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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 연석청문회] '철면피' 쿠팡, 산재은폐 정황에 "기억 안 나" "확인 안 돼"
[쿠팡 연석청문회] '철면피' 쿠팡, 산재은폐 정황에 "기억 안 나" "확인 안 돼"
▲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이사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옆자리는 박대준 전 쿠팡 대표. <정기훈 기자>

쿠팡 경영진이 국회 청문회에서 제기된 산재은폐 의혹에 "기억이 안 난다" "확인이 안 된다"며 모르쇠로 일관했다. 책임 회피에 급급한 쿠팡쪽 행태에 유가족들은 청문회장에서 "용서할 수가 없다"며 눈물을 보였다.

'과로 축소' 내부 메일 공개되자 "본 적 없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30일 오전 국회에서 '쿠팡 침해사고 및 개인정보 유출, 불공정 거래, 노동환경 실태 파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위한 청문회'를 열었다. 과방위와 정무위원회·기획재정위원회·국토교통위원회·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가 참여하는 연석청문회다. 기후노동위에서는 안호영 기후노동위원장과 박홍배·이용우 민주당 의원, 정혜경 진보당 의원이 참여했다. 국민의힘은 청문회보다는 국정조사가 필요하다며 불참했다.

이날 청문회는 쿠팡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사태를 비롯해 산재은폐 의혹이 주로 다뤄졌다. 이용우 의원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고 장덕준씨가 2020년 10월 사망한 이후 당시 쿠팡 최고행정책임자(CAO)였던 해럴드 로저스 쿠팡 대표가 과로 실태를 축소하라고 지시한 정황이 담긴 내부 이메일을 공개했다. 로 대표가 '이 업무가 얼마나 수월한지에 관한 주요 사항을 명시할 필요는 없겠냐' '신체적 부담을 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라'고 이메일을 통해 지시한 내용이다.

이 의원이 "메일 내용의 의도가 뭐냐"고 묻자 로 대표는 "이 문서의 진위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며 "이 문서를 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박대준 전 쿠팡 대표도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은 건 마찬가지였다. 이 의원이 "고 장씨가 하루에 5만보를 걸었다는 유족측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 (쿠팡이) 동료 노동자들을 앞세워서 만보기를 채워 2만보밖에 안 된다고 주장을 했는데, (박 전 대표가) 조치했냐"고 묻자, 박 전 대표는 "어떤 맥락인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했다. 정혜경 의원이 "동료 노동자들이 2만보를 걷도록 기획하지 않았냐"로 질문하자 박 전 대표는 "확인을 해 봐야겠다"고 했다.

산재 유가족 증언에 청문회장 '눈물바다'

방청인으로 발언기회를 얻은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는 "너무 괘씸하고 분하고 용서할 수가 없다"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발언 전 최민희 과방위원장에게 양해를 구하더니 로 대표와 박 전 대표를 향해 "야 이 개자식들아"라고 외치기도 했다.

박씨는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이 내놓은 사과문에) 덕준이에게 저지른 산재은폐 지시에 대한 사과도, 지금까지 쿠팡을 위해 뛰어다니다 스러져간 노동자들의 죽음에 사과 한마디도 없음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시는 저희와 같이 가족을 잃고 지옥 속에서 살아야 하는 이 참혹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제발 좀 김범석을 잡아달라"며 고개를 숙였다.

지난 11월 제주에서 새벽배송을 하다 숨진 택배노동자 고 오승용 씨의 가족인 오혜리씨도 이날 청문회에 참석했다. 오씨는 "첫째 8살, 둘째 6살, 한참 아이들과 함께 추억을 쌓아야 할 승용이 나이가 고작 서른세 살"이라며 "사과가 그렇게 힘드냐"라고 물었다. 로 대표는 "정말 죄송하다.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면서도 보상을 요구하는 오씨에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며 즉답하지 않았다.

▲ 정기훈 기자

"모든 법적 조치 취하자" 국회 압박 수위 높일까

쿠팡 경영진들의 대답에 국회의원들도 분노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기억이 안 난다는 말을 지금 여기서 할 수 있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쿠팡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내내 이어졌다. 청문회에 앞서 안호영 기후노동위원장은 "김 의장이 출석할 때까지 추가 출석을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필요하다면 고발을 포함해서 모든 법적인 절차적인 조치를 단호히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 위원장은 "협의해서 진행하겠지만 안 위원장의 제안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한편 쿠팡은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질문에서도 동문서답을 이어갔다. 정일영 민주당 의원이 "김 의장이 이 사태에 책임이 있냐"고 물어보자 로 대표는 "저는 쿠팡 한국의 대표로서 이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답했다. 정 의원이 "김 의장이 책임이 있냐 없냐를 물어봤다"라고 다시 묻자, 로 대표는 "말씀드렸다시피 제가 이 본사에 대해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강한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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