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또 빠진 쿠팡 청문회…보상안·피해규모·셀프조사 등 쟁점

[디지털투데이 손슬기 기자]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를 둘러싼 국회 6개 상임위 연석청문회에서 의원들과 쿠팡 측이 보상안의 적정성부터 셀프조사논란, 피해 규모 산정, 독과점 기반 불공정 거래 의혹, 대미(對美) 로비를 둘러싼 통상 이슈 확산 가능성까지 전방위로 맞붙었다. 정부 측은 쿠팡의 자체 발표와 별개로 수사·조사를 이어간다는 원칙을 재확인했고, 쿠팡은 관계기관에 자료를 제출하며 협력해 왔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날 청문회에는 쿠팡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Inc의장을 비롯한 핵심 증인들은 지난 청문회에 이어 또다시 불출석했다.
◆"판촉 행사냐, 전례 없는 보상이냐"…보상안 두고 정면충돌
연석청문회에서는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의 실효성을 두고 의원들과 쿠팡 측이 설전을 벌였다.사보임으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청문회에 참석한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 보상안을 "국민을 우롱하는 판촉 행사"라고 규정하며 "더 강한 보상 대책을 내놓을 의사가 있는지 단답하라"고 압박했다.
김 의원은 "KT는 단말기 교체 비용 15만원 지원, 데이터 무료 제공, 요금 감면 등 적극적인 보상책을 내놨다"며 "쿠팡이 내놓은 보상은 오히려 국민을 기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대표는 "보상안은 약 1조7000억원에 달한다"며 "전례가 없는 보상안"이라고 반박했다.

◆미국 로비·USTR 접촉…통상 이슈 확산 가능성
연석청문회에선 이번 개인정보 유출 사안을 둘러싼 대미 통상 이슈 확산 가능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교부 측을 상대로 "왜 쿠팡은 미국 무역대표부(USTR)한테 로비를 하느냐"고 따져 물으며, 쿠팡이 한미 간 '무역 분쟁' 프레임을 선제적으로 만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로 질의했다. 김 의원은 "쿠팡은 한국과 미국이 무역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며 "미국에 있는 기업이기 때문에 한국을 상대로 쿠팡의 이익을 미국 편에 서서 방어하겠다는 것"이 로비의 목적 아니냐고 주장했다.
김진아 외교부 제2차관은 "개인적인 추정을 말씀드릴 수는 없다"면서도, "만약 한미 간 무역과 관련한 분쟁이 생길 경우를 대비해서일 수는 있다"고 답했다. 그는 로비가 미국 내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행위라는 점을 전제하면서도, 해당 사안이 통상 분쟁으로 비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취지로 선을 그었다.
◆"독과점 방패 뒤 '버티기'…불공정 거래·노동 현안 자료 제출하라"
사보임을 통해 참석한 정무위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쿠팡이 "시장질서 교란행위와 노동질서 교란행위를 했다"며 정무위원회 소관 사안이 다수 포함돼 있음에도 연석청문회 협조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쿠팡이 문제 제기 언론, 노동조합, 시민단체, 입점업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한편, 택배 과로사 방지 사회적 협약 이행과 관련한 표준계약서(국토교통부 제출본 포함)도 제출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김 의원은 쿠팡이 사태 국면에서 "버티기" 전략을 구사할 수 있는 배경으로 독과점 구조를 지목했다. 그는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거의 카드매출액이 별로 줄어들지 않았고, 또 입점업체들은 오히려 '매출이 줄어들지 않을까' 이런 걱정을 하더라. 전형적인 독과점적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와우 멤버십 가입자, 납품업체 현황 등 시장지배력 판단에 필요한 자료도 제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며 "거래상 지위 남용이나 업무방해 등 문제 소지가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주 위원장은 또 쿠팡 관련 사건 심의가 예정돼 있다는 점도 언급했다.
◆셀프 조사였나, 정부 공조였나
쿠팡의 자체 조사 방식과 정부 공조 주장도 연석청문회에서 집중 추궁을 받았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우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피의자 신분인 기업이 자체 조사 결과를 선제적으로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며 "수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기업이 조사 범위를 규정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쿠팡 측은 정부와의 협력·소통을 강조했다. 로저스 대표이사는 청문회에서 "12월 1일부터 한국 정부와 협력을 했고, 한국 정부의 지시를 따랐다"고 답했다.

다만 수사기관은 쿠팡의 자체 발표와 별개로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하고 있다. 전날(29일) 서울경찰청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경찰은 쿠팡 본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를 분석 중이며, 포렌식 절차가 마무리돼야 피의자 조사 등 후속 수사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쿠팡이 자체적으로 진행했다는 포렌식과 자료 제출 경위에 대해 "사전 협의는 없었다"며, 제출 자료에 허위·조작이 확인될 경우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쿠팡 '3000건 저장' 주장에…정부·여당 "3300만명 접근 자체가 피해"
개인정보 유출 피해 규모를 둘러싼 공방도 이어졌다. 앞서 쿠팡은 외부로 저장·유출된 계정이 약 3000개 수준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청문회에선 '접근 자체'를 개인정보 침해로 봐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우영 의원은 유출범의 협박 메일을 거론하며 "이메일 3300만건, 배송지 주소 1억2000만건에 접근했다고 명시돼 있다"며 "3000개 계정만 저장됐다는 설명은 전체 위험을 축소하는 인상을 준다"고 지적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쿠팡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를 근거로 "3300만개 계정에 접근이 이뤄졌고 그중 3000명에 대한 제한된 데이터만 저장됐다고 돼 있다"며 "접근과 저장을 인위적으로 분리해 피해를 축소하는 인상을 준다"고 말했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저장 3000건' 프레임이 접근·열람이라는 본질을 흐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브랫 매티스 쿠팡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는 "전 직원이 프라이빗 서명 키를 탈취해 가짜 액세스 토큰을 생성했고, 이를 통해 고객을 사칭해 시스템 접근에 성공했다"며 기술적 경위를 설명했다.
쿠팡 사태 관련 범부처 태스크포스(TF)를 총괄하는 배경훈 부총리는 "3300만명 이상 고객 데이터에 접근이 이뤄졌고, 3000건은 용의자의 노트북과 저장장치에서 확인된 저장 데이터 규모"라고 정리해 설명했다. 아울러 "이메일 주소, 이름, 배송지 정보 등이 포함돼 있다"며 "배송 내용과 배송 이력 등은 추가로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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