드 로저스 대표의 청문회 태도 역시 여론 악화를 부추겼다. 로저스 대표는 이날 청문회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자체 조사 의혹, 과로사 은폐 의혹 등을 제기하는 의원들의 질문에 반복적이고 방어적인 답변으로 일관했다. 지난 17일 청문회에서 '동문서답'과 오역 논란이 불거진 이후 이번에는 동시통역까지 준비됐지만 로저스 대표는 자신이 대동한 통역사를 사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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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스핌] 윤창빈 기자 =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열린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2025.12.30 pangbin@newspim.com |
청문회 개의 직후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동시통역기 사용을 요구하자 로저스 대표는 "통역사 대동을 허락받았다", "제 통역사를 사용하고 싶다"고 맞섰고, 이후에는 "정상적이지 않다. 이의제기하고 싶다"고 말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날 청문회에는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과 김유석 부사장, 강한승 전 대표 등 핵심 인사들이 불출석해 질의가 로저스 대표에게 집중됐다. 그러나 로저스 대표는 김 의장 책임을 묻는 질문에 "저는 쿠팡의 한국 대표로서 책임이 있다"는 답변만 반복하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과로사 관련 의혹이나 내부 문건 제시에 대해서도 "진위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되풀이했다.
청문위원들이 '예, 아니오'식 답변을 요구하자 로저스 대표가 목소리를 높이는 장면도 여러 차례 연출됐다. 영문 사과문에 사용된 'false' 표현을 두고 질의가 이어지자 그는 "정부에 협력하지 않는다는 허위 정보가 있다"며 책상을 두드리는 등 격앙된 모습을 보였고 질의가 중단되자 "그만합시다"(Enough)라고 말하며 불쾌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 같은 청문회 장면들이 전해지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되는 분위기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는 "개인정보를 5만 원에 팔린 기분", "보상도 태도도 납득이 안 된다"는 비판과 함께 불매 움직임도 확산되고 있다. 김범석 의장의 연이은 청문회 불출석과 맞물려 쿠팡이 한국 소비자와 국회를 경시하고 있다는 인식이 굳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따라 청문회 이후에도 쿠팡을 향한 불신과 제도적 제재 요구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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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의 모습 [사진=뉴스핌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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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정보 유출] "전례 없는 보상"만 반복한 쿠팡…청문회 뒤 여론은 더 악화](https://news.nateimg.co.kr/orgImg/ni/2025/12/30/251230112521532_w.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